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인하대 명예교수

▲ 박영일 인하대 명예교수
지난해 이미 열띤 논쟁을 겪고 결정한 최저임금 인상을 시행하자, 새해 벽두부터 다시 사회를 분열과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관계 흐름에 대한 무책임한 색깔론과 함께 최대 당파적 쟁점으로 등장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의 과제는 극심한 양극화 완화와 경제력에 상응하는 삶의 질 향상, 지속가능한 안전성장을 위한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을 확립하는 일이다. 기존 성장메커니즘은 노동을 배제한 채 제조업 중심의 ‘저임금ㆍ비용→낮은 제품단가→높은 국제경쟁력→수출 확대’로 이어지는 불균형 성장이었다.

국가는 수출입국이란 구호를 앞세우고 체제와 제도를 들어 자본ㆍ재벌대기업에 온갖 특혜를 제공했고, 기업은 비용을 사회화해 국민에게 부담시키고 이윤만 챙겼다. 담합과 갑질이 횡행하는 약탈적 거래와 고용 없는 생산으로 예기된 낙수효과는 없었다.

그 귀결이 사회ㆍ경제적 불의와 불평등이 만연한 헬조선 현상이다. 불의한 메커니즘은 국민적 저항으로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됐다. 국가가 사람ㆍ노동을 존중하고 국민의 삶을 지키라는 것이 촛불민심이었다. 그래서 지난 대선의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공약한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소득 주도 성장론이 등장했다. 소비성향이 높은 노동 분배 몫을 늘려 ‘임금인상→가계소득 증대→내수 확대→안정 성장’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 곧 성장과 분배가 균형을 이루는 선순환구조를 확립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그 일환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자본주의가 장기침체에 빠지자 거의 모든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수구기득권층의 최저임금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그들은 영세한 중소업체나 자영업자에게 부담만 지워 고용을 위축시킬 뿐, 노동빈곤 완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관계를 비틀고 본말을 뒤집어 일란성 쌍생아인 영세업자와 저임금노동자 사이를 집요하게 분열시킨다. 정부의 영세업자 지원을 포퓰리즘으로 매도한다.

이들의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된다.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가 상생할 수 있게 경제 정의를 실현해야한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자영업자의 노동대가를 보장해야한다. 그동안 비용은 사회화하고 이윤만 챙겨 쌓아둔 재벌대기업의 부가 하위계층으로 흐르게 제도와 관행을 개혁해야한다.

우선 자영업자를 울리는 고질화된 폐해를 척결해야한다. 불공정행위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엄정하게 집행해 재벌대기업ㆍ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과 이윤 독식을 막아야한다. 과중한 임차료를 낮추고, 임차인 권리를 강화해야한다. 카드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노동의 성과를 거저먹는 비생산적 지대추구행위를 척결해야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노동자 가계소득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양극화와 불균형 완화, 지속적인 안정 성장을 향한 경제 재도약을 위한 경제패러다임 혁신의 출발점이다. 멀리 넓게 보면서 사회정의와 경제성장, 민주주의를 함께 아우르는 현대복지국가를 건설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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