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창 부평구 주민참여예산 강사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 과정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행정과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참여민주주의를 강화하면서 열린 행정과 소통 행정을 이뤄 주민이 지역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고자한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브라질의 해양 도시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시작했다. 일자리를 찾아 많은 사람이 몰려든 그 도시에는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해 주민의 삶의 질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1989년 공직자들의 부패와 무능으로 지자체의 재정상황이 더욱 악화됐고, 주민들의 요구는 봇물 같았다. 이에 새로 취임한 시장은 재정을 주민들과 함께 논의하고 주민들의 뜻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주민들은 총회를 개최했고, 대의원을 뽑았다. 주민들의 요구는 하나 둘씩 실현됐다. 상하수도시설 확충은 물론이고 주택과 학교가 지어졌다. 주민들이 서로 소통한 결과, 많은 공동체가 형성됐다. 유엔은 이러한 성과를 높이 평가해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제도’로 선정했고, 그 후 전 세계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재정법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 시행을 의무화했고, 지자체 조례로 정하게 했다.

주민참여예산제도의 핵심은 예산 편성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재정을 주민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예산 편성과 집행이 되고자한 것이다.

하지만 주민참여예산제도 운영 7년차인 지금, 본래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민원성 사업 제안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것은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아니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내년 6월에 지자체의 권한을 연방제 수준으로 높이는 헌법 개정이 예정돼있다. 지자체의 권한은 높아질 것이고, 재정도 늘어날 것이다. 바람직스러운 일이지만,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재정이 늘어나면 그만큼 사업도 늘 것이고, 단체장의 전시성 사업도 늘 개연성이 높다.

이 때문에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하고 활성화하는 게 요구된다. 재정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게 하고, 주민의 복리 증진과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에 사용하게 해야 한다. 주민참여예산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활성화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한다.

첫 번째, 주민참여예산 위원들을 연령과 지역안배를 고려해 위촉하되 정당에 소속된 사람 참여는 제한해야한다.

두 번째, 위원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한다. 일례로 ‘효도관광’식 워크숍이 아니라, 의미 있는 워크숍이 되게 해야 한다.

세 번째, 지방의회 상임위원회에 맞게 위원들을 편성하고, 예산 편성 등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의원들의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예산 편성을 꼼꼼히 살펴보게 해야 한다.

혈세(血稅)라고도 불리는 예산은 주민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다. 이를 개인이나 일부의 이익을 위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합의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해야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 보듯이, 정부의 뜻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숙의를 거쳐 의외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이것이 참여민주주의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이 행정에 참여하면 집단지성의 힘으로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사회적 토론은 활발해질 것이고, 사회적 합의로 갈등은 줄어들 것이다. 민주주의는 더욱 성숙할 것이고,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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