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 데이트폭력. 최근 들어 많이 듣는 단어고 이야기다. 여성혐오는 지난해 5월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이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여성혐오는 숱하게 존재했다. 데이트폭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경찰이 붙잡은 데이트폭력범은 8367명이다.

하루 평균 23명이 검거된 셈인데, 범죄 성격상 다른 범죄보다 신고 되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유형을 보면, 폭행ㆍ상해가 74%를 차지했고, 감금이나 협박이 12%로 그 뒤를 이었다. 살인 18명, 살인미수 34명이라는 집계는 데이트폭력이 흉포화 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데이트폭력범 10명 중 6명이 재범자라는 분석 결과도 눈에 띈다. 데이트폭력이 애인관계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범행 초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강화해야한다.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은 피해자가 거의 대부분 약자인 여성이고,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성차별을 금지하고 젠더 감수성을 키우는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벌이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최근 인터넷을 달군 ‘페미니즘 교사 논란’은 우리 사회의 젠더 감수성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페미니즘이란 성차별적이고 권위적인 남성들로부터 억압 받고 있는 여성의 현실을 타파하고자 하는 여성해방 이데올로기다. 성차별을 해서는 안 되고, 권위를 내세워 상대를 억압하는 건 나쁜 것이다.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교육하면 안 되는 것인가. 성소수자를 소개하거나 퀴어축제 영상을 보여줬다고 해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설명했다고 해서, 그게 왜곡된 성교육이고 아동학대라며 처벌하라는 것은 무지에서 나오는 억지주장이고, 또 다른 폭력이다.

<인천투데이>은 올해 지역공동체캠페인으로 인천여성회와 함께 ‘성평등 도시 인천 만들기’를 시작했다. 관련 강좌를 열고 있고, 관련 내용을 ‘카드뉴스’로 만들어 유포하고 있다. 지난 19일 강좌에 초청된 서민 단국대 교수는 강연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페미니즘을 하면, 다른 건 모르겠는데 확실한 건 좋은 남편이 된다는 거다. 관련 지식을 얻고 나니 행동하게 된다. 육아도 설거지도 열심히 한다. 일하다가 밤늦게 집에 들어가 아내에게 ‘여보도 힘들었지’라고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아내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게 행복하다. 다른 남자들도 페미니즘을 했으면 좋겠다”

추석 명절 연휴가 코앞에 다가왔다. 한때 ‘평등 명절 보내기’가 운동처럼 벌어졌는데, 언제부터인지 잠잠해진 것 같다. 명절 연휴 가족들과 함께 성평등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작은 것이라도 실천을 약속해보면 어떨까. 긴 연휴에 관련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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