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임야 개발허가 내준 공무원, “농업기술센터가 부탁해서”

▲ 옹진군 백령면(백령도) 남포리 임야 개간 현장.

옹진군(군수 조윤길)이 지난해 실시한 백령도 임야 개간 사업이 ‘공무원 셀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옹진군이 지난해 허가를 내준 임야 개간 사업부지가 알고 보니 허가 부서 책임자의 아버지 소유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옹진군은 지난해 1월 군 농업기술센터가 백령면 진촌지구 시험재배지 복토에 필요한 토사를 채취하기 위해 신청한 남포리 산1○○번지(=4만 6535㎡) 개발행위(=토석 채취) 사업계획을 허가했다.

농업기술센터는 군비 6억 2000만원을 들여 해당 임야 중 2만 9000㎡를 개간, 토사 10만 2000㎥를 채취해 시험재배지에 복토했다. 예산은 주로 임야 굴착비, 토사 운반비, 복토비, 절개된 임야 조경비, 폐기물 처리비로 쓰였다.

임야 개간을 신청한 기관은 농업기술센터고, 이를 허가해준 부서는 건축민원과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해당 임야가 건축민원과장의 아버지 소유로 드러났다. 농업기술센터는 “개발행위를 신청할 당시 몰랐다”고 한 뒤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진촌지구 시험재배지는 땅이 부실해 복토를 위한 토사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남포리에 좋은 토사가 있다고 해서 토석장 개발을 신청했다. 나중에서야 해당 임야가 누구 땅인지 알았다”며 “토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고, 양질의 흙을 받아 필요했던 시험재배지를 조성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임야는 개발행위를 허가 받는 게 어려워, 허가가 엄청난 특혜나 다름없다. 토사를 무상으로 제공했다지만, 건축민원과장 일가는 임야를 개발행위가 가능한 평지로 바꾸는 특혜를 받은 셈이다.

아울러 임야가 평지로 바뀌면 땅 값도 오르게 돼있다. 게다가 임야를 평지로 개간하는 데 들어가는 굴착비용, 운반비용, 폐기물 처리비용, 복구비용 등을 모두 군 예산으로 사용했으니 이 또한 특혜나 다름없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건축민원과장은 “해당 임야에서 잡석류의 토사가 나와서 황토 흙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농업기술센터에서 토사 채취를 부탁했다. (집안) 선산이라 부친께 두 번 사정을 해서 이뤄진 사항이다”라며 “복구 시 유실수나 심어 달라고 한 게 전부다. 집안 선산이라 제반 (행정)절차는 더욱 면밀하게 처리했다”고 말했다.

▲ 옹진군 백령면(백령도) 남포리 임야 개간 현장.

농업기술센터는 양질의 토사가 절실했던 상황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었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백령도는 여의도 면적의 6배에 달하는 섬으로 국내 섬 중에서 여덟 번째로 큰 섬이다. 복토를 위한 토사가 필요했더라도 굳이 개발행위 허가 결재라인에 있는 부서장 부친 소유의 임야를 개발해야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토사 채취를 위해 몇 군데 흙을 조사했는데 해당 임야만큼 좋은 토사가 없었다”고 했다. 또, ‘백령도 안에 복토에 쓰이는 양질의 토사가 거기밖에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거기밖에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옹진군의 해명에 대해 현지 주민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민 A씨는 “저런 식으로 자기돈 한 푼 안 들이고 군 예산을 들여 임야를 평지로 만들어준다면 토사 채취 허가를 신청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옹진군은 최근 덕적도에 주민 생필품 구입을 위한 농협 마트 건축 계획을 ‘진입도로 부지 중 일부가 국기게양대 예정 부지’라며 불허한 적이 있다. 덕적도 주민 B씨는 “주민 편익 시설 허가는 그렇게 까다롭게 굴던 옹진군이 멀쩡한 임야를 깎아내고 평지를 만들어 특혜를 주는 일에는 일사천리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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