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문제를 심층 진단하며 대안과 상상력 제시

 

새얼문화재단이 최근 발행한 계간 ‘황해문화’ 2018년 봄호(통권 98호)가 특집으로 다룬 ‘가족의 미래, 사회의 재구성’이 눈길을 끈다.

‘가족’이라는 개념은 단일하게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각 가정이 처한 사회적ㆍ물질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의 가정들은 ‘수저계급론’과 양극화, 세대 갈등 등으로 해체 위기에 처해 있다. ‘황해문화’의 이번 호 특집은 가정 해체를 촉진하는 사회적 원인과 가정 내 복잡한 권력 관계를 진단하고 다양한 시각과 상상력을 제시한다.

황정미 선생(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은 특집의 총론에 해당하는 ‘한국인에게 가족은 무엇인가’에서 가족 형태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여전히 운명공동체로 여기는 문화가 팽배한 이유를 분석한다. 그는 운명공동체로서 가족문화가 강화된 배경으로 “국가가 주도한 산업화와 압축적 개발근대의 과정”을 얘기한다. 그 핵심 이유로 “저임금과 복지 부재라는 사회적 조건에서 노동력 재생산 비용은 고스란히 사적인 영역, 가족에게 전가됐다”고 덧붙인다. 이 과정으로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단순히 경제적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공동체로서 하나의 신화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는 가족에게 모든 사회적 책무를 떠넘긴 국가이다. 황 선생은 제도적 실패와 모순을 계속해서 성찰하지 않는다면, 가족의 위기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 날카롭게 진단한다.

이어진 글들에서는 가장 친밀한 관계인 가족 내에서도 수직적 위계가 공고히 존재함을 지적한다. 위계 속에서 억압받는 어린이ㆍ여성ㆍ노인의 모습은 ‘따뜻한 가정’이라는 신화의 암적인 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2016년 아동학대 1만 8576건 중 가정에서 일어난 학대가 1만 4981건으로 전체 80.7%를 차지한다. 또한, 노인학대 가해자 비율 1위는 50%로 아들이며, 2위가 딸이다. ‘그 가족은 노인에게도 답이 아니다’에서 노인학대를 분석한 최현숙 작가는 가족이 “돌봄과 양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권력관계”라면서 노인을 포함한 가정 내 약자들이 “저성장과 양극화로 인한 좌절과 분노로 가족의 경계 너머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한다.

글쓴이들은 고령사회ㆍ저성장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가족 내 약자 소외와 학대는 개별 가정의 일로 축소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정치가 나서 “중장기적 기획”으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조은주 명지대학교 교수는 ‘가족 이후에 관한 질문들’에서 “가족의 모습은 고정된 것이 아니므로 가족을 구성해냈던 지난 시대의 조건들이 사라진 이후,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조 교수는 가족 문제가 결국 사회문제이므로 “단지 인구절벽, 저출산의 위기로만 진단하고, 표피적 처방에 그친다면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방치하게 될 것”이라며 “노동정책ㆍ교육정책ㆍ성평등을 비롯한 공공성 강화와 다양한 가족 구성을 사회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해답을 제시한다.

특집 이외에도 비평 부분에서는 혼혈 입양인ㆍ원자력 발전소ㆍ비트코인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다뤘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차별과 배제를 공정성이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근거로 ‘공정성’이 소환되는 현실을 분석하며 차별과 배제를 넘어 공감과 연대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또한, 한만송 경인방송iFM 기자는 ‘우리가 잊은, 잊고자 했던 혼혈 입양인’에서 한국이 ‘고아수출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복지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 이광일 황해문화 편집위원의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모델, 민주주의를 담보할 갈등 해결의 보도인가’와 전성인 홍익대 교수의 ‘암호화폐,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할 것인가’ 등이 실렸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