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배 노동자교육기관 회원
전해들은 이야기를 다시 전할 때는 가감이 생긴다. 가슴 아픈 대목은 더 가슴 절절하게, 희망적인 대목은 더 희망적으로, 대대손손 이어져 이야기는 완성된다. 글자가 없던 시절에 역사이야기는 조상들이 어떤 정신으로 험로를 개척하며 이 만큼 이뤄놓았는지, 그 당시 감정과 정서로 노래하며 전승된다. 글자가 발명된 후론 구전은 묶음집이 돼 책으로 읽힌다. 그러다 보니 구전이 지닌 특성인, 전하는 이의 창작활동은 글자 속에 갇히지 않았을까. 연주자끼리 즉흥적으로 합을 맞추는 재즈음악 공연의 하모니를 음반에 가둘 수는 없다며 재즈음반을 사지 않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내가 최근 전해들은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운을 띄웠다. SNS로 널리 알리는 것도 편한 방법이지만 좋은 추억을 직접 만들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나마 직접 보진 못하고 전해 들었지만 미약한 재주로 경과보고 영상을 만들어 보냈으니 나름 공헌한 것이 아닌가 하고 위안을 삼아본다.

바로 우리가 사는 동네, 전국 어디에나 있는 빵집이야기다.

학창 시절 분식집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던 빵집을 기억한다. 그곳에서 미팅하고, 가장 큰 ‘맘모스’빵을 친구들이랑 단숨에 먹었다. 또, 켜켜이 크림으로 장식한 케이크를 사면서 ‘초 몇 개 드릴까요?’라는 질문에 잠시 서서 머쓱하게 어머니 연세를 헤아렸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면 나처럼 빵집에 얽힌 이야기 한 두 개는 있지 않을까. 좋은 추억의 마지막을 더 좋은 추억으로 완성하고 싶다.

예전엔 고려당이나 태극당이었는데 어느새 외국어 빵집이 늘어났다. 바로 파리바게뜨 이야기다. 실명을 거론해 얻어지는 노이즈마케팅도 아니고 PPL도 아니다. 파리바게뜨를 생각하면 이나영, 전지현과 같은 쟁쟁한 배우가 모델을 해서인지 왠지 친숙하고 구석진 동네에도 있어 잘 팔리겠구나, 생각했다. 파리바게뜨라고 읽을 때면 광고로 익숙해진 음율을 넣어 읽기도 한다.

희안한 건지 당연한 건지 그동안 빵집에 얽혀있는 추억을 생각했지, 빵집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했다. 제빵 왕 김탁구를 볼 때도 생각하지 못했다. 누렇게 익은 벼가 바람에 이리 눕고 저리 눕는 풍경을 보며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주름지고 뭉뚝하고 두꺼운 농부의 손을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파리바게뜨에서 커피 내리고 샌드위치와 빵 만드는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전해 들었다. 전국적으로 4500여명이 일하는데, 파리바게뜨 본사나 가맹점 직원이 아니란다. 모두 협력업체 소속이라는 거다. 본사 지시를 받는 불법파견 의혹도 있고, 초과근무를 했는데 기록엔 정시퇴근이라고 찍혔다고도 했다.

그래서 부탁한다. 좋았던 빵집의 추억에 보태어 빵집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좋아지는 구전 프로젝트에 동참을 원한다면, 우선 동네에 있는 파리바게트에 들어가시라. 빵을 사고 계산하면서 이렇게 한마디 하시라. ‘파리바게뜨노동조합 만들었다면서요? 축하해요’라고 말이다. 물론 그 분이 사장이라면, 그건 또 이야기를 써 내려가 마무리하면 된다. 4500여명 모두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나는 매번 파리바게뜨만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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