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중학교의 행복한 수업 <5>

<편집자 주> 인천행복배움학교(인천형 혁신학교)로 운영 중인 동암중학교(교장 도성훈) 교사들이 ‘행복한 수업’ 이야기를 월 1회 연재합니다.

“십정동이라는 지명은 옛날에 우물 열 개가 있었다는 데에서 생겨났다는데, 과연 우물 열 개가 아직도 남아 있을까요?” 마을을 담은 교육과정을 어떻게 만들까, 3학년 선생님들이 한참을 씨름하던 중 한 선생님이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모두 “글쎄, 지금까지 우물이 남아있지는 않겠지?” “우물은 남아 있지 않더라도 그 터는 남아 있지 않을까요?” “그럼, 과연 그 우물터는 어디에 있을까요? 궁금하지 않아요?” 3학년 선생님들은 우물 열 개를 찾아보는 마을교육과정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올해 동암중학교는 십정동에 있는 초ㆍ중학교 5개와 함께 부평구 교육혁신지구로 선정됐다. 혁신지구 내 각 학교에선 나름대로 십정동이라는 마을에 관한 교육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동암중은 2학기 중에 학생들이 자신들이 거주하는 마을을 더 자세히 알고 이해할 수 있는 ‘마을을 담은 교육과정’을 만들기로 했고, 지난 8월 23일 학교 모든 교사가 도서실에 모여 학년별로 구상했다.

학년별로 구상한 교육과정은 다채롭고 재미있었다. 1학년은 ‘우리 동네 환경 개선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교과통합을 시도하기로 했다. 미술에선 ‘생활 속 시각문화’라는 단원을 배우면서 우리 마을에서 미관을 해치는 간판을 골라 나만의 독창적인 간판을 디자인하기로 했다.

과학에선 동네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대기오염 정도를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체육에서는 ‘자연과 여가활동’이라는 단원에서 캠핑 오리엔티어링 수업으로 동네 구석구석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동네 탐방과 환경정화활동을 병행하기로 했다.

국어에서는 ‘감동 있는 글쓰기’ 단원에서 아름다운 상호와 보기 싫은 상호를 찾아보고 예쁘고 기억에 남을 상호를 창작하기로 했다. 영어에서는 ‘Special Days for the Earth’ 단원에서 마을 환경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 영어만화로 이야기를 꾸며보기로 했다.

▲ 동암중 교사들이 ‘마을을 담은 교육과정’관련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2학년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골목길 탐방 프로젝트로 ‘십정동 가이드북’을 만들기로 했다. 2학기 1회 고사 실시 이후 1주일간 교과 진도를 나가지 않고 마을 교육과정을 교과별로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수학은 ‘우리 동네 수학여행’이라는 활동으로 동네 길을 수학적으로 설명하고 무슨 도형이 많은지 살펴보기로 했다. 국어는 ‘너 이름 참 예쁘다’라는 활동으로 동네를 자유롭게 탐방하면서 예쁜 이름의 간판을 찾아 그 의미를 가게 주인에게 듣기로 했다.

영어는 ‘십정동 어디가 맛있니?’라는 활동으로 동네 맛집을 찾아 식당 주인을 인터뷰하고 학교 근처 맛집 지도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진로는 영어 교과활동과 함께 맛집 주인의 인생이야기를 조사해 ‘휴먼 라이브러리(Human Library)’를 만들기로 했다.

기술가정은 ‘우리 어디 갈까?’라는 활동으로 동암역에서 학생들이 가고 싶은 지역까지 어떻게 갈 수 있는지 교통편을 완성하기로 했다. 음악에서는 요즘 학생들이 좋아하는 힙합을 활용해 ‘쇼 미 더(Show me the) 십정동’이라는 활동을 하기로 했다. 이 활동을 위해 지역의 힙합 가수를 초대해 힙합을 이해하고 힙합 가사를 만들기로 했다. 2학년은 이 모든 활동의 결과물을 전자책으로 만들어 전교생과 공유하기로 했다.

3학년은 십정동 우물터를 찾아보고 그 결과를 지도로 만드는 ‘열우물 ECO 프로젝트’를 5단계로 계획했다. 사전 조사활동으로 지역 강사를 초청해 십정동의 역사를 이해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로 했다. 그 다음 1단계 활동으로 열우물의 유래인 우물터를 찾고 십정동의 자랑거리를 찾아보는 ‘열우물 마을 탐방’을 하기로 했다.

2단계는 마을 탐방을 하면서 환경 정화활동을 하기로 했고, 3단계는 마을 탐방에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열우물 마을지도를 만들고, ‘~한 열우물 마을’이라는 마을을 대표할 수식어도 만들기로 했다. 4단계는 3단계에서 완성한 내용을 에코백에 새기는 활동으로, 자유학기 활동에서 학생들이 배운 캘리그라피를 활용하기로 했다. 마지막 5단계는 완성된 에코백을 주민센터에 기증해 취약계층에 무료로 증정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를 2학기 2회 고사 이후인 12월 중에 교과융합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모든 선생님이 협력해 마을을 담은 교육과정을 만들면서 참신한 아이디어에 감탄하고 재미도 느꼈다. 또한, 선생님들이 뜻을 모아 힘을 합치면 안 될 게 없구나, 하는 자신감도 생겼다.

동암중 학생들은 어느 학교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교육과정으로 마을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고 마을과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올해 말이면 나올 학년별로 진행한 교육과정의 결과를 기대해본다.

/이현희 동암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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