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제는 마을학교다 ③ 인천의 마을연계학교 - 신촌초등학교

<편집자 주> 인천시교육청은 올해부터 마을과 연계한 학교 운영을 시작했다. 정식 명칭은 ‘마을연계학교’로 올해와 내년에는 모델학교를 공모ㆍ선정해 운영한 뒤 2019년부터 확대ㆍ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시교육청의 마을연계학교는 ‘마을을 통한, 마을에 관한, 마을을 위한 교육’을 구호로 하고 있다. 마을연계학교는 최근 공교육 혁신과 지역교육공동체 운동 과정에서 나온 ‘마을학교’라는 개념에서 비롯했다.

마을학교는 기본적으로 마을에서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마을교육공동체 이념을 담고 있다. <인천투데이>은 올해 시작한 인천의 마을연계학교 활성화를 위해 기획보도를 준비했다.

기존 마을연계 활동 덕분에 마을연계학교 순항

▲ 지난 10월 진행한 우리마을알기 활동 모습.
인천 부평구 부평3동에 있는 신촌초등학교(교장 백옥란)는 경인철도 1호선 백운역 근처에 있는 학교로 교직원 41명과 학생 393명이 다니고 있다. 학생들은 주로 학교가 위치한 부평3동과 산곡동 일부지역에 산다.

최근 몇 년간 학교폭력 사건이 한 번도 일어난 적 없고, 전교생이 서로 알고 지내고 교사들이 자신의 반뿐 아니라 다른 반 학생이나 다른 학년 학생들까지 챙기는 작은 학교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신촌초교는 지난 8월 시교육청이 공모한 ‘마을연계학교’에 선정됐다. 이후 인근에 위치한 기관(단체) 6개와 주민이 참여해 정규 교과과정, 방과후학교, 주말가족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연계학교에 선정되자마자 바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던 건, 그동안 마을과 연계한 활동을 꾸준히 한 덕분이다.

부평3동에서 공동육아 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인천좋은공동육아 학부모들이 ‘학교도 공동육아 터전처럼 생각하고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로 키우자’는 마음가짐으로 학교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아침 책읽어주는 엄마 모임, 녹색어머니회, 어울림팀 아빠 활동 등 각자 할 수 있는 영역에서 학부모 활동을 열심히 해왔다.

또한, 2013년부터 인천여성회 부평지부와 함께 ‘안전한 통학로 조사활동’ 수업을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정규 교과과정 시간에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역 기관이나 주민들이 학교에 들어와 아이들 교육을 함께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 신뢰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마을연계학교 공모를 신청하고 선정 이후에도 활동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을기관·주민과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 지난 9월 진행한 부평도시농업네트워크 ‘나만의 텃밭가꾸기’ 활동 모습.
현재 신촌초교에서 마을연계학교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여섯 가지다. ▲학교 인근 마을의 어른과 통장이 교사로 참여하고 마을 내 기관을 탐방하는 ‘우리 마을 알기’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회원들이 진행하는 ‘한 권으로 운영하는 통합수업’ ▲인천좋은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이 진행하는 ‘놀이를 통한 성장과 가족 간 소통’ ▲부평도시농업네트워크가 진행하는 ‘나만의 텃밭 가꾸기’ ▲마을 숲 해설가들이 진행하는 ‘함봉산과 함께하는 숲 놀이’ ▲인천미술심리치료연구소 마음지기가 진행하는 ‘우리 아이 알아보기’다.

‘우리 마을 알기’와 ‘한 권으로 운영하는 통합수업’은 올해 2학기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 마을 알기’는 5~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데, 1~2교시에는 마을 어른과 통장이 교실로 들어와 마을 변천사를 지도와 사진 자료를 보여주며 재미있는 이야기로 설명한다. 특히 학교 인근에 위치한 부평미군기지가 마을 주민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역사가 아니라고 설명하며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자고 해, 학생들에게 감동을 줬다. 동네에서 산 지 60년이 됐다는 통장은 우리 동네 출신 가수가 누구인지도 알려줬다. 그렇게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어른들은, 학생들이 동네에서 만나면 인사하는 ‘얼굴 있는 어른’이 됐다.

‘우리 마을 알기’ 3~4교시에는 마을에 자리 잡은 기관이나 단체를 방문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마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 곳인지 등을 배운다. 의과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6학년 한 학생은 ‘건강과 나눔’이라는 의료봉사활동단체를 방문해 ‘중학생이 되면 꼭 자원봉사를 하러 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학교가 끝나면 갈 곳이 없던 학생은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두잉’을 방문해 ‘중학생이 되면 갈 곳이 생겼다’고 기뻐하기도 했다.

류부영 신촌초교 운영위원장은 “우리 마을 알기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 마을 안에서도 학생들의 진로지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회원들이 3~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한 권으로 운영하는 통합수업’은 책 한 권을 완전히 함께 읽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3학년은 ‘마법의 설탕 두 조각’, 4학년은 ‘엄마사용법’이라는 책을 택했다. 책을 읽기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넥타이 매보기, 인공지능로봇 설명서 만들기와 같은 독후활동으로 이어져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교사들의 수업 만족도도 높다.

1~2학년을 대상으로 주 1회 하는 ‘방과후 놀이교실’은 인천좋은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이 진행한다.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자발적으로 놀다가 집에 갈 수 있게 자리를 펼쳐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세 차례 학교 안에서 놀이교육을 했고, 이중 한 번은 시교육청 놀이지원단이 함께 했다. 올해 몇 차례 더 방과후 놀이교실을 진행한 후 학부모회 안에 놀이동아리를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밖에 토요일에 학교 인근 함봉산을 가족과 함께 올라 숲 체험을 하고, 돌봄교실 학생들이 텃밭 교사와 함께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고, 김장 만들기도 할 예정이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아이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미술심리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오전반과 저녁반을 만들어 직장인 학부모도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류부영 운영위원장은 “준비기간이 짧게 (마을연계학교) 공모가 내려와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급하게 2학기 교육과정을 새로 짜야하는 등, 학교 교사들의 어려움이 많았다”며 “9월 1일자로 부임한 새 교장선생님이 먼저 마을을 돌며 기관을 방문하고 인사하셨다. 마을연계학교를 잘 만들기 위한 열정이 뜨거운 분이다”라고 말했다.

백옥란 신촌초교 교장은 “이제는 마을에서 함께 학생들을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학교가 변화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학교가 정규 교과과정을 담당하면 방과후와 돌봄은 마을이 담당하고, 학교는 마을 주민들에게 개방되고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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