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좀 더 받고 덜 받고 생각 말고 힘 보태 달라”

임금체불 지속돼 직원 불안감 확산

인천의료원의 경영난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3개월째 임금의 일부를 지급하지 못했다.

월급날이었던 지난 20일 기본급과 상여금의 80%를 지급해야했지만, 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못했다. 기본급 또한 200만원 미만인 경우 전액 지급했지만, 200만원 이상이면 50만원을 제하고 지급했다.

지난 10월에는 기본급의 60%인 효도휴가비를 지급하지 못했고, 11월엔 기본급의 21%인 봉급조정수당을 지급하지 못했다.

인천의료원 일반직 직급은 9급부터 3급까지 있다. 2급은 행정부원장이다. 간호사의 경우 입사할 때 7급부터 시작한다. 가장 일반적인 직급이라 할 수 있는 7급 12호봉의 기본급이 220만원이고, 이에 따른 상여금은 190만원이다. 그런데 기본급 220만원 중 170만원만 받고, 상여금을 못 받았기 때문에 세금을 제하고 손에 쥔 급여는 130만원 안팎이다.

임금이 3개월째 체불되자 분위기는 암울하다. 일반직뿐만 아니라 간호사 사이에서도 ‘계속 있어야 하나, 계속 있을 수 있나’ 하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간호사 수급이 어려운데 임금체불로 인해 기피 처로 인식되는 형국이다.

경영난은 환자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 8월까지 올해 누적 외래환자와 입원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약 6000명과 7000명 줄었다. 그 만큼 진료수익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올해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환자가 감소한 것은 인천의료원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한 이른바 ‘명의’들의 이직과 이에 따른 환자들의 이전이다. 심장내과 진료과장이 지난해 상반기에 그만둔 데 이어, 정형외과 진료과장이 올해 3월 퇴직했다. 8월에는 내과 진료과장이 그만뒀고, 9월에는 진료부원장을 맡았던 신경외과 진료과장마저 그만뒀다.

원장, “좀 더 받고 덜 받고 생각 말고 힘 보태 달라”

▲ 인천의료원 전경 사진.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임금체불이 발생한 지난 20일, 김철수 인천의료원장은 일반직 직원들만 따로 모아 놓고 위기상황 설명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경영 개선 방안을 제시하기 보단 직원들에게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호소하는 데 그쳤다.

김 원장은 “여러분 고통스럽죠? 왜죠”라고 물은 뒤 “주머니에 돈이 안 들어오기 때문이다. 재정위기다. 원인은 신문에 났다. 지부장이 ‘의료원장 소통이 안 되고 명의를 퇴출해 수지가 악화됐다’고 했다. 그런데 팩트(=사실)가 아니다. 다행이다. (팩트는) 인천의료원의 전반적인 역량 부족이다”라고 일갈했다.

이어서 “작년부터 환자가 감소해 (올해) 후반부터 유동성 위기가 올 것을 짐작했다. 경영 분석을 했다. 뭐가 문제냐. 응급실ㆍ수술실ㆍ중환자실의 의료수입 감소다. 다행히 의료수가가 올라서 환자는 줄었지만 적자는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어려움이 많다. 감가상각비 인정 안 해주고, 빚도 25억원 남았다. 퇴직금 적립해야하는데 안 되고 있다. 역량을 키워야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명의’ 이직에 따른 영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K과장 J과장 나갔다고 해서 영향 없다. 남은 과장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의료원을 활성화할 전문 진료과장이 왔다. 외과ㆍ대장내과 등 훌륭한 분들 왔다”며 “의료진은 행정직 탓하고, 행정직은 의료진 탓 할 때가 아니라, 힘을 모아야할 때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한 2018년에 의료수익을 극대화하고 지출을 최소화해 임금체불이 없는 해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고난의 시작일 수도 있다. 지금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 시간외수당 따지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아침) 7시에 이미 환자가 와 있다. 그런데 8시 반까지 기다리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끝으로 임금체불에 대해 “사람이 돈 많으면 좋은데 돈이 없더라도 품위 있게 살 수 있다. 심장은 제 의지와 무관하게 뛴다. 위장은 그만두라고 해도 움직인다. 생명은 제 의지와 관계없다. 몸은 잠시 자연으로부터 빌린 것이다. 사람이라는 것은 누구나 같은 운명이다”라며 “좀 더 받고 덜 받고 생각지 말고, 어려우니 힘을 보태 달라”고 말했다.

노조, “임금체불 사과 없고, 대책 없는 설명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천의료원지부(이하 지부)는 원장의 설명회에 대해 무책임한 설명회라고 비판했다. 지부는 “기본적으로 경영을 책임지겠다는 발표가 아니었다. 임금체불에 대한 사과도 없었고,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대책도 없었다”고 전했다.

지부는 “원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임금체불의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겠다. 직원들은 지금까지 인내하고 참아왔다. 그럼에도 원장과 경영진은 어떠한 대책 마련도 없다”며 “임금체불이 올해만의 상황이 아닌 만큼 경영진은 개선방안을 마련해야했다”고 지적했다.

또, “경영난은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 경영진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빠른 시일 안에 임금체불 해결하고,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임금체불 해결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의료원 측, “임금체불 빠른 시일 내 해소할 계획”

의료원 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체불임금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원 관계자는 “환자수가 차츰 늘기 시작했고, 1월에는 인천시에서 지원금이 들어오는 만큼 1월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1분기 안에 해결한다고 해놓고 안 하면 신뢰성이 떨어지는 만큼, 의료진과 노사의 정기적 간담회에서 개선방안을 찾아 체불을 조기에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순환기 내과 과장이 아직 공석이지만 신경외과 과장이 새로 왔고, 1월에 부임할 정형외과 과장은 행정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라며 “명의를 데려오기 위해 원장님이 다양한 네트워크로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의료원 경영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마련한 대책은 주로 인건비와 비용 절감이다. 의료원 측은 “시설물ㆍ전기ㆍ상수도ㆍ장비 등을 최대한 재활용하고 아껴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또,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가급적이면 퇴직 등 자연감소에 따른 추가 채용을 보류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의료수익 확충 대책으로는 “의료진 확충과 더불어 저소득층을 위한 암 조기발견ㆍ관리 지원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500만원 지원하던 걸 1000만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주민센터나 사회단체 등과 건강검진 협약을 확대할 계획이며, 중기적으론 치매전문병원을 유치하고, 장기적으론 접근성이 좋은 곳에 제2 의료원을 설립하는 것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원장 부임 이후 시와 의료원이 야심차게 추진한 ‘암 관리 통합지원 사업’은 의료원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의료원에서 암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인데, 올해 사업비 5억원 가운데 지난 10월까지 지출한 금액은 20%에 불과했다. 암 치료를 대학병원 이상 상급병원에서 받기를 희망하지, 의료원에서 받기를 희망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시민들이 의료원을 찾던 의료사업 분야를 소홀히 한 채 대학병원 이상 상급병원에 견줘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에 집중하는 게 합리적 경영인지 의문이다. 결국 의료원이 밝힌 주요 대책은 비용과 인건비 절감일 뿐이다”라고 한 뒤 “시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공의료는 무너지고 있는데 새 시청 건립에 1400억원을 쏟아 붓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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