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에서 인스턴트 ‘미트볼’을 집어 들었다. 상추쌈에 하나씩 올려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맛은 딱 가격 만큼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다 먹었다.

요즘 내 식욕은 스스로 생각해도 놀랍다. 난생 처음 즉석 미트볼을 사게 만들었다. 아무거나 다 먹고 싶고 다 잘 먹는다. 한창 더울 땐 입맛이 없었는데 다시 식욕이 돋는 걸 보니 가을이 왔나보다. 역시 몸은 못 속인다. 아니, 뇌는 못 속인다.

계절이 바뀌는 이유는 지구가 기울어진 채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오랜 시간 햇빛을 받다가 차츰 햇빛을 적게 받으며 겨울을 맞는다.

일조량이 적어지면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도 변화가 생긴다. ‘세로토닌’은 햇볕을 쬘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이것이 분비될 때 행복감을 느낀다. 반대로 적게 분비되면 우울해진다. 가을을 타는 이유는 세로토닌과 관련이 깊다.

 
세로토닌은 식욕에도 영향을 준다. 세로토닌 분비량이 줄어들면 식욕은 반대로 올라간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세로토닌이 분비되는데, 줄어든 세로토닌을 음식물로 보충하려는 몸의 반응이다.

특히 탄수화물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하지만 설탕, 흰밀가루와 같은 정제탄수화물이나 주스 등은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공복감을 증가시켜 세로토닌 분비를 억제한다. 그래서 과일이나 통곡물로 된 질 좋은 탄수화물을 선택해 먹어야한다. 또, 세로토닌 합성에 필요한 물질이 들어 있는 바나나나 콩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식욕이 이끄는 대로 음식을 먹는다면 살이 찌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나는 지금 식욕과 우울의 늪으로 걸어 들어가는 중이다. 어서 세로토닌의 분비를 늘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우선,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세로토닌 분비를 억제한다고 한다.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아 상관없지만 하루 두 잔 이상 마신다면 한 잔으로 줄이는 것이 좋겠다.

스트레스는 세로토닌의 천적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란 물질이 분비되는데, 코르티솔과 세로토닌은 우리 몸에 동시에 존재하기가 어렵다. 코르티솔이 세로토닌을 소진시키거나 기능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르티솔은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 분비를 막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계속 먹을 것을 찾게 되는 것이다. 조만간 노래방이라도 가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크다. 행복했던 추억을 되살리는 즉시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일까. 떠올리는 게 쉽지 않다. 이럴 땐 예전 일기장이나 사진을 들여다보거나 서랍을 뒤져 버리지 못한 추억을 꺼내 보는 게 도움이 되겠지?

가장 좋은 것은 야외에서 햇빛을 받으며 운동하는 것이다. 햇빛은 세로토닌을 불러내는 일등공신이다.

우리 몸이 움직일 때면 세로토닌 분비를 유도하는 트립토판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때 운동은 자신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종목으로 선택하는 게 좋다. 너무 낯설고 지루한 운동을 하거나 무리하면 세로토닌 수치가 오히려 낮아진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걷는 것이다. 아직 해가 지려면 2시간 정도 남았다. 30분 정도 걸은 뒤 인터넷을 뒤져 15년 전 쓴 글을 읽어볼 참이다. 행복했던 20대와 마주하며 세로토닌으로 가득 찬, 행복감 충만한 저녁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