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지난 1월 15일 저녁 부평역 근처에서 지인들과 기분 좋게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고 집에 왔다. 그 다음날 무서운 뉴스를 접했다. 부평역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성이 한 남성에게 무차별 폭력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 순간 내가 겪은 성폭력의 기억, 여성들이 당한 성폭력 기록들이 겹치며 공포에 휩싸였다.

‘강남역 10번 출구’ 여성혐오 범죄는 어디에서나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은 여자라는 이유로 폭력을 당하고 죽임을 당해야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이게 한 사건이었다. 인천의 여성단체들은 1월 18일 ‘부평역 여성 폭행사건 발생, 여성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 다음날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성이기에 폭력을 당했고, 범행 동기가 ‘무시’라는 건,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갈 수 있을까, 생각하는 와중에 또다시 무서운 뉴스를 접했다. 여성 혼자 있던 미용실에 40대 남자가 들어와 폭행했다는 것이다. 그는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였고, 피해여성이 재발을 막기 위해 언론에 제보했기에 알려졌다.

여성 폭력 사건을 접할 때마다 도대체 여성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걸까, 생각한다. 거리를 다닐 때 눈이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다니면 되는 걸까? 혼자 다니지 말고, 혼자 일하지 않으면 되는 걸까? 집에 일찍 들어가면 되는 걸까? 모두 다 범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어떤 여성이든 혼자 다닐 수밖에 없는, 혼자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상적으로 공포를 겪어야하는 상황을 바꾸는 데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멈추는 것은 모두의 과제가 돼야한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과 무시가 팽배한 사회문화를 바꾸는 게 절실하다.

우리 몸의 중심이 어디인가라고 했을 때, 보통 머리와 가슴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몸이 아플 때 우리 몸의 중심은 아픈 부위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중심은 사회적 약자가 돼야한다. 혐오와 폭력의 대상이 되고,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사람들이 존중받고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는 사회구성원들의 노력이 하나하나 모아질 때 해결할 수 있다.

시민들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갈 때, 공공기관은 무엇을 해야 할까. 폭력을 당한 여성에게 필요한 수술비나 이후 심리치료와 사회생활로 복귀과정 등에서 여러 가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피해자 지원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건물이든, 거리든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조치를 취해야한다.

당장 모든 건물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대안적 공간모델을 만드는 것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가정폭력ㆍ성폭력 관련법이 있지만, 다 담고 있지 못한 디지털성범죄ㆍ여성혐오범죄ㆍ데이트성폭력 등을 포함한 젠더폭력 방지 정책을 수립해야한다.

누구나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약자의 시각에서 관련정책과 사회문화를 만들어갈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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