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현 정부 들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도시개발과 이를 위한 자금 조달방법이 곧잘 논의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현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를 의식해 ‘주택금융’ 또는 ‘도시재생금융’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대규모 국제회의를 개최한 것도 그 연속선상에 있다.

그런데 이 논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은, 그 자금을 어디에서 조달하고, 조달한 자금을 누가 공급할 것인지, 하는 문제다. 수익성에 혈안이 돼있는 대형 상업은행들이 이 논의의 주위를 기웃거리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미국의 CDFI(Community Development Financial Institution)는 공공적 지역개발금융의 모범사례다. 이들은 연방정부의 공적자금을 활용해 빈곤층을 위한 도시재생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CMF(Capital Magnet Fund)로 불리는 공적기금을 활용해 미국 내 28개 주에서 189건에 이르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105건의 저소득층 주택공급을 지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CDFI가 미 연방정부로부터 확보한 공적기금과 그들이 내놓는 개발 프로젝트가 다름 아닌 ‘시민’에 의해 기획·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CDFI가 지역에 공급하는 CMF 자금을 주로 해당 지역 개발사업자의 대손충당금이나 회전대부기금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 저소득층 주택수요자의 주택구입자금으로 제공되기도 하며, 나아가 지역 내 개발사업자들 중 공공성이 강한 사업에 특화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에 대출 보증을 제공하기도 한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CMF 프로그램은 빈곤층을 위한 주택 대출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차입자들이 채무를 조기 상환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이와 같이, CDFI는 미국 전 지역에서 빈곤층과 빈곤지구를 위한 공공적 재개발의 촉매로 작용하며 저소득층에게 적시에 또, 수요 정합적으로 주택을 공급해오고 있다. 결국, CDFI는 상업은행과는 달리 수익성에 중점을 두지 않고 지역에서 발생하는 빈곤·환경·인권·건강 등의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재생 사업에 금융을 매칭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시민들로부터 탄탄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CDFI에 대한 시민의 지지는 낮은 연체율로 대표되는 성공적인 금융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CDFI는 시민에 의해 그 사업이 조정되고 관리되는 ‘시민적’ 금융기구이기에 시민수요에 정합적인 지역개발금융을 적시에, 그리고 민주적으로 수행하면서 이들이 지원하는 도시개발 프로젝트의 유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역시 시민 주도형 도시재생금융에서 길을 찾아야한다. 그런데, 미국과 달리 우리의 지역 시민사회는 아직 금융에 관한 전문적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 중에서 지역 재투자로 지역에 기여해온 주체만을 골라내어 이들을 ‘한국판 CDFI’로 설정하고, 또 이들이 시민사회와 협치해 도시재생금융에 임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제약 하에서 새로운 도시재생 금융을 모색할 수 있는 출발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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