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밤, 보름을 맞아 환하던 달이 점점 무언가에 가려지더니 얼마 후 달 전체가 붉게 변했다. 이 장면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에스엔에스(SNS)에 올렸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개기월식이다.

개기월식은 한자로 ‘달 전체에 좀이 슬다’는 뜻이다. 부분적으로 ‘좀이 스는’ 부분 월식도 있다. 달을 좀먹는 것은 바로 지구의 그림자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태양빛을 받아야 빛이 날 텐데 이걸 지구가 가려버린 것이다.

 

월식은 태양-지구-달이 순서대로 일직선이 됐을 때에만 일어난다. 혹, 월식의 원리가 어려운 이들에게 쉬운 예를 들기 위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한밤중에 작은 조명을 켜야 할 때가 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옆에서 자고 있던 고양이가 눈을 뜬다. 갑작스런 빛에 눈이 부신지 얼굴을 찡그린다.

이럴 때, 손으로 조명을 가려주면 고양이 표정이 금세 편안해진다. 조명(태양)-손(지구)-고양이(달)가 일직선이 돼야만 제대로 빛을 가릴 수 있다. 손 입장에선 고양이 얼굴에서 월식이 일어나는 것이다.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이 되면 보름달이 뜬다. 그래서 월식은 보름달이 떴을 때에만 나타난다.

보름달은 매달 한 번 뜨지만 그때마다 월식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지구와 달의 공전궤도가 약 5도 정도 차이나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을 돌면서 선을 그린다고 상상해보면, 원이 하나 나온다. 마찬가지로 달도 원을 그리며 지구 주위를 돈다. 이 두 개의 원이 평평한 책상 위에 놓여 있지 않고 둘 중 하나가 약간 책상 위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튀어나와 있는 것이다.

키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섰을 때, 머리의 위치는 하늘이나 지하에서 보면 일직선이지만 옆에서 보면 오르락내리락 한다. 머리 위치를 정확히 일렬로 맞추려면 키까지 같아야한다. 우주 공간에서 태양-지구-달이 키까지 같아지는 순간이 가끔 찾아온다. 이번 개기일식을 봤다면, 바로 그 드문 순간을 함께한 것이다.

그래도 월식은 그나마 보기가 쉽다. 한낮에 햇빛이 사라져버리는 일식은 정말이지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지구와 달은 가까이 붙어 있지만 해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태양의 크기는 달의 400배가 넘지만 지구에선 비슷한 크기로 보일 정도다. 달이 태양을 가리는 것을 눈으로 본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달의 그림자 안에 서는 일이다. 그림자 밖에선 태양이 아주 잘 보일 테니까.

달은 크기도 작은 데다 태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물체는 광원에서 멀어질수록 그림자가 작아진다. 일식을 보려면 어떻게든 그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달그림자는 지구에 넓게 드리워지지 않는다. 게다가 내 머리 위에서 그 일이 벌어질 확률이란! 오히려 달에선 지구가 해를 가리는 일식을 보기가 한결 쉽다. 달보다 네 배나 큰 지구가 달의 넓은 지역에 그림자를 드리우기 때문이다. 우리가 개기월식을 본 바로 그 날, 달에선 일식이 일어났을 것이다. 한낮에 갑자기 어두컴컴해지는 장엄한 풍경에 토끼는 겁을 먹고 떡방아 질을 잠시 멈추지 않았을까.

‘다음 개기월식은 7년 후인 2018년 1월 31일이란다. 또 한겨울이다. 그때는 더 두툼한 옷을 입고, 훤한 보름달이 ‘이스러지는’ 걸 봐야겠다. 그때도 해와 달은 변함이 없겠지만, 아, 내 나이는!’

2011년 12월 21일자 이 지면에 실렸던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밖에서 달을 보느라 추위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땐 다음 개기월식을 볼 날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는데, 벌써 지나간 일이 돼버렸다. 다음 개기월식은 7년 후인 2025년 9월 7일 일요일 밤이다. 가을 문턱에서 맞이할 개기월식은 이번과는 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그날도 날이 맑았으면 좋겠다. 아, 그때의 내 나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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