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10.4공동선언 10주년, 지속가능한 서해평화 구축방안 5
중국ㆍ대만 ‘양안관계’에서 배우는 남북경협(하)
[기획취재] 10.4공동선언 10주년, 지속가능한 서해평화 구축방안1. 개성공단 국제화로 한반도 평화를 단단하게2. 물류인프라 확대로 남북경협에 날개를 3. NLL ‘해상파시’는 바다 위 개성공단 4. 중국ㆍ대만 ‘양안관계’에서 배우는 남북경협(상) 5. 중국ㆍ대만 ‘양안관계’에서 배우는 남북경협(하) |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북방정책으로 개선되기 시작한 남북관계는 2000년 6.15선언과 2007년 10.4선언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과 이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5.24조치로 남북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했고, 2016년 1월 북미회담 압박을 위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이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더 악화됐다.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전쟁 위협이 드리우는 곳이 바로 북방한계선(NLL) 일대다. 이런 탓에 NLL 인근 수역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로 지정하자고 10.4선언을 했지만, 10년이 지나도 진척 된 게 없다. 오히려 최근 북한의 체제 보장과 북미회담 압박을 위한 6차 핵실험과 이에 맞선 한ㆍ미ㆍ일 공조 대북 압박으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다.
인천의 경우, 1990년대 초 냉전체제 붕괴와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 추진으로 중국과 러시아와 수교하고 북한과 교류를 시작하면서 인천의 바닷길과 하늘길이 열리며 성장했다. 이에 <인천투데이>은 10.4선언 10주년과 문재인 정부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계획에 맞춰, 서해 평화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내전 가장 치열했던 곳에서 경제협력 가장 활발해
또, 샤먼과 푸조우 사이엔 타이완 정부가 관할하는 진먼현 우추향이 있고, 푸조우 위엔 타이완 정부가 관할하는 마쭈열도(렌장현)가 있다. 양안관계(=중국과 타이완 관계)가 개선돼 진먼도와 마쭈열도는 중국과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다.
양안관계와 양안 경제협력을 상징하는 곳이 진먼도인데, 역설적으로 이곳은 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됐던 지역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17세기 청나라가 타이완을 정복할 때 그랬던 것처럼 진먼을 발판삼아 중국을 통일하려했지만 실패했고, 여전히 타이완 관할 지역으로 남아 있다.
중국은 1958년 8월 23일부터 10월 5일까지 포탄 47만발을 진먼도에 퍼부었고, 타이완은 샤먼에 12만발을 쏟아 부었다. 중국과 타이완의 포격은 1978년까지 20년간 계속되다가 중국과 미국이 수교한 1979년 1월 1일 공식 종료됐다.
포격전 당시 중국의 포격으로 타이완에서 멀리 떨어진 진먼은 고립됐다. 미국이 군함을 동원해 타이완 국민당군에 물자를 보급하려하자, 중국은 미국의 군사개입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타이완 해군만 타격했다. 진먼으로 향하던 미군은 타이완으로 뱃길을 돌렸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마음만 먹으면 고립된 진먼을 점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오쩌둥은 인민해방군의 진먼 상륙을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진먼 포격의 목적은 처음부터 타이완 점령이 아니라 타이완과 미국을 가르는 데 있었다. 진먼을 점령하면 중국 대륙에서 타이완까지 거리가 더욱 멀어지게 된다는 게 마오쩌둥의 속내였던 것이다.
중미 수교 후 포격전 전진기지를 경제특구로 지정
1958년 이후 중국이 쏜 포탄은 주로 진먼도가 아닌 주변 바다에 떨어졌고, 타이완 또한 샤먼시 앞 바다에 포탄을 쏘았다. 중국의 마오쩌둥과 타이완의 장제스는 ‘하나의 중국’에 일치된 마음이었고, 중미 수교 전까지 그렇게 ‘짜고 치는’ 포탄유희를 즐겼다.
중미 수교 이후 포격전이 멈췄고, 동시에 중국은 개혁개방을 추진했다. 그리고 진먼도 포격 전초기지이던 샤먼은 가장 먼저 중국의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장제스를 계승한 장징궈 타이완 총통은 1987년 대만인의 중국 대륙 친척 방문을 허용하는 탐친법(探親法)을 제정해 3불(불접촉ㆍ불담판ㆍ불간섭) 정책을 철회했다. 5년 뒤 양안관계의 대헌장인 ‘92공식’이 마련됐다. ‘92’공식은 ‘일중각표’(一中各表)로, 하나의 중국(일중)을 각자의 해석에 따라 달리 표현한다(각표)는 뜻이다.
타이완은 1992년 11월 7일 진마지구 계엄령을 해제했다. 중국과 타이완의 삼통정책(우편ㆍ통신ㆍ무역 상호왕래)의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이 많이 방문해 진먼현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고, 샤먼 경제특구에는 타이완 기업이 진출해 중국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중국이 진먼에 쏜 포탄이 식칼로 탄생해 중국인 손에
샤먼에서 육안으로 보일만큼 진먼은 가까운 곳에 있다. 남한 백령도에서 북한 장산곶까지(약 16km)보단 가깝고, 남한 연평도에서 북한 강령군까지(약 11km)보단 약간 멀다. 샤먼국제여객터미널에서 진먼국제여객터미널까지 직선거리는 10km 남짓인데, 뱃길은 약 15km이다. 2017년 10월 기준 해운회사 7개가 300~500톤급 쾌속선 15척을 투입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항하고 있다. 뱃삯은 평균 150위안(한화 약 2만 6000원)이다.
