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한국당 인천시당, 성과 놓고 갑론을박

문재인 대통령, “해경 인천 환원 올해 안에 마무리”

바다를 놔두고 내륙 세종시로 이전한 해양경찰청(이하 해경)이 올해 다시 인천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1일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에서 “해경 인천 환원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날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를 발표해 “해경은 해상 재난과 서해 치안 등의 업무 특수성을 고려해 인천으로 환원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2014년 5월 해경을 해체했고,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이하 해경본부)로 격하시킨 뒤 세종시로 이전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해경을 부활시키고, 해양수산부의 독립된 외청으로 다시 설치했다. 박근혜 정부의 해체 발표 후 3년여 만의 일이다.

해경본부를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했을 때 인천지역 진보와 보수진영은 힘을 합해 ‘해경본부 인천 존치’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이라고 거세게 비판했으나, 박근혜 정부는 이전을 강행했다.

해경본부 세종시 이전 문제는 2016년 총선 때 쟁점으로 부각했다. 해경본부 인천 존치 대책위가 각 정당 인천시당과 무소속 후보자에게 그 입장을 물었을 때,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인천시당과 무소속 윤상현 후보는 침묵했다.

해경본부로 격하되자 해경의 사기는 떨어졌고, 해경 해체 소식을 접한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은 서해 5도 수역 어장에서 활개를 쳤다. 2014년 11월 해경이 해체될 때 한ㆍ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었는데도 중국어선 1000여척이 몰려들었다.

해경본부 이전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박근혜 정부는 중부지방해경본부를 인천에 두고, 서해 5도 특별경비단을 창설하는 것으로 인천과 서해 5도의 여론을 달래려했다.

그러나 해경본부를 인천에 다시 둬야한다는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아울러 해경본부 인천 존치 여론은 ‘해경 부활’ 여론으로 확산됐고, 해경본부 인천 존치 대책위는 ‘해경 부활과 인천 환원’ 대책위로 전환했다.

이는 지난해 5월 대선에서 다시 화두로 부각했다. 원내 정당 5개 인천시당이 먼저 ‘해경 부활과 인천 환원’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대선 후보들이 인천을 방문해 이를 공약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경 인천 환원을 올해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하자, 인천시와 여야 정당은 논평을 내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인천시와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인천시민사회소통네트워크는 “우리는 선거 당시 공약한 인천시민과의 약속을 지켜주신 문 대통령의 결단에 환영과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한 뒤 “인천시민의 ‘해경 부활, 인천 환원’ 운동은 국민안전과 국가안위, 해양ㆍ영토주권 수호를 염원하는 국민적 요구에서 출발했다. 국민의 승리다”라고 밝혔다.

가라할 땐 언제고 다시 오라니, 말도 못하고

행정안전부는 지난 2월 2일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육성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세종시으로 이전하고, 해경의 경우 해상 재난과 서해 치안 수요 등의 업무 특수성을 고려해 인천으로 환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행복도시법(신 행정수도 후속 대책을 위한 연기ㆍ공주지역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부처 이전에 필요한 공청회, 관계기관 협의, 대통령 승인, 고시 등의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는 이르면 올 3월에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 계획 변경안’을 고시할 예정이다. 해경 인천 환원으로 인천으로 옮기는 해경 본청 직원은 약 450명이다.

정부가 해경 인천 환원을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우선 올해 해경 예산에 이전비용이 반영돼있지 않다. 인천에 오려면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 등이 필요하고, 당장 건물 임차료라도 있어야한다.

해경 본청이 원래 입주했던 연수구 송도 청사는 현재 중부지방해경본부와 인천해양경찰서가 사용하고 있다. 중부지방해경본부 소속 120여명과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500여명이 사용하고 있어, 추가 입주는 불가능하다.

해경 본청이 입주해야하니 중부지방해경본부와 인천해양경찰서더러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원래 인천해양경찰서가 사용하던 월미도 부근 청사를 서해 5도 특별경비단 440여명이 사용하고 있다.

즉, 해경 본청이 올해 인천에 오려면 새 청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건물을 당장 지을 수 없는 만큼 새 청사가 마련될 때까지 건물을 임차해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에서 이전비용을 마련하더라도 과제는 남는다. 정부 정책이라 해경이 공식적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해경 직원 대부분이 인천 환원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인천에 있는 집을 팔고 새 집을 구해 가족과 함께 이사했는데, 이제 다시 인천으로 가야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것이다. 가라고 해서 갔는데, 다시 오라니 말도 못하고 끙끙 앓는 분위기다.

게다가 송도 집값이 비싸 부담이 큰 데다, 세종시로 이전할 때는 정주지원비로 2년간 매달 20만원을 지급받았는데, 인천은 수도권에 해당해 이 같은 지원이 전혀 없다.

민주당, “해경 이전 방관한 한국당 숟가락 얹을 자격 없다”
한국당, 인천시 추켜세우며 “민주당이 한 것 마냥 떠든다”

해경 인천 환원이 확정되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인천시당은 나란히 ‘환영한다’는 논평을 발표하며 서로 비판했다. 해경 이전이 정치권의 화두였던 만큼, 성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 박남춘)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해경 부활, 인천 환원’ 약속을 지켰다”며 “박근혜 정권이 해체를 밀어붙이고 인천시와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이 수수방관한 해경 문제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부활시키고 인천 환원까지 이뤄냈다”고 했다.

또한 “해경 해체 직후부터 해경 부활, 인천 환원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했다”며 “19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의 대선 공약에 채택될 수 있게 노력해 공약하게 했고, 대통령이 연내 인천 환원을 공식 선언하며 마침표를 찍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 7시간’을 은폐하기 위해 로비와 압력을 가한 사실이 언론보도로 드러났다. ‘친박’ 권력놀음 중이던 인천시장과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세월호 진실 규명은커녕 해경 해체를 막기 위해 노력했을 리 만무하다”며 “인천시와 자유한국당은 해경 부활, 인천 환원에 숟가락을 얹을 자격이 없다”고 쏘아 붙였다.

자유한국당 인천시당(위원장 민경욱)도 논평에서 “해경 인천 환원을 환영한다. 해경 인천 환원은 불법 중국어선 단속과 서해 5도의 안보를 위한 필연적 결과다. 300만 인천시민과 함께 일군 성과라 매우 뜻깊다”고 평했다.

이어서 “인천시는 해경 부활과 인천 환원을 위해 2015년 해경본부 인천 존치를 위한 시민대책위가 결성될 때부터 2017년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해경이 부활될 때까지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단체와 소통하며 노력을 다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덧붙여 “국회의원들이 각종 간담회와 토론회를 적극 지원하며 인천시, 시민단체와 소통과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신들을 비판한 민주당을 향해서는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인천 환원이 달성되자 마치 자신들이 뭐라도 한 것 마냥 떠들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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