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
인천시교육청이 기본 지식도 갖추지 못한 재정운영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5월에 이어 이달 11일에도 교육보조 사업 심의가 있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올라온 안건 내용만 중시할 뿐 절차적 부당성은 중시하지 않았다. 결국 안건은 부결됐다.

보조금 사업 신청서에는 사업 명과 범위, 추진기간, 사업비와 산출내역, 신청 사유 등을 자세하게 기록하게 하고 있다. 문제는 시교육청이 보조금 사업을 일반 사업처럼 신청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사업과 보조 사업을 구분조차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교육청은 사립학교도 국ㆍ공립학교처럼 일반 사업비로 직접 편성ㆍ지원했다. 그러나 사립학교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정부는 사립학교에 지원하던 사업비를 지방보조금심의를 받게 변경했다. 이에 따라 보조금 지원 사업은 교육청 조례에 따라 공모하고, 심의하고, 예산 편성 후 시의회 심사를 거치는 절차를 따라야한다.

지난 10일 지방보조금심의위는 많은 논란과 정회를 거듭한 끝에 표결로 안건을 부결(찬성 4, 반대 3, 기권 1명)했다. 이유는 보조금 사업을 일반 사업으로 신청 받고 심의 받으려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조금심의위가 심의하면 당연히 권한남용이 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조심의위에서 지역교육지원청 과장들이 안건을 설명했는데, 과장들도 보조금 사업 신청의 절차나 방법 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절차를 지켰는데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오히려 되묻거나 따지기도 했다.

지난 11일 심의위에 올라온 자료를 보면, 시교육청이 보조금심의위 심의자료 요청 공문을 지역교육지원청에 보낸 날은 7월 25일이었다. 8월 1일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으니 1주일도 채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은 것이다. 보조금 사업으로 신청하라는 명시적 사유도 없었다.

이 지시에 따라 남부교육지원청은 당일(7월 25일) 관할 학교들에 공문을 보냈다. ‘소규모 환경개선사업 현황을 조사해 7월 27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했다. 단 이틀의 시간을 준 것이다. 사업비는 5000만원 이내로 한정했다. 하지만 심의위에 올라온 안건에는 사업비 한도가 없었다. 특히 보조금 2000만~3000만원을 신청한 사업들엔 자부담이 포함돼있었는데, 23억원을 신청한 사업엔 자부담이 없었다. 자부담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의 자부담 능력 여부를 검증하지도 않았다.

일부 지역교육지원청은 아예 사업 심의 요청도 하지 않았다. 학교로부터 사업비 신청을 받아 놓고도 심의위에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보조금 사업을 신청 받지도 않고 지역교육지원청이 일방적으로 예산의 범위와 상관없이 심의를 요청한 것이다.

결국 5000만원 미만 사업으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23억원에 달하는 사업 등 기준도 절차도 확인하기 어려운 사업 16건을 심의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시교육청은 결국 내용 일부를 수정ㆍ보완해 다시 제출했고, 17일 재심의에서 수정 의결됐다.

규정과 절차를 위반하는 행정행위는 무효가 될 수 있다. 보조금심의위가 보류ㆍ부결하고 재 심의하는 재정운영 행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한다. 시교육청은 보조금심의위를 거수기로 봐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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