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인천의 청년단체를 만나다 ③ 전통시장에 젊은 바람을 ‘청풍상회’

우리나라 청년들의 삶이 고달프다. 높은 실업율과 낮은 임금, 고용 불안정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삶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세상 탓만 하지 않고, 그렇다고 오로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을 향한 삶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청년들도 있다. 새해를 맞아 그들의 희망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청년실업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취업이 힘들어진 청년들은 창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도 그럴 것이, 국세청과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한국의 자영업 생존율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20% 정도에 불과하다. 다섯 곳 중 한 곳만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2015년 기준 25.9%로, 오이시디(OECD) 평균인 15.4%보다 훨씬 높아,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ㆍ터키ㆍ멕시코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정부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유행처럼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청년들이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청년몰’ 등 전통시장 청년창업 정책으로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기 위해 청년들을 투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청년몰 역시 성공한 사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이미 죽은 상권에 청년들이 들어갔다고 해서 상권이 기적처럼 일어나지도 않을뿐더러, 지원이 미흡해 성공하지 못한 청년들이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와중에 강화도에 자리를 잡은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공동체나 협동 등 거창한 가치나 뜻을 품고 시작한 게 아니라, 재밌게 먹고살기 위한 일은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2013년 강화 풍물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한 ‘청풍상회’는 화덕피자를 판매하는 ‘화덕식당’으로 시작해 지금은 게스트하우스와 커뮤니티 펍까지 운영하고 있다. 나이는 각자 다르지만 나이로 인한 위계를 없애고자 서로 애칭으로 부른다.

유 마담(유명상), 랙블(김토일), 엠키(신희승), 베니스(조성현), 총총(김선아), 수리(이경미). 이 여섯 명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창업스토리와 그들이 생각하는 지금 청년창업 정책의 문제점을 들었다. 아래는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청풍상회는 어떤 곳인가?

▲ 강화 풍물시장 내 화덕식당. 이 식당에서는 청년들이 강화 특산물을 이용해 화덕피자를 만들어 판매한다. 이뿐만 아니라 ‘강화 속노란 고구마 라떼’ 등 카페음료에서 강화도의 특산물을 접목해 판매한다.
강화도에서 화덕식당이라는 피자집과 스트롱 파이어(strong fire) 펍, 아삭아삭순무민박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거창한 가치를 갖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경제ㆍ문화 기반을 우리 스스로 만들면서 재밌게 살아보자고 생각해 일하고 있다. 큰 틀은 그렇고, 개인마다 하고 싶은 것은 다양하다.

주변 청년들과 스트롱 파이어에서 파티를 한 적도 있다. 디제이(DJ)를 불러 함께 춤을 추고 노래도 부르면서 파티를 한다. 또, 공연도 기획해 진행한다. 주변 가게를 돌면서 릴레이로 공연한 적도 있다. 시장 어머님들과 호흡하고, 지역주민들과 주변 친구들이랑 호흡하면서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청풍상회를 어떻게 시작했나?

정말 별 생각 없이 시작했다. 당장 먹고 살아야하니까 시작한 것이다. 서로 모르는 사이에서, 우연히 만나 이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 화덕피자를 선택한 이유는 전통시장에는 젊은 층이 찾을 수 있는 품목이 마땅히 없으니까 피자가 있으면 적당하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고객층이 젊은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 할머니ㆍ할아버지들도 단골손님으로 자주 오신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단골이 많이 생기고 찾는 손님들이 많아져, 게스트하우스와 펍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과 사업하다보면 의견이 나뉘거나 다툼도 있을 텐데, 어떻게 해결하나?

정말 만날 싸운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우리는 협업 경험이 아예 없었던 것 같다. 초ㆍ중ㆍ고교를 나와 대학을 다니면서까지 협업 경험이 없다. 조별과제 같은 건 협업이 아니다.

함께하기 위해서는 솔직함과 투명함,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감정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배운 것 같다. 우리가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도 각자의 삶이 성장한다는 부분에서 많이 배운 것 같다.

수익분배나 의사결정은 어떻게 하나?

우리는 개인사업자로 등록돼있지만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한다. 수익이 나면 공동으로 분배하고, 결정해야할 사항이 있으면 함께 결정한다.

