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처장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으면 억울하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는 1인 1표를 행사하지만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표의 가치가 달라진다. 2014년 지방선거를 보자. 인천시의원 선거 투표 결과 정당이 받은 지지도와 정당이 가져간 의석 비율이 다르다. 당시 새누리당은 50.58%의 정당지지율을 얻고 의석수는 이보다 많은 65.71%를 차지했다. 반대로 정의당은 3.78%, 통합진보당은 3.02%의 정당지지율을 얻고도 시의회에 진출하지 못했다.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시민의 표가 새누리당에 간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듯 선거로 유권자의 지지가 의석수로 정확하게 반영되지 못하는 이유는 1등만 당선되는 선거제도 때문이다. 시의원 선거의 룰은 국회가 정한다. 시민들은 민심이 투표 결과에 반영되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라고 요구했지만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군·구의회는 시의회와 달리 지역구에서 2~4등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실시하고 있다. 다양한 정치세력의 지방의회 진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2014년 인천시 군·구의회 선거 결과 지역구 101석 중 당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전체 의석의 97%를 독식했다. 왜 그럴까. 중선거구제의 취지를 왜곡하는 2인 선거구 때문이다.

군·구의회 선거구는 국회가 정한 지방선거 룰 안에서 시의회가 결정한다. 규정상 인천시가 선거구 획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하면, 시의회가 이를 확정한다. 그러나 거대 정당이 독식한 시의회는 2인 선거구 위주로 결정해왔다. 단적인 예로 인천시가 4인 선거구를 2006년 9개, 2010년 10개 만들어 시의회에 제출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2014년엔 4인 선거구를 4개 만들어 제출했으나, 시의회는 3개만 통과시키고 1개는 2인 선거구 쪼갰다. 그 결과 현재 군·구의회 지역구 38개 중 2인 선거구가 16개, 3인 19개, 4인 3개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회가 군·구의회 선거구를 결정하는 때가 왔다. 인천시는 2인 선거구 12개, 3인 20개, 4인 4개의 안을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 한다. 국회가 정한 규정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2인 선거구를 줄이고 3인 이상 선거구를 확대한 합리적 안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시의회가 이대로 결정할지는 알 수 없다. 시의회 의석 과반을 자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변경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지난 12월 정치개혁인천행동과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이 공동으로 군·구의회 선거구 관련 인천시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81.1%가 중선거구제 취지를 강화하기 위해선 3인 이상 선거구를 대폭 확대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인천시민은 표의 등가성을 원하고 있다. 3인 이상 선거구 확대를 반대하는 시의원은 인천시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리 보전과 당리당략만을 위해 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천시민은 거대 정당의 나눠 먹기식 의석 독식을 반대하고 다양한 정치세력의 지방의회 진출을 원하다. 3인 이상 선거구 확대는 법이 허용한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정치세력과 여성과 청년 등 정치신인의 군·구의회 진출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다.

시민사회는 시의회의 군·구의회 선거구 확정 과정과 시의원 개개인의 결정을 감시하고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또한 민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시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낙천 낙선운동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시의회가 민심에 반하지 않고 풀뿌리 지방정치 발전을 위한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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