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희 극작가

 
문화도시는 어떤 도시인가, 아울러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의 미래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쉽게 수긍하면서도 정작 그 구체성을 생각해보면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도시이고, 이러한 삶이 세대를 이어가며 지속가능해야한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문화도시는 여러 지방자치단체나 문화관련 기관들이 흔히 내세우는 구호인데, 문화특화지역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에서 특정 지자체를 지정하고 지원하기도 한다. 인천에선 부평구가 ‘부평음악ㆍ융합도시’로 선정돼 지난해부터 5년간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사업성과에 따라 2년간 추가지원을 받을 수 있다.

부평이 문화도시로 선정된 데에는 대중음악이라는 문화자산이 있었다. 광복 이후 부평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서구 음악들이 전해졌고, 미군부대 안팎에서 활동한 음악인들에게서 우리의 대중음악이 태동했다. ‘케이 팝(K-pop)’으로 성장한 한국 대중음악의 시원이 부평이라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할 문화자산이다.

이러한 기반에서 부평구문화재단이 주도하는 ‘부평음악ㆍ융합도시’ 사업이 지속가능한 문화도시 부평을 제대로 만들어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부평의제21실천협의회가 함께 연 정책포럼 참가자들은 아직은 실감하지 못한다며 ‘지역주체들의 참여가 우선돼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도시 사업은 지자체와 관련기관이 주도하는 사업이지만, 지역주민들의 삶에 기초한 사업이다. 그럴싸하게 외부로 드러나는 사업들로 주민들의 환심을 사거나 외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관광사업이 아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문화적으로 지속가능하게 하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문화도시 사업을 지속하자는 지역의 합의와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가의 예산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또한 자치단체장이 바뀌더라도 ‘부평음악ㆍ융합도시’는 부평이라는 도시와 거기에 사는 주민들에게 삶의 가치로 지속돼야 마땅하다.

부평이 음악도시라는 걸 처음 알았다는, 어떤 사업을 어떻게 진행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최소한 지역의 음악인들이 공감하고 함께 가야 하지 않느냐는, 부평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젊은 음악인의 말이 문화도시 사업의 방향성을 다시 제시한다. 음악인들조차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음악도시를 주민들이 내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더더욱 어렵다.

지자체나 기관이 진행하는 사업이 모든 시민이 피부로 느낄 만큼의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생색나는 사업만으로 진정한 성과를 거둔 것처럼 포장해서도 안 된다.

부평은 문화도시 사업과 함께 굴포천 복원사업, 미군기지 반환과 공원 조성 등으로 도시의 미래를 가치 있게 바꾸어낼 소중한 기회를 맞고 있다. 최근 드러난 미군기지의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로 음악도시 부평의 시원이라 할 미군부대 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걱정이 크지만, 무엇보다 문화도시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거듭 확인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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