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사 시민기자의 청소년노동인권이야기 <10>

이로사씨는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의 ‘일하는 청소년 지원 팀장’입니다. 청소년 노동인권 상담을 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냅니다.

▲ 이로사 일하는 청소년 지원팀장

요즘 구인ㆍ구직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계약 종료와 이직이 많은 때라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도 취업전선으로 나오니 흔한 커피숍도 괜찮은 일자리는 이미 누군가가 들어가 있고, 남은 자리를 보면 경력자를 뽑거나 주말 근무라 근무시간이 짧거나 늦은 밤 마감까지 일해야 하는 일자리들이다.

필자도 한 구직 사이트 앱에 검색조건을 바꿔가며 들여다보곤 하는데 예전과 사뭇 다른 구직의 어려움을 감지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한파만큼 춥고 서러운 계절이다.

얼마 전 전화로 상담했던 A의 이야기이다. 사업주는 평소 급여명세서를 주지 않았고, 급여내용을 알려달라고 하면 담당 세무서에 직접 알아보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A는 자신이 받는 월급 중에 얼마가 세금으로 나가고 4대 보험은 얼마나 공제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또, 추가로 일한 시간에 대한 임금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 알려면 급여명세서가 필요했다.

그러나 임금을 지급하는 관리자 중 누구도 이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에 갈등은 여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주가 법을 잘 몰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했다 치더라도 최소한 급여명세서는 제공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는데, 노동자의 지속된 요구를 외면하면 노동자는 사업주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휴식시간에 못 쉬는 문제와 계약서 내용으로 사업주와 실랑이를 벌이던 A는 “당장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A는 상담전화를 걸어 “지금 회사 분위기가 쉬는 시간 못 쉬는 문제를 시정해달라고 하면 해고될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미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더 이상 다니고 싶지 않지만, 노동자에게 해고는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두려운 상황이다.

필자는 구두해고는 효력이 없으니 사업주로부터 문서로 ‘해고통지서’를 받으라고 말했다. 자발적 이직이 아닌 해고임을 확인할 문서가 필요했다. 그래야 해고 무효를 다툴 수 있고, 노동자가 해고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고용보험으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는 사업주가 해고통지서조차 주지 않을 것을 걱정했고, 필자는 차선책으로 사업주와 대화한 걸 모두 녹음하라고 했다. 해고 당일 사업주가 말했던 “당장 그만두라”는 말을 다행히 녹음했고, A는 해고 당일 그동안 쉬지 못하고 노동한 것에 대한 체불임금과 해고예고수당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노동청에 제출하고 조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해고됐으니 이제 남은 건 앞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일이다. 부당함을 시정해줄 것을 요구하다 억울하게 해고당했지만, 4인 이하 고용 사업장에서 해고된 경우 복직을 위해 싸우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 노동법은 4인 이하 고용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 그런데 구인 사업장 중 4인 이하 사업장이 더 많다.

A는 곧바로 실업급여를 신청할 텐데, 고용보험료를 6개월 이상 납부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고용보험 사이트에 들어가 얼마나 납부했는지 혹시 누락된 달은 없는 지 일일이 확인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급여명세서를 한 달에 한 번 제때 주었더라면, 아니 노동자가 요구했을 때 상세히 알려주었다면 노동자는 사업주와 갈등과 생계불안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A가 그랬던 것처럼 불안한 상태로 노동하는 청년이 있다면 당장 오늘부터 노동일지를 적으시라. 하루하루 일을 시작한 시간과 끝난 시간, 일주일 단위로 일한 날과 쉬었던 날만 적어놓아도 한시름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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