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책방 ④

무지개책방은 한 달에 한 번 한 가지 주제와 관련한 여러 책을 소개합니다.

미미. 내 새로운 가족 이름이다. 8월 장대비가 퍼붓던 밤, 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며칠 후 우리 집 주차장에서 새끼와 어른의 중간 크기인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귀엽고 안쓰러웠다. 그날부터 주차장에 고양이 밥과 물을 가져다 놓았다. 소심한 마음에 혹여 누가 볼세라, 밤 10시 이후에 밥그릇을 놓아주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아침 일찍 빈 그릇을 수거했다.

몇 번인가, 주차장을 어슬렁거리는 그 고양이와 눈이 마주치기도 했다. 잔뜩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 고양이에게 어디선가 주워들은 대로 천천히 눈을 깜박이며 안심하라는 인사를 보냈다. 그렇게 일주일 쯤 ‘도둑밥’을 주었을 때 동네에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나 말고도 고양이를 챙기던 사람이 또 있었나보다.

길가에서 그 고양이에게 간식거리를 주던 할머니와 이를 말리는 또 다른 할머니가 말싸움을 한 것이다. “고양이가 불쌍하지도 않느냐”고 할머니가 항변하자, 반대쪽 할머니도 이에 질세라 “화단을 파헤쳐 똥을 싸놓는 데다 울음소리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구청에 신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밥에도 정이 있나보다. 일주일 밥을 주고 고작 눈 몇 번 마주쳤을 뿐인데, 그 고양이가 구청에 끌려가 안락사 당하는 상상을 하니 눈에 불이 붙는 것 같았다. 나는 할머니들 싸움판에 끼어들고야 말았다. “이 고양이 제가 데려가도 될까요?”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려면 필요한 것들이 많았다. 당장 급한 건 고양이 화장실과 모래였다. 화장실이 마련될 때까지, 밥을 챙겨주던 할머니가 베란다에서 잠시 그 고양이를 맡아주기로 했다. 고양이는 순순히 그 할머니를 따라갔다. 그리고 3일 후, 나는 고양이 ‘집사’가 됐다.

급한 맘에 무작정 데려오긴 했지만 사실 난 고양이에 대해선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이것저것 묻고 검색하며 기본적인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단편적인 정보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다. 도서관에서 고양이 관련 책을 찾아보았다. 많은 책을 훑어보고 그 중 일곱 권 쯤 정독하고 나니 고양이가 어떤 동물인지 감이 잡히는 것 같다. 어쩌면 좋은 ‘집사’가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내게 힘을 준 고양이 책들을 소개한다.

1단계 : ‘집사’ 필수 코스

‘도해로 읽는 고양이 생활백과’
(타마키 미케 지음, 이윤혜 옮김, 보누스 펴냄)

 
‘아파트, 빌라에서 제대로 키우기’라는 부제가 맘에 들어 펼쳐본 책이다. 마당 있는 집이 드문 요즘엔 집 안에서만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양이를 잘 모르는 사람은 ‘고양이에겐 야생성이 많이 남아있다는데 날마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런데 이 책은 첫 장을 ‘고양이를 집 안에서 길러야하는 이유’로 시작하며 독자를 일단 안심시킨다. 도시는 어느 곳이든 오가는 차들 때문에 고양이들에게 무척 위험하고, 깨끗한 흙과 물이 적어 청결과도 거리가 멀다. 게다가 고양이는 자기만의 영역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낯선 환경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산책조차 필요하지 않다.

이 책은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집 안에서 함께 생활해야한다는 데 부담을 느끼는 이들에게 정당성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고양이를 데려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부터 화장실 모래와 사료의 종류와 선택법, 고양이가 사계절을 보내는 법, 건강관리와 생활습관 등, 실제 고양이를 키울 때 알아두면 좋을 상식들을 보기 쉽고 친절하게 정리했다. 발톱 깎아주는 법, 귀 청소하는 법 등, 챙겨볼 내용이 많다.

특히, 나는 곧 이사를 앞두고 있어 ‘고양이 데리고 이사하기’ 부분을 꼼꼼히 읽었다. 고양이가 쓰던 물건을 새 집으로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게 도움이 된단다. 낯선 곳에서 구석에 숨어 나오지 않을 땐 억지로 끌어내지 말라는 팁도 소개한다.

‘(야옹야옹) 고양이 대백과’
(린정이·천첸원 공저, 정세경 역, 도도 펴냄)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이 가장 답답한 순간은 반려동물이 아플 때일 것이다. 동물들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을 할 수 없는 데다 여간해선 아픈 티를 내지 않는다. 평소 몸 상태를 확인하고 꾸준히 점검하는 수밖에 없다.

고양이의 이상신호를 빨리 알아차리려면 건강한 상태와 그렇지 않을 때 고양이의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야한다.

이 책은 그럴 때 수시로 펼쳐보기 좋은 책이다. 수의사인 저자들이 고양이 몸 구조와 부위별 질병의 종류, 대처방법, 간호와 응급처지방법까지 쉽고 상세히 적어 놓았다. 내겐 신부전에 걸린 반려견을 제 때 치료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잃은 아픈 경험이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고양이와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 반드시 책꽂이에 꽂아둬야 할 책이다.

