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제는 마을학교다 ④ 경기도 시흥 마을교육공동체 ‘군서중학교’

<편집자 주> 인천시교육청은 올해부터 마을과 연계한 학교 운영을 시작했다. 정식 명칭은 ‘마을연계학교’로 올해와 내년에는 모델학교를 공모ㆍ선정해 운영한 뒤 2019년부터 확대ㆍ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시교육청의 마을연계학교는 ‘마을을 통한, 마을에 관한, 마을을 위한 교육’을 구호로 하고 있다. 마을연계학교는 최근 공교육 혁신과 지역교육공동체 운동 과정에서 나온 ‘마을학교’라는 개념에서 비롯했다.

마을학교는 기본적으로 마을에서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마을교육공동체 이념을 담고 있다. <인천투데이>은 올해 시작한 인천의 마을연계학교 활성화를 위해 기획보도를 준비했다.

▲ 올해 진행한 ‘정왕 사람책 2권’ 활동에서 녹차호떡집을 방문해 주민의 인생이야기를 듣고 있는 군서중학교 학생들. <사진제공ㆍ군서중>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마을 전체가 학생들을 교육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학교는 담을 쌓은 철옹성이 아니라, 마을의 한 일부분이다. 마을 안에 학교가 있는 것이다. 학생이 마을에서 살고 있는데, 마을을 떠나서 어떻게 학생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주민들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지역사회 연계사업으로 마을축제를 준비했다”

지난달 28일 군서중학교(경기도 시흥시 정왕동)를 방문했을 때 만난 정종윤 교장은 군서중학교에서 진행 중인 ‘마을과 함께하는 마을교육공동체 마을교육과정’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 교육력을 높이고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학교ㆍ마을ㆍ교육청ㆍ지방자치단체ㆍ시민사회ㆍ주민이 협력하고 연대하는 교육공동체’를 말한다. 학교와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고, 아이들이 마을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2015년부터 마을교육공동체의 일환으로 ‘꿈의 학교’를 추진하고 있는데, 꿈의 학교는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해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학교 밖 학교를 말한다.

2015년에 경기도교육청의 혁신학교로 지정된 군서중학교에는 학생 495명이 다니고, 교직원 31명이 근무한다. 학교가 위치한 정왕동은 중국인이 많이 거주한다. 다문화 가정과 사회 배려계층이 많은 편이다. 이에 학교는 교육기회 불균형 해소와 학생들의 거주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이해심을 높이기 위해 마을교육공동체를 추진했다.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과 꿈의 학교를 적극 활용해 지역 특색을 살린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정종운 교장이 부임한 이후 학교와 마을의 만남이 시작됐다. 정 교장은 부임 후 바로 학교 인근 지역을 밤늦게까지 돌아보는 등, 지역에 애착을 보였다. 마을과 함께하는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마을을 잘 아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서였다.

이러한 정 교장과 학교 문을 두드린 (사)평생교육실천협의회와 (사)더불어함께 등, 지역 시민단체들이 만나면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사)평생교육실천협의회하고는 국토교통부 공모사업 선정으로 ‘마을을 바꾸는 상상, 생각한대로’와 같은 청소년 마을창안대회를 진행했다. 지역 청소년들이 마을환경을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다.

(사)더불어함께와는 마을 활동가들이 강사로 참여하는 정규교과과정 수업과 방과후학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마을 활동가들과 학교 교사들이 함께 뮤지컬과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활동을 넣어 정규교육과정을 짜고, 정왕마을축제(11월 개최)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짜기 위해 학교 교사들과 마을 활동가들은 연초에 3일간 연수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도 마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 지난 11월 11일 열린 2회 정왕마을축제에서 공연 중인 학생들. <사진제공ㆍ군서중>
군서중학교가 올해 진행한 마을교육과정을 보면, 먼저 ‘정왕 사람책 2권’이 있다. 정왕동에 사는 주민을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진행한 프로그램이 ‘정왕 사람책 1권’이었다. 올해는 녹차호떡집을 운영하며 늦깎이 대학생으로 공부하는 주민, 옥상에 텃밭을 운영하는 주민, 폐장판지를 잘라 공예를 하는 주민, 스님과 목사 등,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가진 지역주민들을 만났다. 직업과 진로체험이 되고 인성 교육도 되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교과연계 프로그램으로는 시화공단과 인접한 지역의 환경과 생태를 알아보는 ‘정왕 생태교육’, 1학기 자유학기제를 반영한 ‘우리 마을을 알자. 마을공정여행’이 있다.

마을 활동가 강사한테서 배우는 우쿨렐레ㆍ클래식기타ㆍ통기타ㆍ제과제빵 등 교과연계 수업과 방과후 수업, 마을에서 게릴라공연을 하는 인근 군서초교와 함께하는 ‘또래 오케스트라’, 국어와 음악 융합 교과연계 수업으로 마을에서 소재를 찾는 뮤지컬(12월 26일 공연 예정)도 진행하고 있다. 마을 강사가 진행하는 간단한 목공ㆍ가죽공예교실은 학부모를 비롯한 주민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특히 군서초ㆍ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이 기획단을 꾸려 정왕마을축제를 기획하고 정왕마을 환경개선활동을 펼친다. 지난 11월 11일 열린 ‘마을과 함께하는 민ㆍ관ㆍ학 2회 정왕마을축제’는 마을교육공동체의 총결산이라 할 수 있다. 군서초ㆍ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은 난장ㆍ퍼레이드ㆍ플래시몹을 선보이고, 체험부스 등을 운영했다. 군서중학교 학생들이 주축이었다.

군서중학교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대부분 시흥시가 지원하는 교육혁신지구 사업에 공모해 확보한다. 정왕마을축제 비용은, 참가하는 초ㆍ중ㆍ고교에서 지출이 가능한 학교예산에다 축제추진위원회 모금을 더해 마련하고 있다.

이동민 군서중학교 혁신연구부장은 “마을에 나가보면 학생들을 위해 일하는 주민이 많다. 이런 분들과 함께 손잡고 학생들을 ‘케어’하면 살기 좋은 마을,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다. 마을과 함께 학교를 혁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윤 교장은 “학생들은 교사가 이야기하면 지도나 명령으로 듣는 경향이 있는데, 마을 어른들이 이야기하면 진심어린 충고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을과 학교가 공동으로 학생을 책임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학생들의 마을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커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