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수봉공원 편입 개발계획’ 수립
아직 남은 절차 많아…끝까지 지켜봐야

인천 남구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있다. 수봉산 아래에 조성된 수봉공원이다. 어린이놀이터ㆍ 현충탑ㆍ자연학습원ㆍ팔각정ㆍ폭포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봄에는 벚꽃이 피고 여름에는 물놀이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인근에 있는 빌라들이 언제 붕괴될지 몰라,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노심초사다. 바로 수봉남로에 위치한 세진ㆍ산장ㆍ광명빌라 주민들이다. 지난 5일, 이곳을 찾았다. 독정골 어린이도서관을 지나면 골목길이 나온다. 수봉남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수봉남로를 따라 비탈진 길을 5분 정도 걸으면 빌라에 다다를 수 있다.

▲ 남구 수봉공원 아래(수봉남로) 옹벽 위에 지어진 세진빌라.
침하하는 빌라…10여년에 걸친 민원

5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날이라는 소한(小寒)이었다. 그래서인지 거리는 한산했고, 차가운 겨울바람만이 가득했다. 빌라에 도착해 송정란 용현동 11통장을 만났다. 송 통장은 10년 가까이 빌라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써왔다.

“1992년에 이곳으로 입주했어요. 2000년대 초반부터 통장 일을 맡았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주변 빌라들을 보니 벽에 금이 가더라고요. 지반도 침하하기 시작했고요. 손으로 긁으면 돌 파편들이 쉽게 떼어지고요. 나중에야 안 건데, 바다모래를 이용해 빌라들을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 빌라들은 옹벽 위에 지어졌어요. 옹벽 자체도 부실해서 이러다 무너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무서웠어요. 게다가 옹벽에 설치된 하수관들도 엉망이라 벽면으로 오물이 새어나와요. 6년쯤 전 장마 때 빌라 지하가 침수됐던 적도 있어요. 여기가 고지대임에도 그랬어요. 그만큼 하수시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던 거죠.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어요”

▲ 옹벽 밖으로 흐르는 생활하수. 악취를 풍기고 큰 고드름이 형성됐다.
송 통장이 말을 멈추고 길을 안내했다. 빌라와 지면이 맞붙는 곳곳에 틈새가 벌어져있었다. 틈새를 메우기 위해 시멘트를 덧입힌 흔적들이 즐비했다. 문제가 심각한 옹벽으로 향했다. 생활하수와 빗물이 흘러내려 벽면이 불룩해있었다. 이에 더해 옹벽 근처에선 악취가 진동했다. 다른 벽면엔 흘러나온 생활하수가 얼어붙어 거대한 고드름 지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송 통장이 말을 이었다.

“2009년부터였나요. 민원을 넣기 시작했어요. 각 빌라 동별로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모았어요. 응급조치를 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문제를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는 없었죠. 빌라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 사시는 분들 대부분이 여유 있는 편이 아니거든요. 남구에서도 지원해줬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었어요. 그때그때 필요한 조치만 했던 것이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2013년에 새 동장님이 용현동으로 오셨어요. 동장님을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했죠. 동장님이 구에 신청해 정밀안전진단을 받으라고 권유해주셨어요.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정밀안전진단을 받았어요”

▲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은 옹벽과 그 위 위태로운 세진빌라.
정밀안전진단 결과와 향후 과제들

2013년 남구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해(구 90%, 주민 10% 부담) 세진빌라 3동과 옹벽을 정밀안전진단 했다. 그 결과, 세진빌라 3동은 D등급을, 옹벽은 C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긴급한 보수ㆍ보강이 필요한 상태로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한다. C등급은 주요 부재에 경미한 결함 또는 보조 부재에 광범한 결함이 발생했으나 전체적 안전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다만 일부 부재를 보수ㆍ보강해야한다.

정밀안전진단을 전후로 인천시의회와 인천시가 해결방안을 모색해 2016년 3월 ‘세진빌라 수봉공원 편입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2017년 6월에는 남구가 ‘용현1ㆍ4동 세진빌라 일원 공원화 계획 내부 방침’을 세웠다. 그 해 8월엔 도시관리계획(변경) 결정 용역’에 착수했다.

남구 관계자는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세진빌라를 공원쉼터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그 일대를 공공용지로 지정해야한다. 지금 이를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고, 남구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남구 도시계획위에서 승인하면 도시관리계획(변경) 결정 고시가 난다. 그 뒤에는 어떻게 공원을 만들 것인지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해야한다. 이에 따라 실시계획 인가를 얻어야한다”라며 “주민 보상 문제는 이와 별도로 공동주택 물권 조사를 해야 한다. 여기에만 몇 개월이 소요될 것이다. 아직 많은 절차가 남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정빈 시의원은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내가 5대 남구의원으로 당선됐던 2006년부터 세진빌라를 살펴왔다. 그동안 여러 지방의원들이나 시장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결국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에 당선된 뒤 이 문제만큼은 꼭 해결하겠다고 결심했다”며 “다행히 시에서도 문제 해결에 동참했다. 지난 몇 년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갈 길이 멀다. 보상절차도 잘 마무리해야한다.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주거지를 옮겨야 한다. 그러고 난 뒤에야 세진빌라 일대 공원화까지 완전히 마무리할 수 있다.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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