2단계 : ‘집사’ 전공 코스

‘캣 센스:고양이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존 브래드쇼 지음, 한유선 옮김, 글항아리 펴냄)

 
고양이 행동을 30년 넘게 연구한 반려동물 연구자이자 우리에겐 생소한 ‘인간동물관계학’ 전문가인 존 브래드쇼가 펴낸 책이다. 고양이의 행동과 심리를 좀 더 넓고 깊게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야생고양이가 어떻게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집고양이로 ‘변신’할 수 있었는지부터 시작해, 고양이의 생각과 감정이 인간이나 개와 어떻게 다른지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고양이는 인간에게 ‘쥐 사냥꾼’이었다. 고양이에겐 생선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천만의 말씀. 고양이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가지고 있는 ‘완전식품’은 바로 쥐다. 고양이는 쥐만 충분히 잡아먹어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심지어 수분도 따로 섭취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곡식을 먹어치우는 유일한 동물인 쥐 때문에 늘 골치를 앓았고, 쥐를 주식으로 삼는 고양이에게 곡식창고는 최고의 사냥터였다. 오늘날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에 쥐가 크나큰 공헌을 한 셈이다. 책은 고양이의 행동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여러 실험으로 증명한다.

<흔히 만족스러울 때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낸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이 소리는 다른 의미일 수 있다. 고양이는 많은 경우 ‘제 옆에 있어주세요’라는 뜻으로 가르랑거린다. (중략) 그저 배가 고파서, 아니면 자기 주인이나 다른 고양이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약간 불안해서 가르랑거리기도 한다. 심한 두려움이나 고통을 겪을 때도 같은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다. 이 모두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들기 위해서다.>(288쪽)

또, 고양이가 우리에게 몸을 비비거나 어떤 부위를 만져달라고 내미는 것을 두고 냄새를 묻히는 행동이라 생각하는데, 사실 고양이도 촉각적인 자극을 원한다. 고양이가 새나 쥐, 뱀 등 작은 동물을 물어 집으로 가져오는 것을 두고 주인에게 선물하는 거란 해석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

<고양이는 잡은 먹이를 천천히 먹고 싶지만, 그것을 사냥한 장소에는 분명 다른 고양이들의 냄새가 날 것이다. 따라서 그 먹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주인의 집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고 나면 쥐를 잡는 것은 재미있지만 그 맛은 주인이 주는 사료만큼 좋지 않다는 사실이 기억나 죽은 쥐를 부엌 바닥에 방치하는 것이다.>(303쪽)

3단계 : ‘집사’ 교양 코스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이용한 지음, 북폴리오 펴냄)

 
고양이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다면 이제 문학으로 교양을 쌓을 차례다. ‘고양이’ 하면 이용한 작가를 빼놓을 수 없다. ‘흐리고 가끔 고양이’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디어캣츠’ 등, 고양이 여행기와 사진집으로 사랑을 받은 작가다.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는 작가가 모로코, 터키, 일본, 대만, 인도, 라오스 등 여섯 개 나라 서른 곳을 80일 동안 여행하며 만난 고양이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전체 책 분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모든 사진에 고양이가 주인공이자 배경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아침마다 자전거에 물고기를 싣고 고양이에게 던져주는 중년 남성 ‘캣대디’를 만나고,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선 국수집에서 손님들과 함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삼색 고양이에게서 따뜻함을 느낀다.

어느 장소에서든 고양이가 사람에게 경계심을 보이거나 사람을 피하는 경우는 없다. 심지어 인도 빈민가의 시장골목에선 상인들이 닭이나 생선의 내장이나 먹다 남은 밥을 고양이와 개, 닭의 먹이로 내놓는다. <특별히 고양이를 챙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 공평하게 베푼다.>(331쪽) 생각만으로도 따뜻한 풍경이다.

내 마음에 와 닿은 문장은 이것이다. <모로코를 여행하면서 사람들이 특별히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아마도 고양이에게 밥을 주거나 곁에 두는 것이 그저 일상이 되었기 때문에 특별해 보이지 않는 것일 게다. (중략) 다만 확실한 것은 어느 누구도 고양이를 미워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건 진실로 부러웠던 점이기도 하다. 고양이를 미워하거나 해코지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양이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56쪽)

‘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마음산책 펴냄)

 
러시아어 동시 통역사이자 에세이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에게 한 은사가 새해 첫날 전화를 건다. “고양이나 개도 좋지만, 자네는 그보다 빨리 인간 수컷을 키우도록 노력하게. 인간 수컷 말이네!”

도발적인 제목은 은사의 오지랖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다. 이 책은 작가가 데려온 길고양이 네 마리와 유기견 두 마리, 그리고 치매에 걸린 작가의 어머니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고양이를 키우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동물병원 의사
와 간호사, 고양이를 키우는 동네 사람, 가끔 고양이를 맡겨야 할 이웃. 이들과 고양이 사이에 ‘밀당’하는 모습이 마치 시트콤 같다. 에세이스트로 유명한 작가의 책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감각이 돋보인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이별하는 장면에선 눈물이 핑 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고양이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김중미 지음, 낮은산 펴냄)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저자 김중미의 최근 작품이다. 철거 예정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고양이, 그리고 철거가 시작되면서 이들에게 찾아온 변화를 고양이와 사람의 시선으로 썼다.

사람에게 가혹한 환경은 동물에게도 마찬가지다. 상처 입은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치유되는 과정이 아름답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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