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9월 26일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조기에 시행하기위해 교육청, 군ㆍ구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425억원으로 추정하고, 시가 40%, 나머지를 교육청과 군ㆍ구가 절반씩 부담하면 된다고 했다.

그 이후 시와 교육청은 몇 차례 협의했다. 그러나 시와 교육청이 최근 시의회에 제출한 내년 본예산(안)에 고교 무상급식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시와 교육청의 협의가 합의로 이어지지 않아 필요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무상급식 재원 분담이었다. 시가 추정한 소요재원 425억원은 식재료비용만 계산한 것이지, 급식 종사자 인건비와 운영비가 빠져있다. 교육청은 인건비와 운영비 약 300억원을 합하면 729억원이 필요하다며 시가 제시한 재원 분담에 문제가 있다고 맞섰다. 시와 교육청은 결국 이를 조정하지 못했다.

올해 시행한 중학교 전 학년 무상급식 소요재원 분담률은 교육청 59.4%, 시 23.2%, 군ㆍ구 17.4%였다. 소요재원 591억원엔 인건비와 운영비가 포함돼지 않았고, 이를 교육청이 부담했다.

이처럼 고교 무상급식도 인건비와 운영비를 교육청이 부담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사정이 다르다. 교육청은 국가차원의 고교 무상교육이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무상교육 시 정부재정 지원이 연계되는데, 무상교육이 시행되지 않은 조건에서 고교 무상급식 소요재원을 교육청의 현 재정 상태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청은 유 시장이 고교 무상급식 조기 시행을 전격 발표했을 때,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교육청의 재정 상황이나 의견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 시장은 고교 무상급식 조기 시행을 애인(愛仁)정책 일환으로 전격 발표했다. 고교 무상급식 시행이 무산될 시 그 책임이 유 시장에게 몰릴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은 논평을 내고 ‘아이들 밥을 가지고 한껏 기대에 부풀게 했다가 꼬리를 내린 꼴이 됐다’며 “유 시장의 무책임과 무능력, 소통능력 부족은 규탄 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시간은 있다. 시의회가 내년 본예산을 심의하면서 ‘증액’하는 방법으로 고교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게 하면 된다. 시와 교육청 간 재원분담 조정이 여전히 어렵겠지만, 학생들의 건강권과 보편적 교육복지를 실현이라는 큰 뜻에서 결단이 필요하고, 시의회는 중재자 역할에 적극 나서야한다. 그게 학생들뿐 아니라, 시와 교육청에도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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