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석‘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연구위원

▲ 장금석‘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연구위원

재작년 12월 부산의 한 시민단체가 주한 일본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했다. 일본은 한일 합의에 반하는 행위라며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 총영사를 귀국 조치하고 한일통화교환협정 협상을 중단했다. 또한 일본의 독도 관련 억지주장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도쿄 내 홍보관 설치로까지 이어졌다. 홍보관 이름이 ‘영토주권 전시관’이다. 도발 수준이다. 일본의 이러한 역사 인식은 새로운 한일 관계 출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돼왔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바로 평창 동계올림픽과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통해서다. 평창 올림픽 개막식과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에서 사용된 단일기에 독도가 빠져 비난 여론이 일었다. 영토주권 문제이거니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과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독도가 포함된 단일기가 이미 사용됐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우리 정부는 1991년 지바 합의와 독도 표기를 정치적으로 해석한 IOC를 그 이유로 댔지만, 일본의 반발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는 게 중론이다.

반면 북한은 우리와 달리 독도를 표기한 단일기를 자체 제작해 사용했다. 2월 15일자 <노동신문>에는 ‘독도는 신성한 우리의 영토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본은 ‘북한이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한다’고 주장했지만, 예전과 달리 한미일 연계와 한미합동군사훈련 재개를 통한 압박을 강조하는 수준에 그쳤다.

99주년 삼일절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기념사는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문 대통령은 독도를 우리 영토로 규정하고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을 향해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또, ‘위안부’ 문제에 관해선 일본을 가해자로 단정 짓고 진실한 반성과 화해 위에서 함께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일본의 대응이 예전과 달랐다. 한일 합의에 반한다며 유감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주한 일본대사 일시 귀국과 같은 강도 높은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무슨 이유일까. 일본 정부가 스스로 답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밝히지 못한 이유가 더 있다. 이른바 ‘일본 패싱’을 걱정한 것이다. 남북 사이에 특사가 오가고 북미 대화가 시작된다면 ‘일본 소외’는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또, 이렇게 조성된 평화분위기는 일본의 보통국가 꿈을 좌절시킬 만큼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베트남전 휴전과 평화협정, 미중 수교 과정을 지켜본 일본의 입장에선 괜한 기우가 아니다.

북핵 문제는 우리에게 위기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새롭게 열린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하기 위해선 남북 화해가 필수다. 북한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이제 화해협력 정책으로 전환해야한다. 우리는 그동안 미일동맹의 하위 구조인 한미동맹에 의지해 한일 관계를 풀어왔다. 그러다보니 한일 관계는 점점 왜곡됐고 12.28합의와 같은 외교참사를 불러왔다. 이처럼 대북 적대시 정책은 남북 간 긴장뿐 아니라 한일 관계 왜곡도 함께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의 변화로 일본의 변화를 강제해야한다. 이것이 우리가 달라져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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