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을 우물거리며 글을 쓴다. 요 며칠 감기몸살을 앓았다. 며칠 누워서 쉬었더니 열과 근육통은 사라졌다. 다만 기침이 아직 떠나지 않고 있다. 목을 시원하게 해줄 뭔가가 필요해 허브 사탕을 한 통 사왔다. 사탕을 녹여 먹고 있자니 텁텁했던 목과 입안이 시원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시원함을 느끼는 이유는 사탕에 들어 있는 ‘멘톨’ 성분 때문이다. 멘톨은 페퍼민트나 박하의 잎과 줄기에서 추출한 물질로 특유의 청량한 맛과 향이 있어 음식이나 화장품, 의약품 등에 많이 쓰인다. 멘톨에는 한 가지 특이한 성질이 있다. 바로 우리 몸의 냉점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피부와 점막에는 온도를 감지하는 온점과 냉점, 누르는 힘을 느끼는 촉점(압점), 고통을 느끼는 통점 등, 감각점 네 가지가 분포해있다. 이중 온점과 냉점은 온도 범위에 따라 자극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다르다.

 
특이하게도 멘톨은 25℃ 이하의 차가움을 감지하는 수용체(TRPM8)를 자극해 대뇌에 시원함을 전달한다. 멘톨이 들어 있는 치약으로 양치질을 하거나 로션을 바른다고 해서 몸이 실제로 차가워지는 것이 아님에도 뇌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멘톨 사탕의 청량감은 맛이나 향이 아니라 감각이다.

매운맛을 느끼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다. 이제는 매운맛이 혀의 미뢰(味蕾)로 감지하는 ‘맛’이 아니라 혀의 통점을 자극하는 통각이란 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 같다. 고추의 캡사이신이나 후추의 피페린, 생강의 진저롤, 마늘의 알리신은 모두 매운맛을 내는 물질이다. 이들은 43℃ 이상의 온도를 느끼는 통각 수용체인 TRPV1의 문을 두드려 활성화시킨다. 43℃ 이상의 온도에 통각 수용체가 반응하는 이유는, 이 온도가 세포에 물리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온도이기 때문이다. TRPV1은 화상센서 역할을 하며 뜨거운 온도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

그래서 매운 것이 혀나 피부에 닿으면, 뇌는 몸이 ‘타고 있다’고 느낀다. 캡사이신의 농도가 진할수록 통증도 심해진다. 땀이 많이 나고 심장도 빨리 뛴다. 모두 뇌의 착각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식물이 매운맛을 갖게 된 이유는 포유류와 균류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다. 매운맛을 내는 물질들은 씨앗의 균을 죽이는 항균작용을 한다. 게다가 포유동물은 TRPV1 수용체를 가지고 있어 매운 고추를 먹지 못한다. 어떤 물질을 만들려면 많은 열량과 노동이 필요하다. 열매를 덜 맺거나 성장이 더딜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식물 입장에선 매운 물질을 만드는 것이 번식과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

단, 새들은 고추를 맘껏 먹을 수 있다. 새들에게도 TRPV1이 있어 열을 감지할 수 있지만 사람이나 포유동물과 구조가 달라 캡사이신이 달라붙지 않는다. 새는 고추의 과육을 먹고 씨앗을 온전히 바깥으로 내보내 씨앗을 퍼트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고추가 이걸 어떻게 알고 캡사이신을 만든 건지, 참 똑똑하다.

캡사이신과 피페린, 진저롤은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물질이다. 혀에 남은 매운맛을 없애고 싶을 때 물을 마시는 것은 도움이 그리 되지 않는다. 뜨거운 물이 찬물보다 낫다는 통설도 잘못된 것이다. 뜨거운 물은 통증을 배가할 뿐이다. 이럴 땐 우유를 마시면 좋다.

우유의 지방산이 혀에 눌러 앉은 캡사이신을 흡수해 내려 보낸다. 캡사이신이 직접 위를 상하게 한다는 증거는 없다. 매운맛은 혀의 감각을 무디게 하기 때문에 매운 음식은 간이 센 경우가 많다. 매운 음식에 많이 들어간 소금이 위에 더 해롭다. 다만, 캡사이신이 소화운동을 너무 촉진한 탓에 미처 흡수되지 않은 캡사이신이 대장까지 빠르게 내려갔을 때, 다음 날 힘든 아침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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