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사회단체, 시교육청서 기자회견…서울ㆍ부산ㆍ광주서 동시다발로 열려

▲ ‘현장실습 정상화와 청소년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인천지역대책위원회’가 12일 오후 2시 인천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특성화고교와 마이스터고교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와 대안적인 직업교육 계획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제공ㆍ대책위>

계속되는 인명 사고 등으로 정부가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현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강한노동세상ㆍ노동자교육기관ㆍ청소년유니온ㆍ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등 인천지역 시민사회ㆍ노동단체가 구성한 ‘현장실습 정상화와 청소년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인천지역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2일 오후 2시 인천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성화고교와 마이스터고교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와 대안적인 직업교육 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이날 인천뿐 아니라 서울ㆍ부산ㆍ광주시교육청 앞에서도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교육부가 지난 1일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 취업 형태의 고교 현장실습 전면 폐지와 취업률 성과주의 타파 계획을 발표했지만, ‘전면폐지’와 ‘타파’라는 강도 높은 표현과 선정적 제목에 비해 구체적 계획은 이전에 발표한 내용의 재탕일 뿐이라, 우려를 감출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2013년 ‘학생안전과 학습중심의 현장실습 내실화 방안’에서도 현장실습을 값싼 노동력 제공의 수단이 아니라 일터 기반의 학습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업에 ‘현장훈련 매뉴얼을 제공하고 이를 채택한 기업에 현장훈련 지원을 확대한다고 교육부가 발표했으나, 콜센터ㆍ제조업공장ㆍ식당으로 파견을 나갔던 현장실습생들이 죽어갔다”고 비판했다.

또, “실습은 실습이고, 취업은 취업이지 ‘학습중심 현장실습’이라고 이름만 바꿔치기한다고 본질을 가릴 수 없다”며 “3개월 학습중심 현장실습과 지금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의 다른 점이 무엇이고, 실제로 어떻게 다르게 만들 것인지 명확한 답이 없다면 이번 선언 역시 공염불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아울러 “조기 취업 형태의 고교 현장실습을 폐지한다고 하면서도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의 다른 형태인 산학 일체형 도제학교를 졸속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이 제도는 2학년 1학기 때부터 고등학생을 산업체에 파견하는데, 참여 학생들은 이미 선배들이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에서 겪었던 온갖 문제들을 고스란히 되풀이 당하고 있으며, 도제학교 업무를 수행하던 한 교사가 과도한 기업 유치 압박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들은 모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의 즉각 중단과 대안적 직업교육을 위한 공론의 장 마련으로 직업교육으로서 실습제도를 새롭게 만들 것을 촉구했다. 또한 대안적 직업교육 계획 속에서 현장실습의 교육적 가치가 살아나게 관련법의 조속한 정비도 제안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특성화고교 교문 앞을 보면 취업한 학생의 얼굴과 이름이 버젓이 전시돼있는데, 취업률 중심의 학교평가와 예산지원체계를 개선하겠다고 교육부가 발표했으면 이런 현수막부터 걷어야한다”며 “특히 인천의 경우 시교육청이 특성화고교 교장들의 성과급을 학교 취업률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과급과 학교평가에서 취업률 지표를 즉각 삭제하는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인천지역 특성화고교 현장실습 경험자의 이야기를 대신 읽었는데, 지난 11월 17일 전공과 무관한 현장실습에 파견됐다가 보름 만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현장실습생은 “현장실습이라기보다는 아르바이트에 가까운 일을 했는데, 나와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대안을 책임지고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지난해 특성화고교 재학 시 현장실습을 하다가 산업체 사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던 졸업생은 “성희롱을 당하고 학교에 돌아왔는데, 학교는 오히려 ‘인내심이 없다’ ‘끈기가 없다’며 정신교육을 받게 했다”며 “성희롱 사실을 알고도 의무적으로 신고하지 않은 교사는 시교육청으로부터 처분을 받았지만, 학교는 취업률이 아쉬운 건지 그 교사를 다시 초빙했다. 시교육청은 현장실습의 폐해를 눈감지 말고 모두 드러내 후배들이 마음 놓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한편, 교육부는 제주도에서 특성화고교 현장실습생이 업무 중 사고로 숨지는 등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자, 지난 1일 취업을 목표로 운영됐던 현장실습을 학습중심 형태로 바꾸겠다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모든 현장실습생의 안전을 확보하고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하고, 현장실습 기간도 6개월 이내에서 최대 3개월로 줄인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런 개선방안이 예년에 발표한 대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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