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지속가능한 도시,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 8. 시민참여와 공헌, 샌프란시스코ㆍ시애틀의 교훈

시민 주도 운영과 봉사로 일군 시애틀 피-패치

[기획취재] 지속가능한 도시,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

1. 도시농부 160만명, 도시농업 현황과 과제
2. 텃밭을 넘어 확장하는 도시농업의 새로운 영역
3. 도시농업으로 다가가는 지속가능발전 도시
4. 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 공동체텃밭ㆍ도시농업공원
5. 도시농업으로 도시 재생, 샌프란시스코와 벤쿠버의 도시농업 현황
6. 시애틀의 P-pacth 운동과 미국의 커뮤니티가든
7. 시애틀 P-pacth 프로그램을 통한 도시 발전전략
8. 시민참여와 공헌,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의 교훈
9.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인천의 도시농업
시애틀의 도시농업은 커뮤니티가든인 피-패치(p-pach)를 중심으로 활성화돼있다. 도시농업의 주된 목적과 방향이 공동체 형성과 활성화에 있기에, 이를 지원하는 체계나 운영방식 또한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시애틀에서 도시농업은, 행정이 나서서 커뮤니티가든을 조성하고 수도 등의 인프라를 지원하고, 민간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유지된다. 민간 주도 방식이 약 44년간 숙성되면서 공동체 형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시애틀의 피-패치는 참가자 운영규칙(P-patch Community gardening program Rules for Participan
ts)에 따라 피-패치 유지를 위해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해야 하는 작업(일)을 규정하고 있다.

첫 번째 규정은 1년에 최소 8시간 자원봉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매해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자신이 속한 텃밭(피-패치) 또는 다른 텃밭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데, 자신이 속한 텃밭에서 4시간 이상을 해야 하고, 다른 텃밭에서 나머지를 채우면 된다. 자원봉사시간을 참가자가 직접 기록하게 돼있다.
텃밭 조성도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 참여로 이뤄진다. 브래드너 텃밭공원(Bradner Gardens park)의 경우 공원 부지를 주택으로 개발하려던 도시계획을 시민들이 반대한 데서 비롯했다.

시민들은 주택개발에 맞서 기금을 후원(Small and Simple Grant)받아 조경건축가를 고용해 시민들이 원하는 설계를 했고, 보조금을 받아 텃밭을 5년여에 걸쳐 조성했다.

텃밭공원 조성에 참여한 시민들의 자원봉사시간은 총4만 시간 정도다. 공원을 지키기 위한 활동과 대안 마련을 위한 다양한 노력, 조성 공사에 실제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의 노동이 아름다운 텃밭공원을 만들었다.

시민들 자원봉사 참여 계기는 배움과 기부

▲ 브래드너 텃밭공원의 리더 조이스모티씨가 텃밭 참여자의 농사법을 지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알레마니농장은 도시에서 방치되고 버려진 공간을 자원봉사자들의 힘만으로 조성하고 운영하는 커뮤니티가든이다.

알레마니농장 자원봉사 매니저인 존 스톡스(John Stokes)씨는 “자원봉사자들은 자발적으로 신청해 농장 운영에 참여한다. 농장 자체가 매력적인 공간이기도 하고, 봉사로 농사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효과도 있다. 자원봉사 후에는 수확물의 절반을 기부하고 나머지는 가져갈 수 있다”며 “자원봉사자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계기는 배움과 기부에 있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공동체텃밭 역시 민간 주도로 운영한다. 텃밭을 조성할 때 시가 지원하지만 조성 후 행정이 운영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요구에 맞춰 운영을 지원한다. 시애틀시는 공동체텃밭 조성에 필요한 절차와 허가과정을 웹페이지에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시애틀시는 토지 확보단계부터 텃밭 운영에 필요한 기금 조성, 텃밭 디자인, 텃밭을 조성하기 위한 조직 구성, 텃밭 운영에 이르기까지, 단계마다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시애틀시 웹페이지에는 피-패치의 도시농부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지난 44년 간, 공동체텃밭 도시농부들은 ▲공동체를 성장시킨다 ▲시민참여 육성 ▲유기농 (원예) 실천 ▲생태환경에 대한 윤리의식을 높이고, 사람들의 삶에 자연을 연결 ▲지역적이고 유기적인, 그리고 문화적으로 적절한 먹거리 접근성 향상 ▲환경개선과 마을 공동체의식을 되살린다 ▲자립심을 개발하고, 교육과 직접 경험으로 영양 개선 ▲어려운 이에게 음식 제공 ▲채소, 허브, 꽃 보존 ▲농사와 요리로 세대 간, 문화 간 이해를 높인다’

시애틀에서 도시농업은 단순한 농업이 아니라, 마을을 활성화하는 공동체운동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텃밭공동체 활성화의 핵심 요소는 리더십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미국 커뮤니티가든의 중요한 요소는 리더십이며, 이 리더십은 자원봉사 활성화에서 비롯한다. 시애틀시도 공동체텃밭에 리더십을 세우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시애틀의 가장 오래된 텃밭인 피카르도 피-패치의 어린이텃밭(Children Garden)의 매니저인 슈 올슨(Sue Olsen)씨는 “텃밭 참여자들은 1년에 8시간의 의무 자원봉사를 자율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나는 1년에 약 100시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남편을 도와 어린이텃밭을 운영하고 있고, 방문자들을 위한 안내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이사 할 때마다 흙을 가지고 간 인터베이 피-패치 또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리더인 제이 슈트(Jay Schutte)씨는 “인터베이 피-패치는 4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별 리더를 뽑는다. 여기다 양봉, 퇴비 등 분야별 리더들이 모여 한 달에 한 번 운영과 관련한 논의를 함께한다”고 설명했다.

