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동북아 경쟁시대, 인천항 배후단지 활성화 방안 1. 글로컬시대, 왜 항만 배후단지인가

인천신항, 배후단지 공급 지연으로 성장 지체

[기획취재] 동북아 경쟁시대, 인천항 배후단지 활성화 방안

1. 글로컬시대, 왜 항만 배후단지인가
2. 인천항 배후단지는 여전히 찬밥신세
3. 지금 부산항과 여수ㆍ광양향은?
4. 톈진항 배후단지는 환발해경제권 엔진
5. 한ㆍ중 FTA시대, 경쟁력은 배후단지에
인천항의 올해 상반기 컨테이너 물동량은 147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박스 1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3만 7759TEU보다 18.7% 증가한 것으로, 올해 300만TEU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인천항만공사는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사드 배치 논란에도 불구하고 하반기까지 이어졌다.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 9월 2일 200만TEU를 돌파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12일보다 약 40일 단축한 것이다.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처음으로 200만TEU를 돌파한 때는 2013년 12월 6일이다. 이후 200만TEU 달성 시기는 해마다 앞당겨졌다. 2014년엔 11월 10일, 2015년엔 11월 7일에 각각 기록했다.

인천항만공사는 한ㆍ중, 한ㆍ베트남 FTA(자유무역협정)와 인천신항 컨테이너터미널 개장에 힘입은 실적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인천항의 물동량 성장률은 중국ㆍ베트남과 FTA에 힘입어 201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올해 상반기 중국 교역량은 87만 7530TEU로 지난해 73만 2889TEU보다 19.7% 증가했고, 베트남 교역량은 지난해 10만 5182TEU보다 21.1% 증가한 12만 7987TEU를 기록했다.

중국ㆍ베트남 교역량 증가는 인천신항 컨테이너터미널이라는 인프라가 있어서 가능했다. 인천신항 부두 일부 개장 전인 2014년 인천항의 컨테이너 하역능력은 142만TEU였다. 그런데 처리한 물동량은 198만TEU로 하역능력의 40%를 초과했다. 2015년 6월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과 2016년 3월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이 인천신항에 개장함으로써 인천항의 하역능력이 109만TEU 추가돼 원활한 물류가 가능했다.

2016년 6월 기준 인천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은 123만 7758TEU이고, 이중 신항에서 처리한 게 33만 5157TEU였다. 올해 5월 기준 전체 물동량은 120만 5608TEU이고, 이중 신항에서 54만 4282TEU를 처리했다. 신항의 비중이 높은 것이다.

이처럼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교역량 증가와 신항 개장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올 11월이면 신항 1-1단계 부두가 완전 개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신항 배후단지 조성이 늦어지면서 물동량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재주는 인천신항이 부리고, 돈은 경기도로

▲ 인천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전경.
해양수산부와 인천항만공사는 인천신항을 지원할 배후단지 준공 시점을 당초 2020년(일부는 2018년)으로 목표했다. 그러나 배후단지를 조성할 매립토가 부족해 준공 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항만 운영과 물동량 창출에 차질이 예상된다.

항만 배후단지는 물류기능뿐만 아니라 조립ㆍ가공ㆍ제조ㆍ유통기능까지 갖춘 곳이다. 그런데 인천신항은 배후단지 조성이 늦어지면서 물류 지원기능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고, 물동량 창출을 위한 조립ㆍ가공ㆍ제조ㆍ유통기능 부재로 하역에만 머물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인천신항에서 발생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다. 인천신항에 물자를 조립ㆍ가공할 수 있는 배후단지가 없다보니, 들어온 물자가 경기도로 빠져나가 조립ㆍ가공되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격이다. 아울러 중국은 항만 배후단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인천을 앞서 가고 있다.

