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미얀마에서 이슬람교인 로힝야족에 대한 대대적인 인종청소가 진행 중이라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언론들은 미얀마 군인들이 로힝야족의 주거지를 불태우며 민간인들까지 국경 밖으로 쓸어내고 있는 상황의 잔인성, 미얀마의 대표 역할을 하고 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지의 침묵,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을 보도하고 있다.

내가 만난 미얀마 이주민들의 반응은, 이주민 인권 활동을 하는 나에겐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내가 의견을 물어보자, 그들은 “로힝야족은 미얀마 국민이 아니라 방글라데시에서 온 불법체류자다, 로힝야족의 테러리스트 때문에 미얀마 인들이 잔인하게 많이 죽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사회와 통합되려는 의지가 하나도 없고, 자신들의 문화만 주장하려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체류자격을 줄 수는 없다”고 얘기했다.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 받은 미얀마의 한 소수민족 이주민도 “민족과 종교의 문제와 인권 문제를 분리해서 보라”고 나에게 조언했다.

내부의 오랜 역사와 갈등, 그로 인한 반목을 외부인의 눈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미얀마 내부에는 영국의 점령과 지역·종교적 갈등을 조장한 분할통치, 130여개가 넘는 소수민족들, 군부정권의 장악과 민주화세력ㆍ소수민족들의 투쟁, 민주정권으로 이행되는 과정의 권력다툼이 혼재돼있다. 한국만큼이나 복잡한 근현대사를 겪었고, 아직도 그런 갈등들이 진행 중이다.

복잡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갈등들에 대해 어줍지 않은 평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만난 미얀마 이주민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미얀마 이주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폭력을 정당화하는 그 감정과 사고체계에 대한 고민은 나를 무겁게 짓누른다.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엔 ‘미얀마 정부가 문제를 일으키는 불법체류자들을 몰아내는 건 당연하며, 우리나라도 외국인노동자들과 불법체류자들을 내보내야한다’는 식의 글도 꽤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사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규탄 성명을 냈고, 유엔 사무총장은 미얀마가 로힝야족에게 국적을 부여해야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미국 정부는 80만명에 달하는, 미국에서 자란 미등록 청년들을 추방할 수 있게 ‘미국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DACA)’을 폐지했다. 이로 인해 추방 위기에 놓인 한인청년이 1만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에선 미등록이주민을 좀 더 효율적으로 단속할 수 있게 관계 법령을 바꿔야 한다고 하고, 미등록이주민 단속 실적을 성과로 홍보한다. 난민신청자의 지역건강보험 가입, 보편적 수준의 취업 허가 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슬람 종교의 유입을 막기 위한 회의가 국회에서 개최되기도 한다.

국가의 안전과 안보가 어떤 집단을 구별하고, 권리를 제한하고, 커뮤니티에서 몰아내야 이뤄질 수 있는 것인가. 내가 당하는 차별과 내가 속한 집단이 행하는 차별은 왜 이렇게 구분되는 건가. 로힝야족 사태와 함께 혐오와 공포가 난무하는 현 상황이 교차하며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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