공원 부지 주택개발에 맞서 브래드너 텃밭공원 조성을 이끌었던 조이스 모티(Joyce Moty)씨는 텃밭을 처음 만드는 과정부터 참여해 현재 공동체텃밭 운영에 헌신하는 리더다. 그는 퇴비 온도를 매일 체크하고 만드는 과정을 함께 공부하며 자원봉사자를 조직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알레마니농장도 자원봉사 매니저들이 텃밭 운영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리더들의 숙련된 도시농법, 텃밭운영 노하우, 자원봉사 교육이 공동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텃밭 리더는 또, 참가들의 농사만 돕는 게 아니라, 참가자들과 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바자회를 열기 위해 같이 계획하고, 친목을 위한 식사 모임을 기획하는 등, 다양한 노력으로 공동체텃밭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농업 위한 북미 지자체의 다양한 노력

▲ 어린이텃밭(Children Garden)을 운영하는 슈 올슨씨.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사례에서 살펴본 미국 도시농업정책의 특징은, 행정 지원이 단순히 예산을 편성하고 공간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시애틀시나 샌프란시스코시는 예산 외에도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나아가 제도적으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텃밭을 마련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는 사유지 중 유휴지를 텃밭으로 조성할 경우 세금을 면제했다. 밴쿠버는 2010년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텃밭 2010개 구획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어린진행했고,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늘려 지금도 매해 텃밭 6~7개를 만들고 있다. 최근 4년간 약 900개 구획이 늘었다. 최근에는 텃밭에 과실수 확대를 중요한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애틀은 2008년부터 진행한 공원과 녹지 공간 확충(Parks and Green Spaces Levy)을 위해 총1억 4600만 달러(환화 약 1648억원)를 투입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중 200만 달러(약 22억원)를 책정했다. 시애틀은 신규 텃밭(피-패치) 4개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시애틀은 이 금액으로 텃밭을 목표치보다 많은 28개를 조성했고, 전체 면적 또한 2에이커(=8093㎡)에서 8.1에이커(=3만 2780㎡)로 넓어졌다. 여기에 투입된 자원봉사시간만 총3만 3000시간이고, 텃밭 조성을 위한 공동체회의는 11개 언어로 진행됐다. 시애틀센터의 주차장 옥상에 설치한 업가든도 이 프로젝트로 조성했다.

행정의 적극적 정책과 더불어 기금도 한 축을 맡고 있다. 자원봉사로 운영하는 샌프란시스코 알레마니농장도 운영자금이 필요한데, 투입되는 기금은 샌프란시스코 공원협회가 낸 것이다. 협회는 기업과 개인들의 기부로 모아진 기금을 공모를 거쳐 지원하고 있다.

개방성과 공공성 동시에 갖춘 유기농 텃밭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의 커뮤니티가든 대부분 공유지에 조성됐거나 공원부지에 조성됐다. 그러다 보니 공동체텃밭은 자연스럽게 공익적이고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텃밭에 경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원을 이용하는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개방 돼있다.

이 텃밭들은 단순한 경작지에서 그치지 않는다. 농사 공간(경작구역)뿐만 아니라 쉼터나 커뮤니티 공간, 창고, 기부텃밭, 화단 등의 시설도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시애틀 88개의 피-패치 중 53곳에서 운영하는 기부텃밭은 상추링크(Lettuce Link)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텃밭에서 생산한 유기농 야채를 지역 푸드뱅크에 기부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개방된 텃밭이 기부라는 공익성을 유지하면서 공동체 형성을 위한 중요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공동체텃밭의 특징 하나는 텃밭마다 조성 배경과 역사 등을 알 수 있는 안내판을 설치했다는 점이다. 텃밭 안내자가 없더라도 누구나 쉽게 조성 역사와 공동체텃밭의 의미, 참여하는 방법 등을 알 수 있게 했다. 심지어 농기구창고나 작은 시설물에도 역사를 기록해놔 텃밭이 마치 작은 박물관처럼 느껴지게 해놓았다.

지자체와 시민, 지원단체 간 유기적 협력으로 활성화

▲ 퇴비 뒤집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브래드너 텃밭공원 참여자들.
44년간 이어지면서 확장된 시애틀의 피-패치는 행정 지원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고, 민간 노력만으로도 어려운 일이었다. 텃밭을 조성하고 운영하는 데 행정과 민간의 유기적 결합과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는 비영리단체(NGO)들이 있어 가능했다.

시애틀에선 행정과 민간이 재정 마련, 자원 지원, 자원봉사 조직, 유기농업 교육 등을 맡아서 진행하는 그로우(GROW), 시애틀 틸스(Seatle Tilth), 솔리드그라운드(Solid Ground)와 같은 단체들과 긴밀히 연계를 맺고 있다.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국내에서 텃밭에 대한 인식은 생각보다 부정적이다. 무단 점유한 텃밭을 지저분하게 관리하고, 폐쇄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니 마을에 텃밭을 조성한다고 하면 반대부터 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텃밭 활성화를 위해 텃밭의 공공성과 개방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지자체와 시민단체, 참가시민 간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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