인천에서 문화기획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는 한 번에 많은 것을 바꾸고 싶었다. 그런데 결국 많은 것이 바뀌면 잃는 것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되는데, 빨리 성과를 내려하니까 그런 것 같다. 3개월이든, 6개월이든 층을 쌓아간다는 느낌으로, 긴 호흡으로 가고자하는 방향을 천천히 이해하면서 함께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시작했나?

▲ 청풍상회 유 마담으로 불리는 유명상씨. 청풍상회를 운영하는 청년들은 서로 위계를 없애기 위해 대표 같은 직책이 없고, 애칭으로 부른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협동조합을 탐방했다.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해하고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협동조합 형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협업을 하는 의식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볼로냐에서 협동조합을 보면서 재밌게 생각했던 게 있다. 볼로냐 남부 사람들은 정이 많고 진득한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한 느낌이라면, 북부사람들은 계산적이다. 그런데 협동조합을 보면 북부 쪽이 더 잘 운영된다. 그 모습을 보면서 협업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서로 뒤끝 없이 확실하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협력하고 협업한다는 것은 진득한 정이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꼭 그게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다.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처음에는 여기서 살아남는 게 목표였다. 우리의 상황이 다른 청년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까지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5년간 강화에서 버티면서 이제는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그 전까지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당장 눈앞만 봤는데, 이제는 새로운 고민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보람을 느낀다.

지원을 받는 것도 있는데, 처음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생각해서 맞지 않다고 판단하면 받지 않는다. 지원은 꼭 필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됐다.

청년몰 등 시장 내 청년창업 정책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이런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지원정책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물웅덩이가 하나 있는데 낚싯대를 주고 물고기를 잡으라고 하는 거다. 물고기가 없는 상태인데도 말이다. 아무리 좋은 낚싯대를 줘도 결국에는 안 된다.

창업하는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어야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치밀한 계획도 필요하다. 큰 강이나 바다처럼 물고기가 많은 곳에서 시작할 수 있어야한다. 인천은 이런 준비나 정책이 형편없는 상황이다.

결국 공공시스템이 바뀌어야하는 것이다. 관에서는 과정중심이 아니라 결과중심으로 진행하는데, 생각해보면 청년몰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정책이다. 보통 장사하려면 3년은 있어야하는데, 지금 진행하는 것을 보면 길어도 1년 안에 성과를 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잠깐 성과를 내더라도, 그 뒤를 버틸 역량이 남을 수 없다. 이런 사업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 강화 풍물시장 건너편에 있는 커뮤니티 펍 스트롱파이어와 아삭아삭순무민박 게스트하우스. 1층은 식당 겸 펍으로, 2~3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한다.
사업을 진행하는 걸 보면, 공공은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망한 상권에 청년몰을 조성하고 ‘너희가 들어가서 살려봐’ 하는 식인데, 결국 힘없는 개인들만 빚을 지고 책임을 진다. 자영업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통계로 보더라도 굉장히 낮은데, 청년들에게는 그걸 강요한다.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거다. 애초 가정이 잘못됐다. 성공할 거라고 가정하고 시작해서 실패하면 책임을 지게 하니까, 잘못된 것이다. 1년도 안 되는 시간이라면 실패하는 게 당연하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될 것 같다. 만약 알토란같은 구월동에 있는 부지에 청년몰을 조성한다고 하면 망해서 나가지 않을 것이다. 작은 공간이라도 공공에서 부지를 사서 청년몰은 조성하면 된다.

또, 실패해도 괜찮게 만들어주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길게 호흡하고 버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가까운 서울만 보더라도, 완전하진 않지만 인천보다 훨씬 잘돼있다. 그래서 블랙홀처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빨아들인다. 그만큼 인천은 청년들을 뺏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을 위해 지금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기성세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청년들이 움직여서 우리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가 공감하고 함께 만들어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시작은 청년들이 하겠지만 결국 그것을 만들어가는 것은 권력을 쥐고 있는 기성세대가 얼마나 양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기성세대들이 바턴을 넘겨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권력을 쥐고 ‘내가 다 할 수 있어’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환경을 만들려면 다음 세대에 바턴을 넘겨줘야한다.

우리도 지금 기성세대와 똑같이 되지 않으려면, 다음 세대에 어떤 것들을 보여주고 넘겨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한다. 나도 기성세대가 되고 있는데, ‘이번 생은 망했다’라고 생각하면서 다음 세대에는 이 꼴은 보여주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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