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 류수연 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대한민국에서 아픈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 부모를 슈퍼맨이 되게 한다. 사실 어느 나라이든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여기서는 우리의 문제만 생각해보자. 첫 번째 난관은 고질적인 대학병원의 5분 진료에서 시작된다.

이름조차 생소한 질병으로 진단받은 뒤, 부모에게 주어지는 정보의 양은 너무나 부족하다. 같은 병을 가진 아이들의 부모 모임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때로는 아이에게 적합한 치료방법을 찾기 위해 해외 논문을 번역해 공유하는 등, 부모 각각이 반 전문가가 돼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환아 가족의 가장 큰 고통은 경제적 부담일 것이라 추정한다. 물론 그 생각이 틀리지 않다. 그러나 경제적 비용과 함께, 아니 그것을 가중시키면서 환아 가족을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시스템 부재다. 현재 우리의 건강보험은 세계 어느 나라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상당한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희귀난치병 경우에는 조금 문제가 다르다.

질병 치료에 필요한 필수적 약품이나 의료기기가 건강보험의 우산 아래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비용과 복잡한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그로 인해 경제력뿐만 아니라 시간조차 넉넉하지 못한 환아 가족들이 눈에 뻔히 보이는 불법에 손을 내미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 대표인 김미영씨의 사연이 보도되면서 사람들이 분노했다. 소아당뇨를 앓는 아들을 위해 해외에서 24시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구입하고 피를 뽑지 않고도 당뇨수치를 검사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까지 발명했다.

그러나 김미영씨에게 돌아온 것은 식약처의 고발이었다. 소아당뇨를 앓는 자녀를 둔 다른 부모들을 위해 혈당측정기 구매를 대행하고 자신이 개발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했다는 이유였다. 한 어머니의 눈물겨운 사연을 바탕으로 환아를 위한 의료기기 수입절차를 합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의 공백을 개인 노력으로 메워야했던 사람을 무허가 의료기기 수입판매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뇌전증과 뇌종양 등의 치료에 효과적인 전문의약품으로서 대마오일을 합법화 해달라는 국민청원 역시 대중들의 무관심 속에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환각효과가 없는 대마오일은 이미 미국, 캐나다, 독일 등에서는 임상시험을 거쳐 환자들에게 합법적으로 제공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불법이다. 환아 부모들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되는 것을 각오하고 해외직구로 약을 구입해야하는 실정이다. 다행히도 신창현(의왕ㆍ과천) 국회의원의 발의로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지만 그 결과는 미지수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한 아이를 치료하는 데는 온 국가가 필요하다. 효과적인 질병 치료를 위해서는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시스템 전반이 정비돼야하기 때문이다. 환아 가족의 삶은 질병과의 전쟁이다. 그래서 하루하루의 삶이 더 가치 있고 소중하다. 공감과 연민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절실한 것은 그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합리적인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자연스럽게 경제적인 비용도 낮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수라는 이유로 그들의 고통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의 관심과 지지가 뒤따라야 한다. 현재 이 두 건 모두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국민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뜻있는 분들의 참여를 요청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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