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인천의 청년단체를 만나다 ④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

우리나라 청년들의 삶이 고달프다. 높은 실업율과 낮은 임금, 고용 불안정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삶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세상 탓만 하지 않고, 그렇다고 오로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을 향한 삶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청년들도 있다. 새해를 맞아 그들의 희망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청년’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문화예술이 아닐까. 그만큼 많은 청년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 재능을 갖추고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활동은 서울로 나아가기 위한 전 단계 정도로 인식되기도 한다. 많은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홍대 거리나 대학로 같은 서울의 유명한 문화거리에서 활동하고 싶어 한다. 지역에는 그런 공간이나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것이 이유 중 하나다. 그렇게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서울을 좇다보면 지역주민들은 문화예술을 접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에도 ‘대학로 같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문화예술로 지역에 숨을 불어넣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지난 18일 남동구 만수동에 위치한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을 찾아가 정윤호 대표를 만났다.

주로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 정윤호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 대표.
지역에서 문화예술 기획 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꿈이 있는 청년들이 모여 뜻을 이루는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이하 ‘뜻’)의 대표를 맡고 있다. 지역에서 청년들과 함께 문화예술로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는 기획 활동을 주로 한다.

‘뜻’은 어떤 단체이고, 어떤 활동을 하나?

청소년 시절부터 인천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했던 청년들이 모여 새로운 인천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지역에 다양한 문화예술 거점을 만들고 지역공동체를 형성해 지역을 ‘꿈꾸는 문화놀이터’로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한다.

지역 행사를 위탁받아 운영하기도 하고, 조합원들이 문화예술을 하는 청년들이다 보니 교육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 사무실에 카페를 둬, 동네 아이들이 그냥 와서 놀다 가는 공간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오늘 오전에도 초등학생들이 와서 보드게임하고 놀다 갔다. 사실 카페는 수익에 도움이 안 되는데, 지역 주민들이 와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시작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했나?

청소년 시절부터 연극 활동을 했다. 그러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그 관계가 청년이 될 때까지 이어져 ‘우리 같은 친구들이 힘을 모아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비공식적으로 ‘광기’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다가 2012년에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돼 법인을 설립했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친구들 대부분의 꿈이 서울 진출이었다. 지금은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최종 목표는 서울로 가서 활동하고 인정받는 것이다. 나도 고등학교 때는 대학로에 가서 연극하는 게 꿈이었다.

그러다가 반대로, ‘인천에 대학로 같은 공간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길거리 공연 등을 시작했다. 부평 문화의거리에서 처음 시작했는데, 막상 가보니 문화의거리라면서 무대 하나 없어서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세트를 들고 다니면서 공연했고, 부평구나 상인회 등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지금의 무대가 만들어졌다.

인천시청역 지하에서도 비보이 활동하는 친구들이 공연을 시작했는데, 거기서 그 친구들이 춤을 추니까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역장이나 청소년활동지원센터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지금의 무대가 만들어졌다.

이런 작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인천도 가능성이 있겠다 생각했고, 그래서 시작했다.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고 어떻게 모였나?

▲ 섬 예술프로그램으로 진행한 대청초등학교 ‘꿈꾸는 음악 아일랜드 캠프’ 오카리나 교육 장면.
공식적으로 조합원은 현재 열 명이다. 그 중 다섯 명은 실무를 하고 있고, 다섯 명은 취업해 직장을 다니며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 때부터 만나서 같이 시작한 친구들도 있고, 청년 시기에 만나 같이 하는 친구도 있다.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갈 곳을 잃어 새로운 꿈을 찾아보고자 함께하는 친구도 있다.

‘뜻’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은?

문화공간이 만들어지고, 문화가 넘쳐나는 지역을 만들고 싶다. 협동조합의 이름이 꿈꾸는 문화놀이터를 만드는 뜻을 이룬다는 것인데, 이것처럼 지역이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다.

지금 고민하는 지점은 문화예술을 하고 싶고 경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그들이 주체가 돼 자연스럽게 일상에 문화예술이 녹아들게 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흥행했던 난타가 유일하게 적자를 본 곳이 인천이라는 말이 있다. 인천은 문화 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일상적으로 문화예술을 접하면 나아질 것 같다.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경험은?

