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인하대 명예교수

▲ 박영일 인하대 명예교수
새해엔 한반도에 짙게 드리운 전운이 걷히고 평화가 정착되기를 소망한다. 묵은해를 돌아보면 한반도는 무력충돌만 없었지 사실상 전쟁상태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정부 부재’라는 특수상황에서 북한은 연초부터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로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에 맞서 미국은 압도적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무력시위로 대응했다. 최첨단 무기를 한반도에 펼치고 최강도의 한미연합 군사훈련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북핵문제를 임박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출범한 트럼프 정부는 문제해결에 적극성을 보였지만 새로운 해법은 없었다. 강력한 압박으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겠다며 최대의 제재와 압박 정책을 채택했다. 구체적 해법이 없는 힘의 대결은 김정은과 트펌프 사이에 최악의 ‘말 폭탄’ 공방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정부의 주도로 작년 한 해 유엔에서 네 차례나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됐고, 11월엔 북한을 9년 만에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올해에도 이러한 북미 대결양상은 지속될 것 같다. 북한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핵보유국 지위에 대한 야망을 굽힐 것 같지도 않고, 트럼프 정부도 최대의 압박정책을 바꿀 것 같지 않다. 오히려 한반도 긴장과 위기 상시화에 따른 우발적 무력충돌의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요체는 트럼프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원칙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있다. 원천적으로 북핵문제는 북미관계의 산물임에도 대북정책에서 제재와 대화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여전히 일관성 없이 우왕좌왕행보를 되풀이하면서 부처 간 엇박자까지 내고 있다.

작년 말에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가 이를 입증한다. 이 보고서는 북한 핵ㆍ미사일을 안보위협으로 지목하고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해결 당사국인 북한을 불량국가로 지정하고, 절대적 협력이 필요한 중국과 러시아를 적대국으로 명시해, 당착이 심하다. 북핵을 구실로 오히려 한국을 희생시키는 기미마저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 패권주의는 대미의존도가 과도한 한국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 사드 배치가 그렇고 전쟁 분위기를 잔뜩 키운 후 이뤄진 11월 방한에서 합의한 수십억 달러의 무기 판매도 그렇다. 또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과 곧 시작될 주한미군 분담금 협상에서 한 몫 챙기자는 내심은 없을까.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를 믿고 한미공조만 되뇔 것인가. 버겁더라도 주인인 우리가 나서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만들어가야 한다. 자칫 전쟁이 발발할 시 전화에 휩쓸릴 곳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의 삶터이기 때문이다. 남남갈등, 종북이란 허구적 프레임에 빠져 한미동맹에만 매달려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냉전적 미몽에서 깨어날 때다.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기본구도는 북미 대화다. 제재와 압박만으론 상황만 악화한다. 설령 북한이 붕괴돼도 평화는 보장되지 않는다. 결국 대화와 협상으로 풀 수밖에 없다. 올해엔 정부와 시민이 함께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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