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섭 중구청장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선진지를 견학하겠다며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지역을 다녀오겠단다. 중구에는 관광특구로 지정된 곳이 있기도 하고, 단체장이 지역 관광산업 부흥을 위해 외국 선진지를 보고 오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그런데 이상하다. 이번 방문지가 지난해와 같고 방문일정도 거의 동일하다. 1년 전에 갔던 곳들을 거의 똑같은 일정으로 다시 간다는 게 외유성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했을까?

이런 지적에 대해 중구 관광진흥실은 ‘같은 곳일지라도 관광산업은 늘 변화하는 게 있고, 새로운 게 있어서 그걸 벤치마킹하러가는 것’이란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1년 만에 벤치마킹할 만한 변화가 얼마나 있겠는가. 정 그게 목적이라면 작년에 같던 공무원들이 다시 가야하는 것 아닌가. 처음 가는 사람들이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겠나.

김 구청장은 지난해엔 관광진흥실장과 관광개발팀장 외에도 비서실장ㆍ건설과장ㆍ건축과장ㆍ영종지원과장ㆍ허가민원과장을 데려갔고, 올해는 관광진흥실장 외에 비서실장ㆍ기반시설과장ㆍ홍보영상팀장ㆍ생활청소팀장ㆍ시설관리팀장 등을 데려갈 예정이다. 이래서 외유성 논란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 내부 챙기기’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일각에선 김 구청장이 자신의 일가 사업을 챙기려고 저러는 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낸다. 방문지에 테마파크지역이 2년 연속 포함돼있는데, 김 구청장은 월미도에서 놀이시설을 갖춘 ‘월미테마파크’를 직접 운영한 바 있고, 지금은 일가가 운영하고 있다.

중구 공무국외여행 규정을 보면, 각종 시찰ㆍ견학 등 공무원의 연수 목적 여행은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 심사를 받아야한다. 또한 심사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하게 돼있다. 그런데 위원장은 부구청장이 하고, 위원은 총무국장ㆍ주민생활지원국장ㆍ도시관리국장ㆍ영종용유지원단장ㆍ기획감사실장ㆍ총무과장이 하게 돼있다. 외부 인사는 한 명도 없다. 김 구청장 일행의 이번 여행계획을 심사했는지 모르지만, 심사했더라도 요식행위에 그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많은 행정력과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데 말이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등의 공무국외여행이 예전보다 개선됐다고 하지만, 예산 낭비와 외유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여행계획 사전 심사는 허술하고 형식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지방의원 여행경비 집행규정에 따라 갈 수 있는 곳이 빤하다 보니 외유 논란이 더 불거진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부적절한 국외여행을 사전에 통제할 수 있는 실질적 제도 개선을 하지 않는 이상 ‘내 맘대로’ 공무국외여행은 계속될 것이고, 그때마다 예산 낭비와 외유 논란은 또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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