중국이 포격전 때 진먼에 퍼부었던 포탄의 탄신은 이젠 진먼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태어났다. 진먼 주민들은 포탄을 재활용해 식칼을 만들고 있는데, 이 칼은 중국 관광객에게 팔리고 있다.
진먼의 또 다른 특산품은 2015년 11월 중국 주석 시진핑과 타이완 총통 마잉주가 싱가포르에서 회담할 때 나눠 마신 진먼고량주다. 시진핑과 마잉주는 1949년 분단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했다.
마오쩌둥과 장제스의 ‘하나의 중국’ 신념에서 싹튼 양안관계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에 힘입어 1980년대 후반부터 경제협력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 때 정상회담을 통해 정치협상으로 진화했다.
시진핑 주석과 마잉주 총통은 사상 첫 양안 정상회담을 하면서 샤먼과 진먼으로 상징하는 양안관계를 반영이라도 하듯 진먼고량주를 나눠마셨다. 진먼고량주 생산량의 약 3분의 1이 중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푸저우항과 샤먼항은 양안 경제협력의 교두보
양안 경제협력을 뒷받침하는 물류인프라는 푸젠성 푸저우항과 샤먼항이다. 두 항만은 타이완을 연결하는 교두보이자, 중국에 진출한 타이완 기업의 수출 창구다. 배후물류단지는 타이완기업들의 부가가치 창출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샤먼항은 자유무역시험구(=자유무역지대)로 지정돼있다. 2016년 기준 960만TEU(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하며 중국 내 8위, 세계 16위를 기록했다. 국내 물량이 210만TEU이고, 수출입 물량이 750만TEU다. 이중 타이완 물량이 25만TEU를 기록했다.
샤먼과 타이완 간 물량은 주로 타이완에서 환적을 거쳐 제3국으로 간다. 샤먼항이나 푸저우항에 원양 항로가 없었을 땐 타이완 물량이 더 많았지만, 샤먼항과 푸저우항의 항로가 신설되면서 타이완 물량이 줄었다. 남북경협 확대 시 북한의 물동량이 인천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북한과 인천항을 연결하는 물류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샤먼항 배후단지는 중국과 타이완 합작기업이 입주해 눈길을 끈다. 샤먼항 컨테이너터미널그룹 부총경리는 “타이완 물류업체들의 해운업 네트워크가 풍부하다. 입주 초기에는 주로 타이완 가오슝으로 보내기 위해 입주했는데, 지금은 가오슝 물량이 줄더라도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여기서 직접 제3국으로 보내는 작업이 더 많다”고 말했다.
푸저항 또한 양안 교역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푸저우항에선 1000TEU급 이상 선박이 타이완 항로에 주2회 5항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1000TEU 이하 선박은 7항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푸저우항의 지난해 전체 물동량은 약 150만TEU인데 이중 타이완 물량은 20만TEU정도다. 이중 타이완 내부로 들어간 게 1만TEU고, 나머지 19만TEU는 가오슝항에서 환적해 제3국으로 나갔다.
샤먼항과 푸저항의 또 다른 특징은 항만인프라 구축과 부두운영회사 구성에 외국 자본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샤먼항 컨테이너터미널의 경우 홍콩 자본이 20% 참여했고, 푸저우 컨테이너터미널 두 개엔 싱가포르 PSA가 39%와 40%, 홍콩 롱차오그룹이 5%와 9% 지분을 투자했다.
양안관계에서 본 남북관계 발전 전망
양안 무역액은 2014년 기준 1983억 달러다. 타이완 기업 8만여 개가 중국에 진출했고, 중국에 투자한 타이완 자본은 98억 3000만 달러, 중국의 타이완 투자는 3억 3000만 달러에 달했다.
핑탄에 있는 타이완창업원구에는 올해 10월 기준 업체 약 1000개가 입주해있는데, 이 가운데 타이완 업체가 약 400개이며, 이중 30%가 중국과 타이완 자본이 합작해 설립한 기업이다.
반면, 남북관계는 개성공단이 폐쇄됐고, 개성관광과 금강산관광이 중단됐으며, 남북이 합의한 백두산관광과 해주공단, 강령공단, 라신선봉특구 합작은 기약이 없다. 1948년까지만 해도 인천항에서 해주 간 정기여객선이 오갔다. 2000년 6.15공동선언 채택 전에도 인천과 남포 간 화물선이 운항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교류가 단절된 상태다.
인천에서 북한을 오가는 여객선 취항, 백령도에서 중국과 북한을 오갈 수 있는 여객선 운항, 인천에서 중국과 북한을 잇는 해운노선과 항공노선 개설, 인천공항에서 북한의 주요 도시와 관광지를 연결하는 항공노선 개설은 양안관계에서 보는 남북관계 발전 전망이다.
무엇보다 개성공단 복원이 시급하다. 나아가 해주ㆍ강령경제특구, 남포특구, 신의주특구, 라진선봉특구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약속대로 남북이 합작해 추진하고, 중단된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을 복원해 교류의 물꼬를 트고, 백두산관광과 평양관광으로 교류를 확대할 때가 됐다.
최정철 인하대학교 교수는 “우선 중단된 남북 간 해운노선과 항공노선을 복원해야한다. 그리고 중국 항공기나 러시아 항공기 등 제3국 항공기가 인천공항에서 평양순안공항에 취항할 수 있게 노선을 개통하고, 나중에 국적 항공기도 가능하게 열어야한다. 여객선도 마찬가지다”라며 “비핵화와 평화협정체결 등의 정치협상 과제는 어느 날 올 수 있다. 하지만 경제공동체는 하루아침에 성사되기 어렵다. 남북교류와 경협을 복원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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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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