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등 반려동물 소유자 대상 국내 최초 조사

반려동물 1000만 개체 시대를 맞은 가운데, 가천대학교 길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상표 교슈와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가 함께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알레르기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9일 발표했다.

두 교수는 지난 2015년 서울에서 열린 반려동물 박람회에 참여한 537명의 반려동물 소유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 중 반려견을 소유한 사람의 25%, 반려고양이를 소유한 사람의 35%가 반려동물 접촉 시 콧물·재채기·피부가려움·기침·호흡곤란 등 알레르기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반려동물과 접촉 시 알레르기 증상을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레르기비염·알레르기결막염·아토피피부염·두드러기·식품알레르기와 같은 알레르기질환이 많았으며, 이런 알레르기질환이 있는 가족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증상별로는 재채기·콧물·코막힘·코가려움 등 비염 증상이 반려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의 74~80%에서 경험할 정도로 가장 흔했고, 다음으로 눈가려움, 발적, 눈물 등 결막염 증상이 65~73%로 뒤를 이었다. 피부가려움·두드러기·발적 등의 피부 증상도 33~55%에서 경험했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드물긴 하지만 기침·가래·호흡곤란·가슴답답함·가슴통증 또는 가슴에서 쌕쌕 소리가 나는 천명과 같은 증상도 반려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의 13~33%가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 반려견과 반려고양이.

특히 반려견 중에서는 치와와를 소유한 사람의 40%가 반려견과 접촉 시 알레르기 증상을 경험했고, 반려고양이의 경우 페르시안이 47.8%로 가장 높은 알레르기 유병률을 보였다.

반려견은 치와와에 이어 요크셔테리어 38.3%, 말티즈 30.1%, 푸들 22.8%, 스피츠 20.8%, 시추 17.6% 순으로 나타났다. 반려고양이의 경우는 페르시안에 이어 터키 앙고라 41.7%, 코리안 숏헤어 38.3%, 스코티시 폴드 26.7% 순이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품종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며, 반려동물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항원 혹은 알레르겐으로 불림)이 주로 침 등 분비물에서 기원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품종보다는 성별과 연령 또는 중성화(수컷의 경우) 여부가 더 중요한 요소로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반려 동물의 특정 품종별로 알레르기 유발성에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알레르겐(혹은 항원)을 얼마나 많이 분비하는지, 알레르겐의 저장고 역할을 하는 털이나 비듬이 얼마나 잘 빠지는지 등 생물학적인 요인뿐 아니라 품종별로 얼마나 사람과 밀접하게 접촉하는지 등 사회문화적인 측면까지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반려동물 소유자 중 알레르기를 경험하는 사람이 35~45%에 이를 정도로 반려동물에 대한 알레르기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흔하며, 기존에 알레르기질환이 있거나 알레르기의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에게 더 잘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따라서 “이런 사람은 가능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것을 권장하지만, 만약 키우게 된다면 털 빠짐이나 친밀도, 행동 습성 등을 고려해 알레르기를 덜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품종을 선택하고 이불세탁과 집안 청소, 털깎이, 옷의 털 제거 등 실내 환경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반려동물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소유주는 병원이나 의원을 방문해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 치료를 받고, 환경 관리나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적으로 심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알레르기 면역요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2018년 1월 발간한 국제저명학술지인 ‘알레르기천식면역연구(Allergy Asthma Immunology Research)’ 학술 잡지에 ‘반려동물박람회에 참가한 한국성인 반려동물 소유자에서의 개, 고양이 알레르기와 항원회피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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