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희 극작가

▲ 고동희 극작가
올겨울 들어 가장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인천 문화계는 애관극장으로 뜨겁다. 한 세기를 훌쩍 넘긴 역사를 지닌 애관극장의 매각설이 돌면서 또 하나의 근대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에서다.

문화계 인사들이 서둘러 애관극장의 보존방안을 강구하고 나선 데에는 인천이 지닌 귀중한 문화유산들을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속절없이 무너뜨린 사태를 이미 수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짓겠다는 ‘거창한’ 명분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비누공장이었던 애경사를 일거에 철거해버린 게 몇 달 전 일이고,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가톨릭회관을 무너뜨린 건 지난달의 일이다.

인천은 물론이고 한국 근대문화유산의 보고라 할 신포동과 경동 일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이미 목도한 상황에서 애관극장의 매각설로 문화계와 시민사회가 또 다시 크게 염려하고 있다. 애관극장 매각은 또 하나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잃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애관극장은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근대연극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공연장이다. 인천에서 공연한 최초의 근대연극이 바로 애관극장의 전신인 협률사에서 1913년에 올린 공연이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극장으로 알려진 서울의 협률사보다 인천의 협률사가 7년이나 앞서 세워졌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연극사나 극장사에서 문화적ㆍ 역사적 가치가 높다.

협률사는 이후 축항사라는 이름으로 개축됐다가 1927년 ‘애관’이라는 이름으로 신축되면서 연극과 함께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으로 변신했고, 이후 영화 상영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애관극장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천시민들에게 문화적 상징으로 인식돼 왔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대형 극장들이 곳곳에 들어선 이후 경영상의 어려움이 미루어 짐작되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인천 극장의 명맥을 유지해온 점은 진심으로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극장주가 모든 어려움을 안고 애관이라는 이름을 유지해주길 바랄 수만도 없다.

애관극장의 보존에 시민사회가 나서야할 이유다. 갑작스런 매각설에 문화계를 중심으로 보존 목소리가 높다. 여러 사람이 자발적인 모임을 만들어 대책을 찾고 있으며, 대체로 공공 영역에서 매입하고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다행히 매입 등 적정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게 인천시 입장이다.

애관극장의 활용성은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상영관을 극장의 역사를 모은 전시관과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상설 무성 영화관 등 문화적ㆍ역사적 현장성을 재현할 수도 있고, 아울러 십여 년 전에 논의된 연극 전용극장을 곁들여 초창기 극장의 역할을 이어가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인천 극장사의 시작이었던 애관극장이 자본의 욕망에 휘둘려 사라진다면 인천 문화의 큰 손실이자 부끄러움이 아닐 수 없다. 인천시가 근대문화유산에 대해 진정성을 보여주길 거듭 바란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