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무리한 기소 방증…국보법 폐지해야”

대법원이 5일 백창욱 전 대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하 평통사) 대표의 국가보안법상 이적 동조(7조 1항)와 이적표현물 소지(7조 5항)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다.

이로써 검찰이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평통사 관계자 9명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아, 검찰은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9명 중 1심이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3명에 대해 전례 없이 항고나 상고를 포기했다.

9명 전원 무죄가 확정되자, 평통사는 5일 성명을 내고 “2012년 2월 8일, 제주 강정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일환으로 자행한 압수수색에서 시작해 6년여에 걸친 싸움이 마침내 마무리됐다”며 “평통사 활동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최종 확인한 이번 판결은 사필귀정의 결과다.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평통사 회원을 기소한 2012년을 전후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여론이 높았고, 19대 총선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평통사는 강정마을로 가 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을 벌였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과 경찰은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평통사 활동가들에 대해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명박 정부가 끝나고 2014년 3월 국내 언론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취임 이후 공안사건에서 실적을 할당했다’는 전직 국정원 직원들의 증언이 보도되기도 했다.

2012년 2월 공안당국은 당시 평통사 오혜란 사무처장과 김종일 현장팀장, 인천 평통사 유정섭 사무국장과 김강연 교육부장의 사무실과 거주지를 압수수색했다.

또, 같은 해 9월에는 부천 평통사 신정길ㆍ주정숙 공동대표, 군산 평통사 김판태 사무국장, 대구 평통사 백창욱 대표를 압수수색했으며, 11월에는 대전충청 평통사 장도정 사무국장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을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특히 검찰은 오혜란 전 사무처장에 대해 단 한 차례의 검찰조사도 없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바로 다음 날인 2013년 2월 26일 기소를 공표했다.

검찰은 이들이 2008년 2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각종 집회와 언론 기고로 ‘키리졸브,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 군사연습 반대, 미국의 대북정책 폐기, 미군 철수’ 등을 주장한 것이 이적 동조에 해당하고, 이들이 보관한 ‘한미관계 새 판 짜기’와 단체 총회 자료집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1심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평통사의 회원 모임, 강연, 기자회견, 집회 참석 등이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ㆍ동조한 행위라거나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일관된 견해를 유지했다.

인천지방법원은 2014년 2월 오혜란 전 사무처장의 무죄를 판결했다. 또, 같은 해 10월 2심 재판부도 무죄 판결했다. 인천 평통사 유정섭 사무국장과 김강연 전 교육부장도 2015년 10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지난해 10월 2심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어서 올해 6월 15일 대법원은 9명 중 오혜란 전 사무처장과 유정섭 국장, 김강연 부장의 무죄를 판결했다.

지난 7월엔 나머지 6명 중 부천 평통사 활동가 2명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번에 대구 평통사 활동가의 무죄가 확정된 것이다. 나머지 3명에 대해선 검찰이 항고나 상고를 포기했다. 2심에서 무죄를 받은 서울 평통사와 군산 평통사 활동가에 대해 지난 11월 상고를 포기했고, 1심에 무죄를 받은 대전 평통사 활동가에 대해서도 항고를 포기했다.

유정섭 인천 평통사 국장은 “(우리) 변호사가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 중 검찰이 항고를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했다.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라며 “이 또한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음을 방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평통사는 “최근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저지른 온갖 불법전횡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12년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과 한상대 검찰총장의 ‘실적 올리기’식 불법 무도한 공안탄압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9명 전원 무죄 판결이 공안기관의 시대착오적 인식 개혁과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는 공안기구 개폐 논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냉전 성역으로 금기시한 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 등, 외교안보 영역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공론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 뒤 “나아가 일제가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기 위해 만든 ‘치안유지법’을 이어받은 반인권, 반민주, 반통일 악법인 국보법을 조속히 폐지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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