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제는 마을학교다 ② 인천의 마을연계학교 - 선학중학교

<편집자 주> 인천시교육청이 올해부터 마을과 연계한 학교 운영을 시작했다. 정식 명칭은 ‘마을연계학교’로 올해와 내년에는 모델학교를 공모ㆍ선정해 운영한 뒤 2019년부터 확대ㆍ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시교육청의 마을연계학교는 ‘마을을 통한, 마을에 관한, 마을을 위한 교육’을 구호로 하고 있다. 마을연계학교는 최근 공교육 혁신과 지역교육공동체 운동 과정에서 나온 ‘마을학교’라는 개념에서 비롯했다. 마을학교는 기본적으로 마을에서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마을교육공동체 이념을 담고 있다.

<인천투데이>은 올해 시작한 인천의 마을연계학교 활성화를 위해 기획보도를 준비했다.

원도심서 행복배움학교 운영으로 역동적 학교로 거듭나

연수구 원도심지역인 선학동에 있는 선학중학교(교장 이미숙)는 아파트단지와 승기천에 둘러싸여있다. 승기천 건너편에는 남동공단이 있다.

선학중엔 학생 328명과 교직원 52명이 다닌다. 경제ㆍ문화적 지원이 빈약하고 2008년부터 시교육청 교육복지투자 시범학교로 선정될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은 편이다. 다문화 학생 편입도 많은 학교에 속한다.

그런데 교직원의 노력으로 2015년부터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이 덕분에 학부모와 지역 인적자원의 학교 참여가 확대되고 있으며, 학생 배움 중심 수업과 회복적 생활 교육으로 역동적인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교육 분야 시민단체인 연수구교육희망네트워크와 협약을 맺고 지역사회 전문가로 구성된 선학중 마을교사 모임을 만들어 재능기부 방식으로 방과후학교와 자유학기 수업을 2년째 진행하고 있다. 이게 밑거름이 돼 올해 8월 시교육청이 선정한 마을연계학교 모델학교에 포함됐다. 성기신 교무부장 교사는 “그동안 마을과 연계한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을 위해 노력했는데, 마을연계학교 모델학교 공모사업의 취지와 일치한다고 생각해 공모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연수구교육희망네트워크와 마을방과후학교 운영 협약

▲ 2016년 마을방과후학교 프로그램 홍보를 위한 체험부스의 모습.
선학중은 2015년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된 이후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같은 해 12월부터 지역 시민단체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 요청을 연수구교육희망네트워크가 받아 들여 마을방과후학교를 운영하기로 했다.

연수구교육희망네트워크는 연수평화도서관, 늘푸른교실 지역아동센터, 인천여성회 연수지부 등 지역 시민단체와 기관 등이 협력해 교육 관련 활동을 하는 네트워크단체다.

지난해 4월, 선학중과 연수구교육희망네트워크는 마을방과후학교 운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네트워크 소속 단체 회원들이 마을교사가 돼 학생들을 가르친다.

운영 중인 프로그램은 ▲나만의 책 만들기 ‘북아트’ ▲천연화장품 만들기 ▲나를 알아가는 여행 ‘타로’ ▲골목골목 우리 동네 탐구 ▲영화로 만나는 역사 ▲오순도순 바느질 ▲기타교실 ▲목공교실 ▲바리스타 ▲내 몸 가꾸기(올바른 화장법 등)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매주 수요일 5~6교시에 진행된다. 이 시간에는 마을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뿐 아니라 학생들의 자율동아리도 활동한다. 수요일 5~6교시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는 이렇다.

선학중은 행복배움학교를 운영하며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수업 개선을 중점에 두고 운영하고 있는데, 매주 수요일 5교시 수업 후 모든 교사가 참여하는 수업디자인과 공개수업을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생겨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 것이고, 거기에 마을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결합해 학생들이 자율동아리나 마을방과후학교 중 원하는 곳에 참여할 수 있게 선택권을 준 것이다. 강당에 마을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체험부스를 마련해 학생들이 체험해보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게 배려하기도 했다.

마을방과후학교 종강시간에는 한 학기 수업을 마무리하는 발표회를 열기도 한다. 한 학기 동안 마을방과후학교에서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공연한다.

자유학기 수업에도 마을교사들 참여

▲ 2016년 9월에 열린 마을교사양성과정.
마을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만난 마을교사들은 지난해 2학기부터는 1학년 자유학기 수업에도 참여했다. ▲전래놀이 ▲청소년 인권 ▲건강요리 ▲캘리그라피 ▲목공으로 학교 바꾸기 ▲내 옷 만들기 프로젝트 ▲통기타 등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 마을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질 높은 배움을 주기위해 선학중 교사들과 함께 교사모임을 진행한다. 매주 수업디자인을 함께 하며 독서모임도 병행한다.

‘마을교사 양성과정(총10회)’을 만들어 회복적 생활교육, 비폭력대화와 배움 중심 수업, 성평등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의 한국어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과 학교 주변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다문화 가정 돌봄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협동조합 매점 ‘다드림’과 마을기업 ‘뚝닥이 공방’ 개소

최근 학교 안에 사회적협동조합 매점인 ‘다드림(多dream)’과 마을기업인 협동조합 목공소 ‘뚝딱이 공방’이 문을 열었다. ‘다드림’은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것을 넘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성기신 교무부장 교사는 “학부모와 지역주민이 함께 하는 다양한 학교 참여 활동으로 청소년에게 꿈을 주고 스스로 역량을 개발하고 발휘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학교 문턱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까지 모두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학교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마을공동체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선학중만의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이 창의ㆍ협력ㆍ인성 등을 갖춘 지혜로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