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 노동자교육기관 회원

▲ 김형배 노동자교육기관 회원
며칠 전 제주에 갔다가 스위스 은화로 만든 반지를 잃어버렸다. 빼어둔 곳을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없으니, 내 기억이 잘못됐나 보다. 끼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손가락이 반지 무게보다 더 허전하다. 그러던 중 페이스북에서 유니세프에 어린이 정기후원을 하면 유니세프 반지를 보내준다는 것을 알았다.

옷핀 모양의 반지가 끌렸다. 위험에 처한 아동을 함께 지키려는 마음보다 반지가 마음에 들어 후원할까, 고민했다. 한 달에 3만원부터인데, 후원할까 말까? 이미 다섯 곳에 후원하는데, 하던 곳을 끊고 유니세프에 후원할까? 순간,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고 히죽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활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에 작은 보탬이라도 줘야한다는 생각에 후원한다. 내가 했으면 하는데 못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고마운 마음에서다. 연말정산에 도움도 된다. 큰 틀에서 비영리민간단체에 속하는 시민사회단체엔 시민들이 스스로 모여 활동한다. 그 활동분야는 다양하다.

장애인ㆍ여성ㆍ어린이ㆍ청소년ㆍ노인ㆍ환경ㆍ교육ㆍ언론ㆍ주거ㆍ문화ㆍ소비자 등, 매우 많다. 이 단체들에 후원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 좋아질 것을 바라는 활동과 같다. 시민들의 요구가 모여 있는 곳이라 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한 기반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은 어떤 단체일까? 10여 년 전 인천시에서 수돗물을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이 모였다.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대책기구를 꾸리는 것에 불만이 있는 것 같은 한 노조원이 시민사회단체를 살짝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사과했던 해프닝이 기억난다. 노동자와 시민을 굳이 나누려하는 생각에서 그랬나보다.

보통, 노조를 이익단체로 분류한다. 노조가 이익단체면 조합원들은 어떤 이익을 있을까? 이익이 생기면 모든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고 가입해야하는데 우리나라 노조 가입률은 10% 미만이다. 이익은 고사하고 철탑, 굴뚝, 광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도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대교 남단을 한 시간가량 점거한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사법처리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익단체에 속한 노동자들이 왜 혼잡한 교통정체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과 싫은 소리를 감내하면서, 처벌받을 수도 있는데도 왜 다리를 점거했을까. 그나마 <헤럴드경제>와 <한겨레>가 건설근로자법을 설명하고 건설노조가 다리를 점거한 이유를 상세히 보도했다. 세상이 바뀌긴 바뀌는구나, 생각하면서도 처벌받을 것을 염두에 두고 시위를 해야 신문에 실리고 여론을 형성하니, 비통하다.

이익단체의 반대말은 사전에 없다. 이익을 사익과 공익으로 나눌 뿐이다. 나는 ‘노조’를 공익단체라고 여긴다. 노조가 없는 90% 노동자를 대변하는 10% 노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철탑으로 굴뚝으로 광고탑으로 올라가는 고통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민주주의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를 대신해 나서주는 단체나 노조를 찾아 후원하거나 함께 활동하는 것도 추운겨울을 따뜻하게 지내는 길 아닐까.

잃어버린 반지를 찾다가 유니세프에 후원하려다 만 것을 만회하기 위해 몇 해 전 뜨다 만 세이브 더 칠드런 모자를 꺼내야겠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