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평론] 최고의 공부
켄 베인 지음, 이영아 옮김|와이즈베리|2013.03.25.
이즈음 공부에 관한 책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이기는 하나, 찬찬히 톺아보며 만시지탄을 느낄 적이 많다. 이제 비로소 안 것을 그 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켄 배인이 쓴 ‘최고의 공부’도 큰 영감을 준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우리에게 있는 어떤 선입견을 깰 필요가 있다. 미국은, 특히 미국 대학교육은 상당히 뛰어난 모델이라 창의적인 인물을 키워내기 적합하리라는 기대 말이다.
이런저런 자료를 읽다보면 기대와 달리 미국도 교양이나 인문교육 또는 창의교육보다는 당장 어떤 성과를 내거나 사회진출에 유리한 교육이 팽배해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나온 공부 관련 책은 ‘잘 하니 우리를 따라오라’는 자부심보다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그래서 ‘교육의 기본정신을 되찾아야한다’는 고언으로 가득 차있다.
‘최고의 공부’에 나오는, 그러니까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을 잘하는 최고의 교수는 폴 베이커다. 그는 연극과에서 ‘능력의 통합’이라는 강좌를 진행하는데, 이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상당히 뛰어난 인물로 성장했다고 한다. 그는 수업에서 창의성은 예술에만 국한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신선하고 혁신적인 모든 것은 창의적”이라는 셈이다. 이 말 덕분에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그의 수업으로 크게 성장했던 바이다.
베이커 교수는 창의적인 인물이 되려면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강점은 물론 약점까지 두루 파악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베이커 교수는 학생들에게 공책에다 자기 내면과 나눈 대화를 기록하게 했다. “지금까지의 자기 인생사를 쓰고, 우리가 하는 모든 훈련에 대한 느낌을 적게” 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창조성은 자신에게서 비롯하는지라 자기를 잘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베이커 교수의 수업을 들은 셰리 카프가의 삶을 보자. 그녀는 시골벽지 출신이다. 지역적 한계 때문에 문화생활을 즐길 수 없었고,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자주 이사했다. 장학생으로 들어온 그녀는 학점에만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나만을 위한’ 강의를 매학기 한 강좌 이상 들었다. 그녀는 본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만난 것이 베이커 교수였다.
이 강의에서 셰리는 창작과정에 필요한 공통요소인 공간, 시간(또는 리듬), 동작(또는 선), 소리(또는 침묵), 실루엣(또는 색깔)을 익혔다. 베이커 교수의 교수법은 ‘자기 자신을 배우고, 자신을 흥분케 하는 창의적인 정신활동을 발견하고, 그 일의 내적 본질을 찾고, 그 가능성을 탐구해야한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열정적으로 매진할 수 있다” 세리는 훗날 작가이면서도 빼어난 도시계획 설계자가 됐다.
비판적 사고능력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론적으로야 충분히 동의하지만, 그런 교육을 받았을 때 학습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잘 모른다.
‘최고의 공부’에는 적절한 사례가 나왔다. 탐사보도 저널리스트로 유명한 데이비드 프로테스는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과연 정당한 판결을 받았는지 조사하는 수업을 했다. 숀 암브러스트도 이 수업을 들었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15년 전 젊은 두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앤서니 사건을 취재했다.
고된 수업이었지만 성실하게 진행하면서 의외의 사실을 알아냈다. 살인 현장과 목격자가 있던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래서 목격자를 다시 찾고, 그 가운데 한 명의 증언을 들으며 진범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사건은 큰 반향을 일으켜 주지사가 사형집행 일시 중지를 선언했고, 10년 뒤에는 아예 사형제를 폐지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일부러 엉뚱한 추론을 시도해 상대의 반응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검토하고, 새로운 모델을 세운 다음 그 문제점을 찾았다. 여기서 내가 가정하는 바는 뭐지”라고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관찰로 알게 된 것과 기존 생각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을 구분할 수 있을까?” 사고하게 이끈 덕이다.
‘최고의 공부’는 숱한 사례로 창의적인 인물이 탄생한 비법을 한마디로 정리한다. “그들의 모든 행위는 배우고 창조하고 성장하고 싶다는 내적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권우(도서평론가) 시민기자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