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2015년 말 통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영업 사업체 수는 479만개. 고용원이 없는 고용주 단독 사업자가 전체의 82%에 달한다. 3년 이내 문을 닫아버리는 사업체가 전체의 62%나 되며, 자영업자 10명 중 2명은 월 매출이 100만원 이하다.

대형마트의 총매출은 2001년 14조원에서 2013년 45조 1000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전국 재래시장 전체 총매출은 2001년 40조원에서 2013년 20조원으로 딱 반 토막이 나버렸다. 게다가 재래시장 한 곳당 평균 매출도 2001년 279억원에서 2013년 138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고 한다. 또, 롯데와 홈플러스 같은 대기업의 전국 유통시장 점유율은 백화점 82%, 대형마트 86%, 편의점 91%, 온라인 몰과 같은 무점포 96%로 나타나고 있어, 국내 유통시장은 대기업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IMF 경제위기 주범도 대기업이고, 노동자 정리해고와 같은 ‘정책적’ 구조조정의 은혜를 입은 것도 대기업인데, 정리해고로 희생양이 됐던 사람들이 차린 자영업체는 지금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무슨 이런 역설이 다 있나? 그런 역사 때문에야 말로 이번에는 중소상인들을 ‘정책적’으로 살려야한다. 무릇 한 나라의 정책은 그래도 공평해야하지 않겠나.

먼저 유통시장 생태계를 파괴하는 재벌복합쇼핑몰을 규제해야한다. 재벌대기업들의 복합쇼핑몰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인천시를 비롯한 많은 광역자치단체들은 재벌들의 ‘개발계획서’에 홀려 지역 상권과 주거환경, 교통 등은 고려하지 않고 복합쇼핑몰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1만㎡ 이상의 공룡급 복합쇼핑몰의 경우, 유럽과 일본에서처럼 도시계획단계에서부터 도심 상업지역 입점 규제와 엄격한 상권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그리고 교통영향평가를 거쳐 필요한 경우 출점을 허가해주는 방식의 ‘허가제’ 정책을 도입해야한다.

둘째, 재벌대기업의 중소기업ㆍ자영업 생존영역 진출을 막는 법ㆍ제도도 절실하다. 행정기관의 행정처분으로 중소기업 고유 업종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동반성장위원회와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또는 자영업자 단체 간 협의에 의거해 적합업종을 지정하고 그 보호수단으로서 진출 규제 또는 사업이양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 아래에서는 대기업이 협의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시간만 끄는 문제가 발생하고, 또 협의됐다할지라도 대기업이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강제력을 발휘하지 못해 그 정책적 실효성은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동반성장위원회에서 1년 이상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합의를 보지 못했거나 그 협의과정 중에 긴급히 임시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행정처분으로 적합업종을 지정하고 그 실행력을 담보하는 방식의 ‘적합업종 보호제도’가 필요하다.

새로 임명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소득 양극화 등의 현상에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 어려운(?) 청문회를 통과하지 않았나. 현 정부는 재벌개혁이니 뭐니 말로만 하지 말고 벼랑 끝에 내몰린 중소상인들의 문제에 대한 위와 같은 ‘리버럴한’ 대책이라도 어서 빨리 내놓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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