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납품 업체 행정조치도 안 해…“인천경제청 세금낭비 주도하는 꼴”

▲세금 낭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인천 송도1교 전광판 탑(ING Tower).
인천시가 예산 16억원을 들여 송도1교에 설치한 전광판 탑(ING Tower) 철거가 지난해 8월 확정된 가운데, 철거비용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부담하기로 해 세금 낭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폭 2.7m, 높이 17m 규모로 세 개가 설치된 이 전광판 탑은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앞둔 2008년 11월에 인천도시철도 1호선 동막역에서 송도로 진입하는 송도1교 입구에 설치됐다.

시는 당시 이 조형물 세 개가 각각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ㆍ청라ㆍ영종지구를 의미하고, 역사다리 꼴 형태의 탑 모양은 광개토대왕비를 상징하며, LED전구가 뿜는 빛은 뻗어나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표현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전광판 탑은 준공 이후 잦은 고장으로 가동과 중단을 반복했고, 결국 준공 2년 만인 2010년 12월에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옥외광고물법 위반’이라는 시 감사관실과 연수구의 지적도 있었다.

전광판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이유는, 시공 업체가 부실부품을 써 LED소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체는 설계서류에 나와 있는 일본산 LED소자를 사용하지 않고, 가격이 저렴한 국산 LED소자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세금 1억 3800만원이 날아갔다. 지방자치단체와 맺은 계약에서 부실납품을 했다는 것은 ‘지방계약법(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위반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관련 공무원들은 이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아 시 감사관실의 조사를 받고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경징계나 훈계 등의 처분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일었고, 부실납품 업체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 이후 인천경제청은 ‘전광판이 아닌 단순 조형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불도 들어오지 않는 전광판을 조형물로 운영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시설 점검에서 ‘위험시설’로 판정돼, 철거해야하는 상황이다. 철거비용은 2800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세금 낭비의 상징물’이 된 전광판 탑을 철거하는 데도 세금을 써야하는 상황임에도, 인천경제청은 시공 업체에 구상권 청구와 같은 책임을 물을 계획이 전혀 없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작년에 진행한 안전진단에서 위험시설로 나와 철거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반영했다. 당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알지만, 10년 전에 진행된 사업이라 이제 와서 업체에 책임을 묻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이 10년간 문제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모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해당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았고, 입찰을 제한하는 등의 제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부실납품을 하는 등 업체가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행정적 책임이라도 물어야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시민들이 낸 세금 낭비를 방기하는 것이고, 오히려 세금 낭비를 주도하는 꼴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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