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장실도 맘대로 못가는 세상
[사설] 화장실도 맘대로 못가는 세상
  • 인천투데이
  • 승인 2018.01.2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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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지나는 곳인데 한 여성이 무참히 폭행당했다. 이제 더 이상 여성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 “화장실 가는 일이 두렵다. 남자화장실 통로가 여자화장실 앞을 지나는 곳이 많아 혼자 있을 때는 가지 않는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돈을 내고서라도 가게 화장실을 이용한다” 부평역 인근 여자화장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폭행 사건에 대한 인천 여성들의 반응이다.

지난 14일 오후 8시께 부평역 인근 한 건물 여자화장실에서 이 건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둔기로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피해 여성은 두개골 골절상 수술을 받은 뒤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사건 발생 5일 만에 경기도 일산 자택에 숨어있던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고, 그 용의자는 47세 남성으로 알려졌다.

범행 동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2016년 5월 17일 새벽 1시께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서초동의 한 노래방 건물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발생한 ‘강남 묻지 마 살인사건’에 이어 공포와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대에 도심 한복판 화장실에서 발생한 끔찍한 범행이라, ‘이제 더 이상 여성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는 공포감에 더욱 휩싸이게 했다. 나도, 내 가족도, 내 이웃도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극심한 공포감이다.

또한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에 따른 것인지는 범행 동기 등이 밝혀져야 알겠지만, ‘강남 묻지 마 살인 사건’ 이후 여성 혐오와 적의, 폭력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실효성이 없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법과 제도, 행정,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예방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여성단체들이 호소하고 촉구하는 이유다.

여성폭력 범죄는 여성 차별적 사회구조와 인식에서 비롯한다. 가부장적 사회분위기와 ‘여성이 더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이 합쳐진 여성혐오에서도 비롯한다. 그래서 현 사회구조와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사실상 예방대책이다.

여성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야하고, 성차별 금지와 성평등 의식, 인권 감수성을 키우고 확장하는 교육을 학교와 직장 등에서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실시해야한다. 이를 강제할 제도 개선과 정부재정 투자가 앞서야한다. 그렇게 의식적, 물질적 기반을 쌓아가는 게 화장실도 맘대로 못가는 비정상을 멈추는 길이고, 공존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그동안 여성폭력 범죄 발생 후 정부당국이 보여 온 일시적 치안 강화를 넘어, 일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근본적 예방대책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