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승선 '불법' 파문... 옹진군 “어업지도선도 행정선, 승선명단 없어”

조윤길(자유한국당) 옹진군수가 서해 어민들의 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어업지도선을 목적 외로 사용했다가 검찰에 고발된 가운데, 조 군수가 임기 내내 어업지도선을 사실상 여객선처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승선하면 안 되는 민간인까지 태우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군수가 2014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관공선을 이용해 섬을 방문한 횟수는 총81회다. 이중 행정선을 이용한 게 43회이고, 38회는 어업지도선을 이용했다.

올해 들어 2개월 동안에 여덟 번이나 어업지도선을 이용했다. 어민들의 조업을 지원해야할 어업지도선이 조 군수의 이동편의를 위해 쓰인 셈이다.

조 군수의 어업지도선 이용은 예산 낭비의 전형으로 꼽힌다. 여객선을 이용하면 군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백령도라 해도 4000원이면 이동할 수 있다. 어업지도선을 한 번 이용하는 데엔 대략 500만~600만원이 소요된다. 38회 이용한 것만 따져도 어림잡아 2억원을 쓴 셈이다.

옹진군은 어업지도선 또한 행정선에 해당하기에 별 문제가 없고, 군의 행정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어업지도선을 사용한 만큼 예산 낭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옹진군의 관공선은 행정선과 어업지도선 두 종류로 나뉘어있고, 목적 또한 구분돼 있다. 옹진군의 관공선 안전관리운항 규정을 보면, 어업지도선은 일반 행정선과 달리 ‘어장에서 조업 중인 우리 어선의 효율적인 어업 지도’라는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해 운영되는 재산이다.

▲ 조윤길 옹진군수가 어업지도선 인천232호를 이용해 인천항 관공선 부두에 도착한 뒤 걸어 나오고 있다.<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인천평화복지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인천지부는 어업지도선이 군의 행정재산인 만큼 규정에 따라 사용해야하는데, 조 군수가 공무원들의 여객선으로 사용한 것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지난 16일 검찰에 고발했다.

조 군수가 주로 사용한 어업지도선은 대청도 인근 어민들의 조업을 지도하기 위해 대청도에 배치된 232호다. 이 배는 인천과 대청도만을 오가는 게 아니라,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나오는 데 사용됐고, 인천에서 자월도와 덕적도를 가는 데도 사용됐다.

특히 풍랑주의보로 인천항 연안부두와 서해 섬을 오가는 모든 여객선의 운항이 통제될 때도 운항됐다. 사실상 조 군수의 전천후 여객선 역할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옹진군은 행정 지원 목적으로 어업지도선을 사용했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그러나 어업지도선에 민간인들도 탔다. 어업지도선에 민간인을 태우고 여객선처럼 다니며 행정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어업지도선에 민간인이 타는 건 불법이다. 게다가 옹진군은 민간인을 태우고도 승선명단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1월 10일 서해에 풍랑주의보가 내려 모든 여객선의 운항이 통제됐을 때, 옹진군은 어업지도선에 조 군수와 민간인들을 태우고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오면서도 승선명부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옹진군은 어업지도선의 승선인원은 파악하고 있지만 승선명단은 없다고 했다. 또, 관공선 운항은 여객선 운항 통제와 무관하다고 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전체 (승선)인원만 파악하고 있지 명단을 따로 만들지 않아 누가 탔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서 “여객선은 (풍랑주의보 발효 시) ‘해사안전법’에 따라 운항이 통제되지만, 관공선은 관련법이 없어 적용받지 않는다. 선장이 판단해 군부대에 입출항을 보고하고 운항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군수가 위법하게 민간을 태운 것도 모자라 승선명단도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특히 풍랑주의보가 내려 어업지도선 보다 몇 배 큰 여객선도 운항이 통제되는데 운항을 강행한 것은, 목숨을 내놓고 운항한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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