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인하대 명예교수

 
평화를 상징하는 촛불집회가 낳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한반도는 핵전쟁을 걱정할 정도로 더 위험해졌다. 기본적으로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남겨놓은 북핵과 대북정책, 사드 배치, 미ㆍ중ㆍ일ㆍ러 등 주변 강대국과 외교안보정책의 난맥상 때문이다.

직접적으로는 북핵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행 탓이다. 김정은 위원장이야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통제권 밖에 있다고 치자. 혈맹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할 말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외교적 해법과 무력행사 사이를 오가면서 매일 불안을 부추기며 자신의 참모들과도 의견일치를 못보고 분분하지 않는가. 오죽하면 정권 내부에서도 ‘미치광이 전략’이라고 비아냥대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최고도로 압박하고 제재하면 손들고 나올 것이고, 중국이 북한에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중국에 복종할 것이라고 오판하고 있다. 바로 북한의 핵능력만 키워온 지난 4반세기 동안의 오류다. 이는 주민 수백만이 굶어죽어도 핵능력만 강화하고 3대 세습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북한 정권의 폭력성을 오히려 정당화시켰다. 미국의 CIA 관리조차 김정은은 ‘미친 놈’이 아니라, 체제 유지라는 장기적으로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는 ‘합리적 행위자’라 하지 않았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국내ㆍ외에서 수차례 평화 의지를 피력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한미동맹이 깨진다고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한 문정인 청와대 특보의 발언은 그 연장선에서 극히 당연하다.

뜻밖에도 이 발언에 대한 수구기득권세력의 왜곡이 집요하다. 그들은 지난 70년간 분단과 대미종속체제에서 보수ㆍ애국을 참칭하고 ‘안보 장사’로 일관해왔다. 한미동맹을 범해서는 안 될 가치로 여겨 미국과 다른 독자적 목소리를 독성으로 여겨왔다.

조ㆍ중ㆍ동을 비롯해 자유한국당은 이 발언을 ‘한미동맹을 깨자는 주장’으로 교묘하게 비틀었다. 한국이 한미동맹을 위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바로 그 하루 만에 백만이 죽어갈 것’(스탠포드대학의 추산, 뉴욕타임즈 10월 12일)이라는 전쟁을 하자는 것이다. 자신들의 기득권, 돈과 권력을 지키려고 한미동맹을 구실로 적폐청산을 막아보자는 심사다.

이제 한반도의 주인인 우리 시민이 중심을 잡고 나서야할 때다. 한미동맹을 아무리 외쳐도 미국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국을 대할 것이다. 미국에 한반도는 일본, 중국 다음으로 부차적일 뿐이다. 더구나 오직 돈만 계산하면서 첨단무기나 팔고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가 훤히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너무 악의적 해석일지 모르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을 적절히 방치하고 동북아에서 긴장을 유지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혐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트럼프 미국의 간악한 전략에 휘둘리지 않고 나라와 민족의 안녕을 지키는 힘은 결국 한반도의 주인인 우리 시민의 몫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외쳤듯, 미국을 향해 평화로운 나라, 평화로운 한반도를 외쳐야할 때가 다가온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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