중국 항만, ‘배후단지 자유무역지대 지정’으로 괄목성장

▲ 톈진빈하이신구-톈진항 전경.
국가 간 FTA 체결 확대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자, 나라마다 광역경제권역별 항만 배후단지를 중심으로 ‘서플라이 체인 매니지먼트(SCM)’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 정부는 톈진항과 톈진국제공항 배후에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했다. 여기에 제조업과 첨단산업, 서비스업을 집적화해 육성하는 한편, 물류비를 절감해 수출경쟁력을 높였다.

불과 3년 전 만해도 물동량이 세계 10위권 밖이던 톈진항은 2015년 10위에 진입하며 부산항을 바짝 추격했다. 톈진항의 물동량은 중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항만 배후단지를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하고 산업단지와 물류단지를 조성한 데 힘입어 증가했다.

중국에서 최근 항만 배후단지를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해 괄목한 성장을 이룬 곳은 저장성 닝보ㆍ저우산항이다. 닝보ㆍ저우산항은 2005년까지만 해도 컨테이너 물동량이 부산항에 뒤쳐졌다. 그런데 2007년에 946만TEU로 세계 11위를 기록하더니, 2008년엔 1122만TEU로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그 뒤 지속적으로 성장해 2014년에 부산항을 제치고 세계 5위로 올라서더니 2015년엔 2062만TEU를 달성하며 홍콩(2011만TEU)마저 제쳤다. 부산항은 지난해 1945만TEU로 6위를 기록했다.

중국 항만의 성장은 닝보ㆍ저우산항에만 그치지 않다. 세계 3위인 싱가포르항(3092만TEU)과 6위 부산항(1945만TEU), 9위 두바이항(1580만TEU))을 제외한 나머지 10위권이 모두 중국 항만이다.

중국이 이처럼 항만 배후단지 개발과 지원에 적극적인 것은 정보통신기술과 물류가 발달하면서 국가경쟁력보다는 도시경쟁력이, 항만과 항만 배후단지의 산업 경쟁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 나라가 항만을 중심으로 배후단지에 SCM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항만 배후단지를 대규모로 조성해 관련 산업을 집적화하고,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해 물류비를 절감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꾀하고 있다.

항만 배후단지, 항만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각

▲ 인천신항 컨테이너부두의 컨테이너 야적장. 야적장 뒤편이 신항 배후단지(약 80만평) 예정지다.
항만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항만 배후단지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항만 배후단지는 1970년대 중반 미국과 유럽이 항만 배후에 자유무역지대를 조성하고 배송센터 등을 설치한 데서 비롯했다.

경제 성장으로 나라 간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항만 배후단지의 기능도 단순히 화물을 집하하고 분배하는 것에서, 생산 공정의 일부를 담당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항만의 경쟁력이 단순히 이용료가 낮고, 많은 화물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능력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생산ㆍ조립ㆍ가공ㆍ전시ㆍ포장ㆍ유통 등 항만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달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물류 효율화를 위해 내륙에 있던 시설을 항만 배후단지로 이전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항만 경쟁 치열한데 인천은 찬밥신세

한 국가에서 모든 자원을 조달해 생산ㆍ유통하는 방식에서 국제 분업체제로 전환한 지 오래다. 동북아시아에선 일본에서 생산한 기초부품이 한국에서 중간재로 가공되고, 이를 중국에서 수입해 소비재를 생산한 뒤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휴렛패커드만 보더라도 마우스와 키보드는 중국, LCD와 메모리는 한국, 프로그램은 미국, 조립은 싱가포르 등으로 분업화돼있다. 동시에 FTA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국제 분업화에 따라 기업들은 항만 배후단지를 물류비 절감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동북아시아에서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항만이 과거엔 물동량 유치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항만 배후단지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물류기업뿐만 아니라 제조ㆍ가공ㆍ조립 등의 기업을 유치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변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외국인자본 투자 유치와 무역 진흥, 지역개발 촉진 등을 위해 자유무역지대를 지정하고 있으며, 이로써 중소ㆍ중견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항 배후단지에는 자유무역지대가 하나도 없다. 정부로부터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원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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