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인하대 교수, 인천사람과문화 ‘인천마당’서 강연

▲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가 3월 26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연 58회 인천마당에 김영 인하대 교수가 초청돼 강연하고 있다..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이사장 신현수)의 58회 인천마당이 지난 26일 부평아트센터 2층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인하대 교육대학원장을 지내고 한문 산문의 대중화 작업에 힘쓰고 있는 김영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강사로 초청돼 강연했다.

김 교수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아래는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사람됨’이 사라진 한국 사회의 물질만능주의

미국식 정글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재 한국 사회에선 사람다운 삶을 사는 인간상이 사라지고 소비와 쾌락을 탐닉하는 인간만이 남았다. 인간을 중시하는 문화의 가치는 경시되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원초적 욕망이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긴다.

이런 상황에서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고 사람들을 이끌어야할 교육ㆍ종교ㆍ언론 등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본의 포로가 돼버렸다. 대학은 돈만 받으면 무슨 연구든 닥치는 대로 하고, 종교는 자본화된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한다.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며 품위 있는 삶의 철학이 붕괴한 것이다.

지식인들 역시 비판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기능적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학생들에게 공공적 가치를 가르치기보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비법만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지덕체(智德體)’가 아닌 ‘체덕지(體德智)’로 가야 한다. 공자는 ‘사람 되는 공부를 할 여력이 있을 때 글을 배우라’고 말했다. 엘리트 양성에만 몰두하는 사회에서 도덕성과 공적 가치가 결여된 지식을 배워 성공한 지식인은 우병우ㆍ김기춘 같은 괴물로 변해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한다.

결국 모든 문제는 지식이 아니라 사람됨의 문제다. 교육과 대학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사람다운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다. 경쟁과 생존의 지혜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것은 수단이고 중간 단계의 과정일 뿐이지 이것 자체가 목표가 되면 안 된다. 본인과 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을 고려해야한다.

▲ 김영 교수..

소지(小知)에서 대지(大知)로

나도 교육대학 학장을 하면서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을 뼈저리게 하고 있다. 장자는 ‘작은 지혜(小知)를 버리면 큰 지혜(大知)가 밝아진다’고 가르쳤다. ‘작은 지혜’는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식의 경쟁에서 이기는 지혜를 의미한다면, ‘큰 지혜’는 우리 모두 좋아져야한다는 공동체적 가치를 뜻한다. 자기 혼자만 잘났다고 공부해서 출세하는 시대는 끝났다. 함께 지혜를 모아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미세먼지는 개인이 혼자 노력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또한 남태평양에 떠다니는 한국 크기의 플라스틱 더미를 보았는가? 이러한 환경문제들은 우리 공동체와 중국, 일본, 더 나아가 세계 모든 국가가 협력해야하는 문제다. 승자 독식의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인본주의적 사고를 중심으로 사회구조를 재구성해야 한다. 욕망만 탐닉하는 사회는 부메랑처럼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다.

‘이웃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는 내가 그동안 공부해온 것을 압축한 문장이다. 고통 받는 약한 이웃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고, 인간 욕망 중심의 삶이 아닌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적 삶을 가꾸자는 것이다.

노자는 ‘세 가지 보배’를 말하며 검소함을 강조했다. 발전이 덜하더라도 평화롭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기능적 관계에만 집착하지 말고, 돈이나 쾌락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타인을 따뜻하게 배려하고 이해하는 생활을 만들어야 한다. 독재정권의 발전 신화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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