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지속가능한 도시,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 7. 시애틀 P-pacth 프로그램 통한 도시 발전전략

시애틀의 마을공동체 전략 ‘P-patch 커뮤니티가든’

[기획취재] 지속가능한 도시,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

1. 도시농부 160만명, 도시농업 현황과 과제
2. 텃밭을 넘어 확장하는 도시농업의 새로운 영역
3. 도시농업으로 다가가는 지속가능발전 도시
4. 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 공동체텃밭ㆍ도시농업공원
5. 도시농업으로 도시 재생, 샌프란시스코와 벤쿠버의 도시농업 현황
6. 시애틀의 P-pacth 운동과 미국의 커뮤니티가든
7. 시애틀 P-pacth 프로그램을 통한 도시 발전전략
8. 시민참여와 공헌,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의 교훈
9.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인천의 도시농업
시애틀은 미국에서 도시농업 커뮤니티가든(Community Garden, 공동체텃밭)이 가장 발달한 도시로 꼽힌다. 시애틀의 커뮤니티가든은 ‘피-패치(P-patch)’라는 고유명사를 사용하고 있다.

시애틀시의 피-패치 담당부서는 마을공동체국(Department of Neighborhood)이다. 피-패치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피-패치를 지원하는데, 마을공동체를 담당하는 부서에 도시농업이 속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농업 업무 또는 도시텃밭과 관련한 업무는 보통 경제국이나 경제과에 속한 농업 담당자가 맡는다. 인천시도 도시농업 업무를 농축산유통과 농정팀에서 맡고 있다. 이에 비해 시애틀시는 도시농업을 농업정책이 아닌 지역 공동체 정책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패치의 기본 목표는 지역에 공동체를 형성하고 활성화하는 데 있다. 커뮤니티가든이 잘 운영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곧 마을공동체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기에, 시애틀시 마을공동체국이 다양한 형태로 피-패치를 지원하거나 새 피-패치 조성을 돕는다.

시애틀시는 2008년부터 피-패치를 확대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기금을 조성해 공동체텃밭을 늘리는 데 지원했다. 하지만 시가 예상했던 것보다 짧은 시간에 공동체텃밭이 많이 생겼다. 텃밭 24개가 조성됐는데, 기금이 일찍 소진돼 당분간 텃밭을 늘리기 어려울 만큼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2016년 12월 기준 시애틀에는 피-패치가 90개 있으며, 구획 3055개에서 시민 6800여명이 도시농부로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토지는 시애틀시의 공원휴양국, 마을공동체국, 교통국, 주택국이 관리하는 공유지다. 일부는 철도나 전력 회사 소유의 땅이고, 피-패치 트러스트(P-patch Trust, 현재 단체명 Grow로 변경)와 같은 민간단체가 직접 기금을 마련해 조성한 곳도 있다.

시가 텃밭 조성하면 시민들이 활력 불어넣어

▲ 대니우 국제지구 공동체텃밭.
시민들이 피-패치를 이용하려면 시애틀시의 피-패치 프로그램으로 신청해야한다. 2016년 12월 기준 대기자가 1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도가 높다. 매해 신규 참여자 비율은 약 25%다.

텃밭을 분양받기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지역과 텃밭별로 차이가 있는데, 3개월에서 4년까지 걸린다. 시애틀시는 참여자에게 임대료를 받고 수돗물과 퇴비 등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텃밭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비용(쉼터조성, 시설유지, 도구 등)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체텃밭 참여자들은 바자회를 열거나 공동텃밭에서 수확한 작물을 판매한다. 또, 피-패치 프로그램으로 마을공동체펀드를 조성해 새로운 시설을 만들거나 텃밭 유지비용으로 사용한다.

피-패치 프로그램에는 슈퍼바이저(=감독인)와 행정전문가, 피-패치 코디네이터 5명이 지원 역할을 맡고 있다. 코디네이터 5명이 피-패치 15~18개를 전담해 지원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인 솔리드그라운드(Solid Ground), 그로우(Grow), 시애틀틸스(Seatle Tilth) 등과 파트너십을 이뤄 이 단체들의 피-패치 활동과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애틀 피-패치를 활성화하는 힘은 6800명이 넘는 텃밭 참여자들의 4만 2000시간에 이르는 자원봉사활동이다. 자기 텃밭을 가꾸는 일 외에 공동텃밭을 가꾸는 자원봉사활동은 피-패치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에너지다.

기부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를 저소득층에게 지원

▲ 주차장 옥상텃밭.
시애틀 피-패치 파트너십 단체 중 하나인 솔리드그라운드는 주로 텃밭과 관련한 유기재배기술 교육, 기부텃밭 운영, 자원봉사프로그램 운영 등의 활동을 펼치며 시애틀 피-패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단체 운영비는 공모 사업 참가로 마련한다.

솔리드그라운드의 활동 중 눈에 띠는 것은 상추링크(Lettuce Link)다. 상추링크는 기부텃밭(=커뮤니티가든 내 개인텃밭과 별도로 기부 목적으로 조성한 텃밭)에서 생산한 채소를 지역 저소득층과 연결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마라농장(Marra Farm)을 기반으로 다양한 자원봉사프로그램을 텃밭과 연계해 벌이고 있다.

