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한국에서 철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9월부터 새로 부임할 카허 카젬 신임 한국GM 사장은 우즈베키스탄과 인도 등에서 철수나 구조조정을 담당한 경력이 있어, 이 불안감을 가중한다.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2002년에 ‘GM대우’의 국내외 완성차 판매는 12만 6000대였으나, 이듬해 39만대로 늘었다. ‘GM대우’ 제품이 GM의 글로벌 판매리스트에 오르고 난 뒤 2007년에는 96만대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점으로 감소했다. 2009년에는 57만대로 줄었다. 2010년부터 회복세를 보였는데, GM의 유럽 자회사 오펠이 태클을 걸었다. 한국GM 제품이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로 판매되는 게 오펠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었다. GM 본사는 저울질 끝에 한국GM 수출 물량 일부를 오펠로 넘겼다.

이 탓에 한국GM의 완성차 판매는 2014년 63만대로 줄었고, 2015년 62만대, 2016년 59만대로 감소했다. 판매가 줄어드니 누적적자는 늘기 마련. 한국GM은 최근 3년간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서 손실을 봐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GM은 한국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내비쳤다. 하지만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비토권(이사회 의결 거부권)이 있어, 일단은 버텼다. 산업은행은 GM과 주주 간 계약으로 ‘회사 총자산 20% 초과 자산의 처분이나 양도’ 등 주총 특별결의사항에 거부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오는 10월이면 GM이 보유한 한국GM 지분 처분 제한이 해제될 전망이다. GM은 2002년 옛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15년간 경영권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GM의 지분 매각 제한 해제는 산업은행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GM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은 GM의 속내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다만, GM이 오랜 전략의 축이던 ‘글로벌 생산, 현지 판매’를 ‘선택과 집중’으로 바꿨고, 오펠을 푸조 제조업체인 프랑스의 PSA그룹에 매각하고, 인도와 호주 공장을 닫기로 결정한 것도 전략의 변화 때문이며, 한국지엠의 운명도 이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는 정도만 분석할 뿐이다.

일각에선 훗날 미국보다 해외 시장의 성장세가 커질 수 있는데, 그 때 제대로 된 해외 공장이 없다면 또 다시 인수 대상을 찾아야하니,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GM을 건지고 싶은 마음도 GM에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GM이 한국 철수를 선택했을 때 그 여파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당장 대량해고(실업)에 직면한다. 협력업체들을 비롯해 지역 산업에 끼칠 영향이 매우 크다. GM이 철수를 보류하더라도 한국GM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당장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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