김국래 국제관계학 박사

▲ 김국래 국제관계학 박사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예상보다 빠른 흐름으로 동북아 국제정치 지형에 근본 변화를 가져올 대회전의 막이 오른 것이다.

전 세계의 언론이 김 위원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 관영 CCTV는 김 위원장이 북한으로 돌아간 3월 28일 아침에 양국 정상회담 내용을 14분에 걸쳐 보도했다. 중국은 김 위원장을 특급 대우했다. 방중 기간 시진핑 주석은 환영의식과 정상회담, 만찬, 다음날 오찬까지 같이 했으며 당정 주요 간부들도 동석했다.

시진핑 주석은 양국의 선대 지도자들이 항일혁명과 사회주의국가 건설, 항미원조(抗美援朝=한국전쟁) 등 공동으로 투쟁했던 역사적 전통을 거론하며 향후 전략적 소통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선대로부터 시작한 혁명적 우의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이후로도 특사 파견 등으로 긴밀히 소통해 양당(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과 양국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자고 화답했다.

이어진 정세 관련 대화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의 정세를 호전시키기 위한 북한의 노력을 치하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 대화ㆍ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등을 위해 협력하자고 했다. 김 위원장은 선대의 유훈에 근거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은 변함없는 입장이며, 남한과 미국이 자신들의 노력에 선의의 반응을 보인다면 평화ㆍ안정 분위기를 만들고, 평화 실현을 위해 단계적ㆍ동보적(同步的) 조치를 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중국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협상ㆍ대화 정세를 유지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은 모두 만족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상당기간 북한과 소원하게 지내던 게 내심 불편했다. 미국과의 경제ㆍ정치적 관계로 인해 대북 제재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공백을 러시아가 차지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남북ㆍ북미정상회담이 예고된 급변기에 러시아는 북한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 관계가 복원됐으니 중국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북한은 남북ㆍ북미정상회담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정치ㆍ외교적 지원자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경제협력까지 덤으로 확보하게 됐다.

현재까지 추이로 보면 북ㆍ중 정상회담이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 요소가 더 많을 것이다. 북한은 기왕에 확보한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위해 북ㆍ러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며, 이는 과거 6자회담 성원국 간 더 많은 양자ㆍ3자 혹은 4자회담을 촉진할 것이다.

상황이 이런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일본 역시 혼자 고립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남한에도 나쁠 것이 없다. 이 판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력은 정서적 공감대가 있고 일상적 소통구조를 확보한 남북한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첫 번째 동북아 대회전’의 결과 한반도는 식민지로 전락했다. 20세기 두 번째 대회전은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제 막이 오른 21세기 세 번째 대회전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앞선 대회전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우리 민족의 역량이 크게 성장했다는 것이다.

비록 주변 강대국에 비견할 바가 아니고 분단돼있기는 하지만, 남북 모두 주변국들이 무시할 수 없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회전에 임하는 동력을 남북 협력으로 마련해야하고, 불안정한 변수는 다자 협력으로 제어해야한다. 동북아 대회전의 개막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운전 실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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