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추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놀랍게도 아직 한 번도 집에 난방을 하지 않았다. 내복을 입고 스웨터에 따뜻한 점퍼까지 걸치고 있으면 영하의 날씨라는 걸 잊을 만큼 꽤나 따뜻하다.

지난 여름부터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 ‘미미’는 볕이 잘 드는 베란다를 자신의 공간으로 여기는 듯하다. 낮 동안 내내 그곳에서 뒹굴 거리며 낮잠을 자다가 해가 기울면 방으로 들어온다. 문제는 밤이다. 미미 침실용으로 두꺼운 비닐과 천으로 된 상자를 안방에 놓아뒀다.

작은 담요를 깔아놓긴 했지만 난방을 하지 않아 추울까 걱정했다. ‘자다가 추우면 내 이불 속으로 파고들겠지’ 하는 생각으로 며칠 지켜봤다. 다행히 미미는 잘 지냈다. 전기장판과 두꺼운 이불로 무장을 해야 하는 나와 달리 미미는 오로지 털 하나로 겨울밤을 보낸다.

 
우리 몸은 추위에 몹시 취약해 평소 섭씨 36.5도를 유지하던 심장 부근의 중심 체온이 35도만 떨어져도 저체온증이 발생한다. 혈액 순환과 호흡, 신경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몸이 추위에 노출되면 두 가지 활동이 자동으로 일어난다. 체온을 잃지 않기 위한 활동, 그리고 열을 만드는 활동이다. 추운 날 창문을 꼭 닫고 보일러를 켜야 난방이 잘 된다. 그 일이 몸 안에서도 그대로 벌어지는 것이다.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따뜻한 혈액이 차가운 피부 바깥쪽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피부 근처의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이 심장을 중심으로 중요 부위만 순환하게 한다. 추울 때 피부가 창백해지고 입술이 파래지는 이유는 피부 쪽 혈액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소름이 돋는 것도 열손실을 막기 위한 방법이다.
털이 박혀 있는 피부 안쪽에는 입모근이라는 근육이 있다. 털을 세우는 근육이란 뜻이다. 입모근을 수축시켜 털을 세우면 그 높이만큼 공기층이 생겨 털과 피부 사이에서 보온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방법은 아주 오래 전 온 몸이 털로 뒤덮여있던 시절엔 유용했겠지만 털이 거의 사라진 현대 인간에겐 별 효과가 없다.

또, 땀 분비량도 억제해야한다. 땀이 기화하면서 피부의 열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사람처럼 몸 전체에 땀샘이 퍼져 있을 경우 더울 때 열을 식히는 데는 유용하지만 추위에는 불리하다. 무더운 아프리카에서 진화해온 인류의 조상이 남긴 흔적이다. 반면 고양이나 개에겐 땀샘이 거의 없다. 추운 야생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몸 안에서 열을 발생하는 과정은 열을 지키는 것에 비해 천천히 일어난다. 호르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호르몬은 만들고 분비하는 장소와 분비를 명령하는 기관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뇌하수체는 호르몬 분비 명령을 총괄하는, 호르몬 조절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뇌하수체가 명령을 내리면 티록신과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이 각각 갑상샘과 부신 속질에서 분비돼 물질대사와 세포 호흡을 촉진한다. 양분과 산소를 이용해 물과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을 호흡이라 한다. 호흡으로 발생한 열에너지로 체온을 올린다. 호흡에는 산소와 함께 포도당이 있어야한다. 추운 날, 달달한 호빵이나 붕어빵이 먹고 싶어지는 이유다.

겨울은 대부분의 생명에게 혹독한 계절이다. 추위 앞에 자신을 지키기 어려운 생명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는 난, 내 눈 앞을 지나치는 거리의 생명들에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개와 고양이가 자주 눈에 띄는 길가에 구멍을 뚫은 상자 하나라도 갖다 놓을까. 수십 번 고민하지만 용기가 없어 실행하지 못했다. 용기를 낸다 해도 며칠이나 그곳에 온전하게 있어 줄지…. 개도, 고양이도, 사람도, 모두 존엄한 생명이고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공감대가 더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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