마라농장은 마라데시몬 공원(Marra Desimone Park) 일부에 조성한 농장이다. 1920년대까지 데시몬가(家)가 경작했던 농지를 마라 집안이 구입해 1970년대까지 농사짓던 부지였고, 나중에 공원으로 변했다.

전체 부지 면적은 3만 3720㎡(약 1만 200평)다. 1997년에 일부를 경작지로 복원할 때 여러 단체가 참여해 ‘마라농장연합’을 조직했고, 지금의 농장을 조성했다.

이에 따라 마라농장은 시애틀 피-패치 중에서도 솔리드그라운드의 기부텃밭뿐만 아니라 시애틀 틸스의 청소년텃밭일꾼, 미엔족 공동체텃밭, 실버세대텃밭, 인큐베이팅텃밭, 양봉, 양계, 기업 신입사원 연수프로그램 등, 복합적 기능을 하고 있다.

이민자들의 시민권운동으로 탄생한 ‘국제지구 텃밭’

▲ 퇴비에 대해 설명하는 브래드너 텃밭공원 리더.
대니우 국제지구 공동체텃밭(Danny woo International District Community gardens)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시작한 시민권 확대 운동이 국제지구의 공동체 회복을 위한 운동으로 진전하면서 조성한 공동체텃밭이다.

차이나타운 등, 주로 이민자들이 밀집한 주거지구의 공원에 조성됐다. 1980년 시애틀에서 최초로 공원 부지에 조성된 텃밭으로 처음에 구획 40개를 조성한 뒤, 인근 공원까지 확대해 100개 구획으로 늘어났다.

공동체텃밭의 운영은 국제지구공동체개발협회(InterIm Community Development Association)가 맡고 있다. 텃밭 출입구와 창고 등에 아시아풍의 디자인이 가미돼있고, 어린이텃밭, 닭장, 과실나무(60그루) 등으로 구성돼있다.

비탈진 지형에 조성한 텃밭이라, 계단식 텃밭 구획이 이색적이고 저소득계층이 많은 지역이라 농작물 도난 문제 등이 빈번히 발생해서 텃밭 구획에 울타리를 친 게 눈에 띤다. 국제지구 저소득층 노인들을 우선해 참여권을 주고 있다.

공원보다 아름다운 텃밭, 브래드너 텃밭공원

피-패치는 농지에만 조성된 게 아니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대니우 국제지구 공동체텃밭을 시작으로 공원에 텃밭을 설치하는 경우가 늘었다.

브래드너 텃밭공원은 시애틀시가 1971년에 공원 조성을 위해 매입했지만 즉시 조성하지 못하면서 중학교에 교육공간으로 빌려줬다가, 1987년 이민자들을 위한 텃밭으로 조성한 것이다. 학교가 사용하던 농구대와 농구장은 지금도 남아있다.

그 뒤 주택단지로 개발될 수도 있었지만, 시애틀시가 주민의견을 수렴해 1997년 공원 조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주택개발이 아닌 텃밭으로 조성할 수 있게 됐다. 브래드너 텃밭공원 역시 시민들의 자원봉사로 가꿔진 곳이다.

브래드너 텃밭공원 조성을 이끌었던 조이스 모티(Joyce Moty)씨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조성한 텃밭공원은 리더의 헌신과 텃밭 참여자들의 성실함으로 아름답게 유지되고 있다”며 “퇴비간의 경우,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퇴비 온도를 체크하고, 단계별로 뒤집기를 하고 풀을 섞어 발효되면 2단계 작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공원 곳곳에 배치돼있는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텃밭과 어울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에술 작품 외에도 빗물과 풍력발전을 이용한 관수시설, 아름다운 화장실, 실내 회의공간과 농기구 창고가 연결된 건물 등은 건축연구소의 표창을 받은 건물로 유명하다.

시민들이 원하면 주차장 옥상에도 텃밭 조성

▲ 마라농장 기부텃밭 자원봉사자들,
시애틀시는 시민들이 원하면 주차장 옥상에도 텃밭을 조성했다. 시애틀시는 2008년 ‘공원과 녹지 공간 확보(Parks & Green Space Levy)’ 프로젝트를 수립하면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 주택지역에 피-패치를 조성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설정했다. 그 뒤 마을공동체국과 시애틀센터의 제안으로 메세르(Mercer) 주차장 옥상의 약 3분의 1을 텃밭으로 조성했다.

2012년에 개장한 업가든(Up-Garden)은 시애틀의 명소인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이 가까이 보이는 곳에 있다. 주차장이라는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 오래된 차로 텃밭을 꾸미거나 미니버스가 농기구 창고로 탄생했다.

경사진 주차면의 한 쪽을 틀로 막아 흙을 담았다. 주차장 옥상텃밭이지만 다른 피-패치처럼 기부텃밭과 양봉시설, 퇴비간 등 텃밭에 필요한 시설은 다 설치돼있다. 특히, 텃밭의 중앙에는 잔디밭을 조성해 텃밭 참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찾아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배려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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