▲ 청년 네트워크 모임 장면.<사진제공ㆍ꿈꾸는 문화놀이터 뜻>
주로 기획 위주의 사업을 진행하고, 청년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같이 만난다. 1년에 두 번씩은 청년과 청소년이 만나는 ‘청청파티’를 운영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그들이 진로를 문화예술 쪽으로 결정하기도 한다.

가끔은 아이들에게 바람만 넣는다고 싫어하는 부모들도 있다. 실제로 따지러 찾아온 적도 여러 번 있는데, 만나서 얘기하다보면 부모들이 자녀를 너무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다 설명해주면 인정하고 응원하는데, 그 모습을 볼 때 뿌듯하다.

이런 것처럼 활동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예전에 시민축제를 준비할 때도 처음에는 상인들이 장사도 안 되는데 시끄럽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축제가 끝나자 ‘다음에 또 하면 안 되겠냐’는 문의가 들어왔다. 축제로 상권이 살아나니까 그 영향력을 느끼고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도 한다. 이런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청년 기업 대부분이 그렇듯, 자본금이 적다. 처음에 돈 한 푼 없이 시작해서 3년 정도는 빚 갚느라 굉장히 버거웠다. 월급 같은 건 생각도 못했고 돈이 생기는 족족 다시 투자하면서 버텨왔는데, 4년 정도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도약하는 게 어렵다. 축제 계약 건수나 금액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입찰로 할 경우에도 이전에 실적이 있어야 도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000만원짜리 계약을 하려면 이전에 그 정도 수준의 계약을 맺었던 실적이 있어야한다. 실적이 없으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래서 청년 기업들이 2~3년차까지는 그나마 지원을 받아 버티더라도 그 이후에 문제가 생긴다. 이런 정책이 계속되면 결국 하던 업체만 선정될 수밖에 없고, 결국 축제도 성장이 안 된다.

청년의 새로운 아이디어 등, 무언가는 요구하면서 제약이 있으니 참여조차 안 되는 게 안타깝고, 그러다보니 아이디어만 뺏기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처음 창업하는 청년단체에 그런 사기를 당하지 않게끔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잘 이해하는가?

▲ ‘뜻’이 기획한 남동구 장수서창동 문화나눔축제.<사진제공ㆍ꿈꾸는 문화놀이터 뜻>
어차피 그 사람들이 100퍼센트 이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조건 이해시키려하지도 않는다.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좀 부드럽게 돌려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그 결과가 좋게 나오면 다음에는 더 편하게 진행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해시키려 노력하고, 행정적으로 안 된다고 하는 것을 하게 하려 노력하기도 했는데, 결국 안 된다는 건 안 되더라. 그냥 인정하고 접는 방식이 좋은 것 같다.

청년이니까, 나이가 어리니까 무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진 것 같다. 반면, 이해하려 노력하고 많은 도움을 주는 공무원들도 있다.

인천의 청년들에게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는?

인천은 뭐라도 좀 했으면 좋겠다. 청년 지원정책 등, 자료를 찾아보면 인천은 거의 해당되는 게 없다. 300만명이 살고 있는 도시인데, 인천시는 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청년조례도 제정하지 않았는데, 이게 광역시로서 맞는 건가 하는 생각도 한다. 청년들의 활동을 보장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공식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청년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기는 하는데, 그게 정책에 반영이 안 된다. 기본적으로 정책을 만들 때, 당사자들의 제안을 듣고 그 다음에 협의했으면 좋겠는데, 일방적으로 만드는 자리만 있다 보니, 이런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인천시에서 예산을 주고 ‘청년들이 하고 싶은 것 해봐라’ 하면서 믿고 맡겨야하는데, 하려는 것들을 다 자르니까 의미가 없다.

또한 청년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기에는 청소년수련원 등에서 활동을 했는데, 청년이 되니 갈 곳을 잃었다.

19세와 20세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 그저 나이로 기준을 잡고 활동에 제한을 둔다는 것이 억울하고 황당했다. 청년을 위한 공간과 정책을 만들고, 청년들이 직접 운영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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